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대장정 제12구간] 도솔봉 - 식생 고도에 맞추어 식물도 변하기 시작한다 바위지대에 등대시호·솔나리 자라고 왜솜다리는 최대 군락으로 추정 | ||||||||||
문봉재~저수재를 거쳐서 죽령에 이르는 백두대간 구간은 백두대간의 고도가 서서히 높아지기 시작하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산세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이 구간에는 최고봉인 도솔봉이 해발 1,314m의 높이를 자랑하며 우뚝 솟아 있다. 이렇게 해발 1,300m대를 넘어선 이후 백두대간은 소백산 산군으로 들어서서 1,300~1,400m대를 유지함으로써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위세를 보인다.
고산식물들이 위도가 낮고 고도도 낮은 이곳 산들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이곳 백두대간 능선의 바위지대가 식물 생육에 있어서 고위도 지방의 환경과 비슷하기 때문이 것으로 여겨진다. 숲이 있는 능선보다 바위가 있는 능선은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우며, 직사광선을 더욱 많이 받을 수 있는 등 고위도 지방의 환경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200km만에 식물 모습도 달라져
저산지대의 바위지대에 살아남은 북방계 식물로 대표적인 것이 솔나리, 등대시호, 왜솜다리 등이고, 이밖에 바위떡풀이나 잣나무 같은 것들도 이런 식물로 볼 수 있다. 백두대간 도솔봉 구간에서도 이런 식물들이 없을 리 없다. 바위지대라는 것을 만들어 겨우 북방계 식물들을 키워내는 덕유산 이후 지금까지의 구간보다 높이 면에서 월등히 높은 산이기 때문이다.
도솔봉 정상은 단지 고도만이 1,300m를 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온통 바위의 성으로 만들고 있다. 이곳에 북방계 식물인 솔나리와 등대시호가 자라고 있다. 솔나리는 만주와 우수리에서부터 한반도까지 분포하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야산, 남덕유산, 구미 금오산 등을 남쪽 경계로 하여 경북, 충북, 경기도, 강원도 지역의 높은 산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꽃은 6~8월에 줄기 끝에서 밑을 향해 피며 밝은 홍자색이고 지름 6~10cm이다.
등대시호는 세계적인 분포가 솔나리와 비슷한 산형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만주와 우수리, 그리고 한반도에만 자라므로 세계적으로 볼 때 분포지역이 매우 좁다. 백두산에서는 해발 2,000~2,500m 지역에 분포하는데, 수목한계선 부근의 고산초원에서는 무리 지어 자라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뿌리줄기가 발달해 굵게 자라며, 가지가 갈라진다. 줄기는 높이 20~70cm인데, 남한에서는 70cm까지 크게 자라는 경우를 잘 볼 수 없다. 꽃은 8~9월에 노란 색으로 피고, 열매는 9~10월에 익는다. 도솔봉의 등대시호는 백두대간을 따라 설악산에 이를 때까지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더한다. 남한에서 분포지가 매우 한정된 희귀식물로서 지금까지 발견된 곳은 설악산, 도솔봉, 속리산, 남덕유산뿐이다. |
바위지대 정상 부근은 북방계 식물 보금자리
▲ 물레나물 산속의 양지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6~8월에 피며 지름 4~6cm이고, 낫처럼 생긴 꽃잎이 물레 모양으로 늘어선다. |
묘적봉(,1148m)에서 대간을 따라 도솔봉쪽으로 오노라면 그 전주곡쯤에 해당하는 식물을 만날 수 있는데,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 왜솜다리가 그것이다. 대야산 정상부와 조령산 구간에서 몇몇 개체를 만났던 그 왜솜다리가 큰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는 것이다. 설악산 등 강원도의 높은 산에도 자라고 있지만, 이곳처럼 많은 개체가 자라는 곳은 매우 드물다.
▲ 산앵도나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높은 산 능선에 자라는 한국특산의 떨기나무로, 가을에 익는 열매는 갈증을 달래기에 좋다. |
하지만, 생육지는 백두대간 능선이 아니라 계곡이나 마을쪽으로 뻗은 가지능선으로서, 이런 곳의 고도는 도솔봉의 경우 800~1,000m 정도이고, 백두대간이 북쪽으로 가며 위도가 높아질수록 그 고도는 더욱 낮아진다.
