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종조의 문신 김정(金淨, 1486~1521)이 한창 학업에 전념하던 스무 살 때, 앞으로의 인생에 지침으로 삼을 열 한 개 조목의 잠언을 지었습니다. 그 가운데 위 글은 편하게 노는 것을 경계한 일락잠(逸樂箴)의 한 구절입니다.
하루살이가 온종일 들끓다가 세찬 바람이 한 번 지나가면 온데 간데 없어지는 것처럼, 만물은 생겨났다가 한 순간에 다 없어집니다. 이 때문에 성인, 현사(賢士)들은 남보다 재주가 월등한데도 편하게 스스로 즐기며 노는 법이 없습니다. 짧은 하루를 아까워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을 한탄하며, 항상 학문을 이루지 못할까 두려워합니다. 그리하여 좋은 이름이 오래오래 전해지는 것입니다.
반면에 우매한 사람들은 젊었을 때에 앞날이 먼 것을 믿고 하루하루를 향락으로 지내다가, 늘그막에 이르러서야 이룬 것이 없음을 뉘우칩니다.
김정은 이것을 ‘마치 뱀이 달아나 구멍에 들어가고 있는데 남아 있는 꼬리를 잡아당겨 빼내려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였습니다. 지나간 세월은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니, 한 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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