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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7일 첫 취항하는 이스타항공 이상직 회장

제주까지 19900원, 하지만 저가항공 아니다"

[인터뷰] 7일 첫 취항하는 이스타항공 이상직 회장
이정환 (bangzza)
7일 첫 운항을 앞두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B737-600
ⓒ 이스타항공
저비용항공

2008년 10월 18일 한성항공 운항 중단. 12월 3일 영남에어 최종 부도처리.

공급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저가항공시장이 레드오션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엄혹한 시절에 KIC라는 중견그룹이 '이스타항공'을 띄웠다. 내일(7일)이 바로 첫 운항이다.

일단 이스타항공의 행보는 다른 항공사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새 비행기다.

이스타항공 비행기는 B737-NG 기종인데, 보잉사 베스트셀러인 B737 기종 중 600∼900시리즈를 'NG(Next Generation)'라 부른다. 1호기는 B737-600 모델, 2·3호기는 B737-800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국내선에 B737-NG 기종을 채택한 항공사는 대한항공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굴지의 항공정비업체 SR 테크닉스와 아웃소싱 계약을 맺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세계 굴지'라는 형용사보다 '아웃소싱'에 방점이 찍힌다. 몸이 가볍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에 따른 금융부담을 줄였다는 이야기다. 대신 자본금은 210억원으로 탄탄한 편이다. 한성항공이나 영남에어 자본금이 50억원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큰 돈임이 틀림없다.

"우리는 저가항공사가 아닌 저비용항공사"

그래서 <텐배거>란 책을 주목하게 됐다. KIC그룹을 이끄는 이상직(46) 이스타항공 회장이 쓴 책이기 때문이다. <텐배거>는 모두 경쟁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특성을 살려 도전하라는 '온리원(only one)'을 10배 성장전략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당연히 물음표가 생겼다. 저가항공시장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온리원 전략과 배치되는 것 아닌가.

"물론 전반적인 시장 환경은 레드오션이 맞다. 허나 '저가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는 개념이 다르다. 저비용항공사는 무슨 싸구려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거품을빼는 경영전략을 갖춘 항공사를 말한다. 우리 항공사를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달라. 우린 제4의 저가항공사가 아니다. 거품을 뺀 제1의 국민항공사다."

상당히 도전적인 말이었다. 이상직 회장은 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기존 항공 요금에는 여전히 거품이 많다,방송광고비가 참 아깝더라"고 말했다.대한항공 진에어나 아시아나 계열 에어부산에 대해서는"다른 항공사 진입을 막기 위한 블로킹용 항공사다, 방어용 자회사로서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태생적 한계로 저비용항공사가 될 수 없다는 뜻을 내포하는 말이다.

한성항공과 영남에어의 추락에 대해서도 "고유가나 환율 상승이 치명타는 아니었다"며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그는 "일단 소비자에게 맞지 않는 프로펠러 기종을 선택한 것이 실기였고, 정비 인력도 자체 운용해 금융 부담이 커졌다"며 거품을 뺄 수 없는 고비용구조를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저가항공사였을지는 몰라도 역시 저비용항공사는 아니었다는 평가다.

"최신형 비행기, 짜릿하게 타세요"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 이정환
저비용항공
이 회장은 저비용항공사로서 경영전략을 구축한 근거로 "최신형 비행기를 도입해서 연료 절감 효과가 크고 SR테크닉스와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해 원가경쟁력이 생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온리원' 할 수 있는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소개했다.

결국 그래서 생기는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면 그것이국민항공사 아니겠냐는 회장의 주장이었다. 그는 "거품을 뺀 가격에 안전하고 좋은 최신형 비행기를 짜릿하게 이용하도록 즐거움을 드리는 것이 국민항공사"라며 "그 자체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적자노선으로 알려진 군산-제주 취항 이유를 묻자, 이 회장은 "세계 최장의 33㎞짜리 방조제가 있어 관광 가치가 높다, 그뿐 아니라 중국 동해벨트에는 거대 기업이 많다. 또 2010년에는 한중일 오픈스카이(항공자유화)가 본격화된다"면서 "새만금은 충분히 비전이 있는 땅으로, 중국 거대시장을 주목하면 충분히 비전이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이 회장은 제주항공에 대해서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함께 윈윈 해야 한다,공생해야 할 파트너"란 말로 우호적인 입장을 나타냈으며, "김포-제주 최저운임은 1만9900원으로 최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좌석을 10% 배정해 놓고 있다, 부지런한 고객은 싸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말도 잊지 않았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2010 한중일 오픈스카이, 중국 거대시장에 비전 있다"