백두대간 주능선에서 소나무가 많이 보이지 않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능선에서 소나무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간간이 보이기는 하지만, 황학산 이후 저지대 산지의 백두대간 주능선에서 주를 이루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하지만 마을 근처에서부터 대간 가까이에 이를 때까지 여전히 많은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대간 주능선에서 소나무를 대신해 숲을 이루는 식물은 대부분의 경우 신갈나무다.
▲야광나무 속리산 이북의 산속 물가에 자라는 장미과의 작은키나무로, 높이 3~6m이며, 꽃은 5~6월에 피고 꽃잎이 5장이다. |
백두대간 도솔봉 구간은 주능선의 높이에 걸맞게 동쪽과 서쪽으로 여러 골짜기와 능선들을 빚어 놓고 있는 품이 큰 산이다. 백두대간이 남북으로 뻗어가며 솔봉(1,103m), 묘적봉, 도솔봉, 삼형제봉을 세워 놓고, 이 산줄기를 경계로 동쪽의 경북 예천시 상리면, 영주시 봉현면과 풍기읍, 서쪽의 충북 단양군 대강면을 가르고 있다.
▲ 좀담배풀 숲속에 자라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8~10월에 아래를 향해 피며, 열매는 점성이 있어서 잘 달라붙는다. |
이처럼 너른 산세와 수계를 가진 도솔봉 일대는 묘적봉 아래의 묘적령을 경계로 하여 소백산 국립공원의 남쪽 끝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죽령을 경계로 소백산과는 다른 산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생태계 보전 차원에서 국립공원에 포함시켜 관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 좀바위솔 높은 산의 바위 겉에 드물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줄기는 높이 8~10cm이며, 만주와 한반도에만 분포한다. |
또한 마을 근처에는 일본이깔나무 조림지가 넓게 자리 잡고 있기도 하며, 인위적인 간섭에 의해 침투한 산딸기나무, 곰딸기, 칡 등이 자라고 있다. 마을을 벗어나 산 속으로 들어서도 백두대간 능선까지 여전히 일본이깔나무의 조림지를 만날 수 있다. 사동리쪽에서 백두대간쪽으로는 임도도 8km 이상이나 놓여 있는데, 곳곳에서 산사태를 일으키고 있으며, 1,000m가 넘는 곳의 임도 주변까지 산 아래에나 자라는 산딸기나무, 질경이, 꿀풀, 큰뱀무 등의 자생식물과 달맞이꽃, 미국쑥부쟁이, 개망초 같은 귀화식물들이 유입되고 있다.
▲ 참산부추 산 능선과 사면에 자라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8~10월에 피며, 잎이 납작하므로 산부추와 구분할 수 있다. |
백두대간 마루금이 가까워지면 자연성이 높은 곳에서는 신갈나무 군락이 발달한다. 특히 도솔봉 정상에서 사동리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일대는 수령이 오래된 신갈나무가 천연림에 가까운 모습으로 숲을 이루고 있다. 아름드리 신갈나무숲 속에 투구꽃, 노루오줌, 개시호, 오리방풀, 속단, 수리취, 단풍취 같은 깊은 산에서 볼 수 있는 여러해살이풀들이 자라고 있다. 도솔봉 일대의 자연성이 회복되면 어떤 숲이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대간엔 신갈나무숲, 중간층엔 굴참나무숲이 발달
▲ 새끼꿩의비름 산속의 바위 근처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8~10월에 피며, 꽃과 함께 살눈이 생겨서 번식한다. |
정상부의 바위지대에서는 신갈나무가 키가 작아져서 떨기나무처럼 자라고 있으며, 뽕잎피나무, 쇠물푸레 등도 섞여 있고, 풀로는 구실사리, 돌양지꽃, 등대시호, 개쑥부쟁이, 구절초, 왜솜다리, 솔나리, 대사초 등이 자라고 있다. 도솔봉 정상은 헬기장으로 되어 있고, 주변에서 질경이, 개쑥부쟁이, 구절초, 개솔새 등이 보인다.
글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koreanplant.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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