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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거리로 나온 중·일 영토갈등

도쿄에선 “센카쿠 지키자” 쓰촨·허난성선 “반환하라”

[중앙일보] 입력 2010.10.18 01:38 / 수정 2010.10.18 07:29

거리로 나온 중·일 영토갈등

동중국해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 간 영토 분쟁의 앙금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민간인들의 맞불 항의 시위가 16일 동시에 벌어졌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이달 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접촉했으나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타협에 실패하면서 양국 민간에서 대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같은 날 일본 도쿄에서 반중 시위대가 가두 행진을 벌이고 있다. [청두·도쿄 로이터·AFP=연합뉴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도쿄에서는 16일 2800여 명이 참가한 반중시위가 벌어졌다. 일본의 대표적 보수 인사인 다모가미 도시오(田母神俊雄) 전 항공막료장이 이끄는 시위대는 도쿄 아오야마공원에 모여 궐기대회를 열었다. 일본 국기를 들고 도쿄 주재 중국대사관 앞까지 약 2㎞를 행진했다. 이들은 “센카쿠는 일본의 영토”라고 외쳤다. 중국 대사관 앞에서 중국 정부에 대한 항의문을 낭독한 뒤 우체통에 항의문을 넣었다. 이 와중에 중국인으로 보이는 남성 2명이 시위대와 잠시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같은 날 오키나와(沖縄)현 기노완(宜野灣)시에서도 ‘중국의 영해 침범으로부터 센카쿠 열도 해역을 지키는 오키나와 현민의 모임’이 열려 700여 명이 참가했다. 시위에는 센카쿠 열도를 관할하고 있는 이시가키(石垣)시의 나카야마 요시타카(中山義隆) 시장과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의원 등 국회의원 7명이 참석했다.

 앞서 8일에는 중국대사관에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글과 함께 협박용 실탄이 날아들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일본에서는 우익을 중심으로 반중 여론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 사태를 계기로 잠잠해지던 센카쿠열도 문제가 다시 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쓰촨성 청두의 마오쩌둥 동상이 있는 광장에서 16일 반일 시위대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분쟁과 관련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청두·도쿄 로이터·AFP=연합뉴스]

 중국의 몇몇 지방에서는 역으로 반일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는 16일 약 7000명의 대학생이 중국 국가를 부르면서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는 일본 국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일본 투자기업의 점포에 난입하는 시위대도 있었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는 2000여 명의 시위대가 집결해 일본을 비판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댜오위다오를 지키자” “일본과 맞서 싸우자”고 외쳤다. 청두 시내의 일본 대형 유통업체인 이토요카도 측은 “시위대가 점포에 침입해 피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 시내 광장에서도 수천 명의 대학생이 “댜오위다오를 중국에 반환하라”고 외쳤다.

 이와 관련,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17일 “중국 정부가 반일 시위대의 불만이 중국 정부를 겨냥할 경우 통제불능 상태가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자국민의 자제를 주문했다. 그는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에서 “일본의 잘못된 언행에 대한 (중국의) 일부 군중의 분노를 이해하지만 이런 애국적인 열정은 법에 의해 이성적으로 전달돼야 한다”며 “비이성적이고 법을 위반하는 행위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 정부는 중국 대사관과 대사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도쿄·베이징=박소영·장세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