- 홍보대사가 장미란 선수란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장미란 선수의 이미지가 우리 항공사와 잘 맞아 떨어졌다. 안정감·신뢰감, 또 순수하고 소박한 이미지도 갖고 있지 않나. 가장 안전한 비행기와 거품을 뺀 가격으로 짜릿한 즐거움을 주는 국민항공사란 회사콘셉트와 잘 맞았다. 장 선수도 흔쾌히 응하더라. 우리 회사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장 선수가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 이력을 보니까 펀드매니저로 오랫동안 일했더라. 현KIC 그룹도 주력 사업이 플랜트엔지니어링·부품소재정밀기계·금융서비스로 항공산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어떻게 항공사업 설립을 구상하게 됐나.

"정주영 회장이 처음 울산에 현대자동차와 현대조선소를 만들 때 그렇게 반대가 심했다더라. 허나 일본이란 시장을 보고 미래를 봤기 때문에 투자를 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날 현대그룹이된 것 아니겠는가. 항공사업이란 결론에 이른 것도 중국이란 거대시장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불과 5년 후 2010년이면 한중일 오픈스카이(항공자유화)가 본격화된다. 충분히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 2007년쓴 <텐배거>란 책이 주목을 받았다. 모두가 경쟁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특성을 살려 도전하라는 '온리원(only one)' 전략이 인상적이었다.

"중국 속담에 360행행행출장원(360行行行出狀元)이란 말이 있다. 360명이 한 방향으로 가면 한 줄이 되지만, 각 방향으로 나아가면 다 1등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온리원 전략으로 나아가야 영원한 승자가 된다고 믿는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모두에게 해당하는 간결하지만 중요한 키워드다."

지난 달 2일 열린 유니폼 런칭 패션쇼에 참석한 장미란 선수
ⓒ 이스타항공
저비용항공

한성항공·영남에어 '추락'... "거품 뺄 수 없는 고비용 구조탓"

- 국내 저비용 항공시장은 이미경쟁이 치열한 상태다.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인해 한성항공과 영남에어는 운항을 중단했다.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전반적인 시장 환경은 레드오션이 맞다. 허나 저가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 개념은 다르다. 저비용항공사는 싸구려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거품을 뺄 수 있는 경영전략을 갖춘 항공사를 말한다. 시장 전체 상황으로 우리 항공사를 똑같이 취급하지 말아달라. 우린 제4의 저가항공사가 아니다. 거품을 뺀 제1의 국민항공사다."

- 그럼 한성항공과 영남에어의 운항 중단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일단 프로펠러 기종을 선택한 것이 실기였다. 탑승인원은 적은 데 비해 기름이 많이 들어가는 비행기다. 또 사람들이 싫어하는 기종 아닌가. 정비 인력도 자체 운용했다. 인원이 많이 필요하고 초기 투자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도 커지게 마련이다. 항공사 자체의 구조 문제가 컸다고 본다.

고유가와 환율 상승이 치명타는 아니었다. 거품을 뺄 수 없는 고비용 구조였다. 반면 우리 항공사는 가장 안전한 최신형 비행기를 도입했다. 그만큼 연료 절감 효과도 크다. 국내 최초로 세계 3대 항공정비업체 중 한 곳인 SR 테크닉스에 아웃소싱(외부용역)을 맡겼다. 또 그만큼의 원가경쟁력이 생긴다. 우리가 '온리원'할 수 있는 경쟁력의 원천이다."

- 대한항공의 진에어, 아시아나 계열의 에어부산, 제주항공과 4파전 구도를 형성할 듯 하다.

