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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 속에서 피어나는 맛, 장아찌

장독 속에서 피어나는 맛, 장아찌
[맛있는 이야기] 장아찌는 오래 저장해도 변하지 않은 음식
김용철(ghsqnfok) 기자
▲ 여러가지 장아찌가 구절판에 담겨져 있다
ⓒ 맛객

▲ 참외장아찌, 덜익은 풋참외로 만든다
ⓒ 맛객

▲ 매실장아찌
ⓒ 맛객

▲ 더덕장아찌
ⓒ 맛객

▲ 감장아찌
ⓒ 맛객

▲ 두릅장아찌
ⓒ 맛객

▲ 만화<식객>에도 소개 된 굴비장아찌
ⓒ 맛객
아삭아삭 씹히면서 짭쪼롬한 맛

지금도 생각나는 그 맛, 아삭아삭 씹히는 맛! 파란 참외로 만든 참외장아찌를 어찌 잊으랴. 짭쪼름하면서도 시원하고 개운한 뒷맛! 시골 농가에는 집집마다 장아찌 한두 가지 없는 집이 없었다. 장아찌는 채소가 나지 않을 때나 반찬이 떨어졌을 때 요긴하게 바로 꺼내먹을 수 있는 좋은 저장식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김장과 장 담그는 일을 몹시 중요하게 여겼다. 특히 장은 우리 식문화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양념으로 쓰인다. 일찍이 실학자 정약용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도 '농가월령가' 3월령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인가의 요긴한 일 장 담그는 정사로다.
소금을 미리 받아 법대로 담그리라.
고추장 두부장도 맛맛으로 갖춰 담으소.


선인들의 장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은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요긴하게 쓰이지만 영양학적인 면에서도 매우 우수한 식품이다. 특히 콩으로 만든 된장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단백질과 지방의 공급원이다. 그것도 콜레스테롤 염려 없는 양질의 식물성 단백질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다.

또 콩에는 항암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는데 콩을 이용한 발효식품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재래된장을 말한다. 실제로 암예방협회에서는 암예방을 위한 15가지 수칙을 발표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매일 된장국을 먹는 일이다. 된장은 그밖에도 고혈압, 노화방지, 간 기능 강화에도 좋은 효능을 지니고 있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건대 변비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다. 저녁에 싱겁게 끓인 된장국 한 그릇을 마시고 자면 다음날 아침 뻥 뚫리는 쾌감을 만끽할 수 있다. 첫날부터 효과를 볼 수는 없겠지만 1주일만 습관 들이면 웬만한 섬유소 섭취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 된장과 고추장이 맛있게 발효되고 있다
ⓒ 맛객
그런데 이처럼 훌륭한 우리 전통식품을 멀리하는 사람도 있나 보다. 일부 젊은 주부나 상류층 집안에서는 일본의 미소된장을 애용한다고 하는데 그건 우리 된장의 우수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미소된장이 영양 면에서 결코 앞서갈 수 없는 게 한국 재래된장이다.

시골 농가에서는 맛있게 발효된 장독 하나만 있으면 반찬이 없어도 든든했다. 된장이나 고추장은 각종 푸성귀에 쌈 양념으로, 밭에서 딴 풋고추에 찍어먹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 해치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 장독 속에는 철에 나는 각종 채소들을 넣어둬서 보관해 두었다.

지금이야 사철 채소가 나오기 때문에 저장식품에 대한 인식이 옅어졌지만, 그 전에는 철에 맞춰 간장 된장 고추장에 넣어 저장해둔 장아찌가 많으면 알뜰한 살림꾼으로 인정받았다.

된장의 염도와 미생물의 발효에 의해서 독특한 질감과 아삭거리는 식감이 좋은 장아찌는 쌀을 주식으로 삼는 우리 식탁에서 개운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입맛 없을 때 물 말은 밥에 짭쪼롬한 장아찌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비우는 건 문제도 아니다.

▲ 지난 가을 산에서 딴 산초열매로 만든 장아찌가 맛이 베었다
ⓒ 맛객
장아찌류는 특히 전라도에서 많이 난다. 전라도는 바다에서 나는 것은 모두 젓갈로 담그고 밭에서 나는 것은 모두 장아찌로 담근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장아찌 종류가 많다. 이처럼 대부분의 채소는 장아찌가 가능하지만 그래도 피해야 할 채소가 있다면 수분이 아주 많거나 섬유소가 적은 것이다. 수분이 많으면 장으로 물이 흘러나와 맛을 떨어뜨리고 섬유소가 적으면 질겨서 식감이 안 좋기 때문이다.

올 봄에는 철에 나는 채소나 열매 한두 가지 장아찌로 만들어 두었다가 여름철에 밥맛없는 입을 행복하게 해 주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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