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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고하기 전 고우영 화백의 모습. 사람들은 그의 만화가 다시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가 시대를 뛰어넘는‘이야기의 힘’에 있다고 말한다./조선일보 DB
(동아닷컴 1월 10일 보도)
고우영(高羽榮·1938~2005) 화백의 만화들이 부활하고 있다. '국민 만화가' '만화로 한국남자들을 키운 작가'라는 평가를 듣던 고 화백이 작고한 지 4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출판계의 불황에도 아랑곳없이 열 권짜리 대형 전집의 모습으로 서점에 나온 '신 고전열전'(애니북스)은 1970~80년대 만화들이다. 만화 마니아들조차 "이런 작품들까지 다시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흥분할 만큼 대표작과는 거리가 있을 뿐 아니라 원본 원고조차 사라져버린 것들이었다.
고 화백이 대하 장편의 부담을 털어버린 대신 자잘한 해학과 재치로 버무린 이 짧은 시대극들은 스포츠지 연재 작이었던 '놀부전' '통감투', 추동성이라는 필명을 쓰던 시절의 '도술 삼형제'를 소년중앙에 리메이크했던 '거북바위', 1970년대를 풍미했던 '클로버문고'에 두 권짜리로 포함됐던 고구려 건국 이야기 '아라노와 오가녀' 등이다.
이로써 고 화백의 작고 이후 지금까지 출간되거나 복간된 서점 판매용 만화책은 모두 16종 50권이 됐다. '열국지' '서유기' 등의 대표작은 물론 생생한 극화체가 살아 있는 소년세계 연재 본 '어린이 삼국지' 같은 희귀 작까지 포괄하는 리스트다. '삼국지' '임꺽정' '대야망' 등 2000년 이후 고 화백 생전에 복간된 옛 작품까지 합치면 25종 127권이나 된다.
심지어 고 화백이 1978년에 냈던 자전 에세이 '구름 속의 아이'까지 재 출간됐다. 지난해 7~9월에는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화가, 시각디자이너, 영화감독이 참여한 회고 전시회 '고우영 만화: 네버 엔딩 스토리'가 열렸고 10월에는 15명의 필자들이 만화·문학·미술·역사 등의 각도에서 고 화백을 분석한 비평서 '고우영 이야기'가 나왔다.
- ▲ 그림=고우영화실 제공
'고우영 사후(死後) 신드롬'의 여파는 고 화백의 신문 연재 만화를 본 적이 없을 젊은 세대에까지도 미치고 있다. 청춘 스타 정일우·윤진서가 주연을 맡은 24부작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는 바로 고 화백의 1970년대 작품 '일지매'를 원작으로 한 것이다.
지난 7일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황인뢰 PD는 "화면에 그대로 옮기면 성공이다 싶을 정도로 짜임새 있고 감동적인 원작이어서 나름대로 인물을 해석하려는 연기자에게 '원작 그대로 해!'라고 호통을 쳤다"고 말했다.
왜 지금 다시 고우영인가? 박종성 서원대 교수는 "고우영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삶의 고통을 승화하는 자기긍정과 내일에 대한 강렬한 희망을 지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우영 '수호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武大)는 그 숱한 영웅들 속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지치고 남루한 일상을 견뎌내는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온갖 새로운 것을 다 해 봤으나 결국 공허함만을 안게 된 불황기의 젊은 세대들이 다시 주목하게 된 것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독자들에게 '내일 아침'을 기다리게 했던 고우영 연재만화의 저력이다"라고 말했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고우영 만화는 요즘 만화들에 비하면 만화적인 연출이 세련된 것은 아니지만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이야기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지매는 자신을 사랑하는 수많은 여인을 받아들일 수 없는 비극적인 존재인 동시에, 평범한 대중의 욕망을 담아낸 시대의 영웅으로 읽혔다. 유비와 장비 같은 '삼국지'의 주인공들은 기존 인물들의 전형성을 과감히 벗어 던진 파격적인 해석으로 사랑을 받았다. 1970년대 도시에서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던 사람들과 엄숙하고 무거운 사회 분위기에 압도당한 청춘들을 위로하던 그 힘이, 이 우울한 시대에 다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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