"진에어나 에어부산은 기본적으로 다른 항공사의 진입을 막기 위한 블로킹용 항공사다. 방어용 자회사로서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으로 인한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주항공과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한편으로는 함께 '윈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공생해야 할 파트너로 본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태생적 한계로 저비용 힘들어"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 이정환
저비용항공

- 항공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3년 내에 흑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자본력 있는 항공사만 살아남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일면 일리 있는 말이다. 허나 비행기 한 대로 시작한 라이언에어가 오늘날의 성공을 거둔 이유를 무엇이라 보나. 거품을 뺀 사업 전략을 잘 갖고 갔기 때문이다. 또 한성항공이나 영남에어 모두 자본금이 50억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는 항공사 하기 쉽지 않다.

우리는 중견그룹으로서 이스타항공 자본금을 210억원으로 했다. 게다가 부채는 제로다. 온리원 전략을 구현하기에 충분한 자본금이라 생각한다. 우린 저가항공사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1등 회사들처럼 최신형 비행기를 도입했다. 가격 거품을 빼서혜택을 소비자가 받을 것이다."

- 군산-제주 구간 노선도 취항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현재 대한항공이 적자라는 이유로 운항을 최소화한다고 알려진 노선이다. 그런데도 비행기를 띄우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소 민감한 부분이지만… 한성항공이나 영남에어가 비효율적 경영구조로 치명타를 맞았듯이, 대한항공 역시 비슷한 구조이기 때문에 '적자노선'이란 말이 나온다고 본다. 우리는 충분히 흑자를 낼 수 있다.

특히 새만금은 비전 있는 땅이다. 중국이란 거대시장에, 중국 동해 벨트에는 거대기업이 많다.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자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온다. 또 새만금에는 세계 최장의 33㎞짜리 방조제가 있지 않나. 관광 가치가 높다. 중국과 인도 인구를 합치면 30억명이다. 여기에 일본사람들도 있다. 제주도와 새만금 관광을 패키지 형태로 묶는 방법도 구상할 수 있다. 전북도민 180만 명만 볼 것이 아니다. 2010년 오픈스카이를 대비해, 새만금 비전을 보고 미리 둥지를 틀려고 하는 것이다."

"기존 항공요금 거품 많아 ... 방송광고비 참 아까워"

- 7일부터 김포-제주 구간 운항을 시작한다. 최저 운임은 얼마인가.

"1만 900원부터다. 최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좌석을 10% 배정해놓고 있다. 주중이든 3개월 전이든, 미리 예약하면 된다. 부지런한 고객은 싸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제일 좋은 비행기니까, 제일 저렴한 가격이라고 본다. 그 외 운임은 홈페이지를 참고해달라(웃음)."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스타항공은 저가항공사나 제4의 저비용항공사가 아니다. 제일 안전하고 좋은 최신형 비행기를, 거품을 뺀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짜릿한 즐거움을 드리는 국민항공사다.

기존 항공요금에는 여전히 거품이 많다. 그 거품으로 쓰는 방송광고비가 참 아깝더라. 그런 걸 하지 않더라도 편하고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는, 이 자체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것 아닌가. 그럼으로써 국민과 함께, 국민이 성장시킬 수 있는 항공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애정과 비판 부탁드린다."

만루홈런 두 방, 이상직 회장은 누구?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
ⓒ 이정환
저비용항공

이상직 회장은 '만루홈런 두 방'으로 일찍부터 두각을 드러냈던 인물이다. 현대증권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주식투자로 큰돈을 번 것이 첫 번째 만루홈런이었고, 그 돈을 바탕으로 2001년 플랜트 분야의 (주)케이아이씨(KIC)를 인수하면서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장은 인수 당시만 해도 하향곡선을 그리던 KIC를 매출 2천 억 원의 중견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경영 6년 만에 두 번째 만루홈런을 친 셈이다.

또한 이스타항공을 출범시킴으로써 KIC그룹은 플랜트엔지니어링, 부품소재 정밀기계, 금융 서비스 등 기존 핵심 사업 외에 항공물류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게 됐다.

<텐배거>는 이 회장이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정리해서 2007년 펴낸 책으로, '텐배거'는 모든 투자자들이 원하는 '꿈의 수익률'을 뜻하는 투자용어다.

이 책에서 이 회장은 '텐배거'를 투자시장 뿐 아니라, 개인의 인생과 각 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10배 성장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