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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문학에서 신인문학상

또 하나의 삶을 꿈꾸며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들
이제 숨고르기를 하면서
새로이 펼쳐지는 또 하나의 삶

끝과 시작의 접점에 서서
나는 그려본다.
새로이 펼쳐지는 또 하나의 삶을

어떤 모습일까?
내게 다가오는 미지의 세계는

누구일까?
나와 함께 만들어갈 그 사람은

무엇인가?
나 여기 있게 하는 것은

나는 속삭인다.
내안에 그대 있음에
나 여기 있노라고



태평로의 밤


가로등이 하나둘 인사를 나눌 즈음
석양은 덕수궁 저편으로 잠이 들고
밀려드는 사람들의 분주한 발길 따라
태평로의 밤은 열리고 있다.

젊은 날의 열정을 불태우던 그날이 어제 같은데
이제는 길 떠난 나그네 되어
전설이 되어버린 그날을 회상하면서
그리움에 다시 본다. 태평로의 밤

그대 지금 어디 있는가?
격동의 역사를 함께 쓰던 그날 은 어디에 묻혀있나?
그대와 함께 걷고 싶다. 태평로의 밤거리

6월의 함성이 들릴 것만 같은 서울광장
어름판위의 낭만은 어릴 적 고향으로 달려가는데
시청현관에 걸린 시계는 깊은 밤을 재촉한다.



우리가 만든 조그만 집


그 때는 몰랐어요?
우리가 무슨 집을 짓게 되려는지

그날따라 해맑은 가을햇살이
여의나루 수면위에 무척이나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강변에서 추색이 짙어오는 계절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해 가을이 익어갈 즈음
도심의 불빛은 강 위에서 빛나고
우리들이 함께할 가을여행은 갈 길이 먼데
여의나루의 밤은 짧기만 했습니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때릴 때
나는 알았습니다.
우리는 조그만 집을 함께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잠시 멈춰 서서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만든 조그만 집에 무엇을 채워야할지를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은 무엇으로 오는가?
사늘 바람에 실려 오는가?
녹아내리는 얼음장 밑 개울물에 떠내려 오는가?
성급한 여름에 떠밀려서 오는 것 일가?

봄은 내게 오고 있다. 당신에게도 오고 있다.
봄은 이곳에도 오고 있다.
아니 그 곳에서도 오고 있다.

봄은 작년에도 왔었다.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올 것이다.
봄은 언제나 같은 때에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봄은 다 같은 봄이 아니다.
내가 보는 봄, 네가 보는 봄 다 다르다.
올봄은 작년의 그 봄 역시 아니다.

이봄이, 특히 내게 오고 있는 봄이 아름다운 것은
당신과 함께 하는 봄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봄을 맞자. 새로운 색깔의 봄을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나는 나를 잃어버렸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빛바랜 흑백사진속의 나는 분명 지금의 내가 아니다.

나는 나를 찾아 거울을 보곤 한다.
거울 속에 나는 어디가고 노년의 아버지가 웃고 있는 걸까?

나는 보았다.

삼십대의 목소리마저 닮아버린 아들에게서
나의 젊은 날의 초상을

세살 베기 손자 녀석의 해맑은 웃음에서
내가 기억해내지 못한 나의 어릴 적 모습을

그렇다.
나는 분명 내 아들과 내 손자에게서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내 모습은
훨씬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내 아이가 내 나이가 될 때 그에서 찾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