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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 춘곤증 싸악 씻어주는 창원 북면으로 가자 산과 들에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날씨가 점점 포근해지면서 온몸을 파고드는 피로를 도저히 이겨내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보아도 별로 먹고 싶지도 않고,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말하는 것조차도 싫어진다. 모든 것들이 귀찮고 짜증스럽기만 하다. 그저 늘어지게 잠이나 한번 자 봤으면 원이 없겠다… 온몸이 물로 변한 것처럼 흐느적거리면서 기운이 하나도 없다…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해도 돌아서면 또다시 하품이 나온다… 일을 하려고 해도 정신이 한군데로 쏠리지 않고 어지럽기만 하다… 화장을 하려고 해도 화장이 잘 먹지 않고 이상하게 얼굴이 푸석거린다… 이 모든 것들은 해마다 봄만 되면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그 지긋지긋한 춘곤증이 몰고 오는 증상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춘곤증을 훌훌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있다. 지난 겨우 내내 쌓였던 온몸의 피로를 한꺼번에 풀어주고, 나른한 춘곤증까지 한꺼번에 쫓아내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곳이 있다. 그곳은 사시사철 뜨거운 물이 퐁퐁퐁 솟아나는 경남 창원 북면 마금산 온천과 그 온천을 에워싸고 있는 시장통 곳곳에서 파는 해장국집들이다. 특히 지금 그곳에 가면 산자락 곳곳에 활짝 피어난 매화와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꽃까지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창원 북면이 자랑하는 북면 막걸리에 꽃잎 몇 장 띄워 천천히 마시고 있으면 신선이 따로 없다.
소 내장은 밀가루와 소금으로 오래 버무려야 제맛이 난다 "제가 중학교 다닐 때부터 엄마가 온천욕을 즐기고 가는 손님들에게 선지해장국을 끓여 팔았지예. 그때 저는 어머니께서 끓인,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선지해장국에 국수를 말아먹는 것을 참 좋아했어예. 음식장사란 게 다른 일보다 힘이 많이 들지만 제가 만든 음식을 드신 손님들이 맛있게 잘 먹었다고 할 때 가장 보람차지예." 지난 21일(화) 저녁, 가까운 벗들과 오랜만에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다 속풀이라도 하자며 찾았던 '장터국밥'(창원시 북면 신촌리)은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이어받은 선지해장국 전문점이다. 특히 이 음식점은 창원이 자랑하는 북면 마금산 온천이 바로 옆에 있어 매끄럽고 따뜻한 온천물에 온몸을 포옥 담가 삶에 찌든 피로까지 풀어낼 수 있어 더욱 발길이 자주 가는 곳이다. 이 집 주인 김경란(42)씨는 "어릴 때부터 제 엄마의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겨있는 선지해장국을 많은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다"고 말한다. 이어 "선지해장국을 만드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라며, "선지해장국에는 소내장이 들어가기 때문에 밀가루와 소금을 곁들여 오랫동안 버무려야 한다"고 귀띔한다. 그렇게 해야 소내장 특유의 느끼하고 비린 맛이 깡그리 사라지고, 개운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또한 양, 곱창, 염통, 머릿고기 등 소 부위별 고기가 조금씩 다 들어가는 선지해장국은 12시간 이상 고아낸 뽀오얀 사골국물을 써야 구수하고도 깊은 맛이 난단다.
"소의 피인 선지는 철분이 많이 들어있는 고단백 식품이어서 봄철 빈혈이 자주 일어나는 사람들과 임산부들에게 참 좋지예. 게다가 선지해장국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는 우거지와 숙취해소에 좋은 콩나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독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 봄철 춘곤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그만입니더." 그렇다. 선지해장국은 예로부터 당뇨병의 혈당치를 낮추는 것은 물론 직장암과 담석증 예방에도 큰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선지해장국에 반드시 들어가는 우거지는 몸 안의 피를 만들어 내는 조혈작용까지 있어, 선지에 듬뿍 들어있는 철분의 흡수까지 도와준다고 한다. 김씨는 "선지는 알맞게 잘 삶아야 씹히는 맛이 찰지고 선지 특유의 고유한 맛을 낼 수 있다"고 속삭인다. 기자가 "선지를 어떻게 삶아야 그런 맛이 나느냐?"라고 묻자 김씨는 "싱싱하게 잘 굳은 선지를 체에 담아 흐르는 물에 씻어 핏물을 적당히 빼고, 끓는 물에 한 번 삶은 뒤 맑은 물로 헹구면 된다"고 말한다. 이 집에서 선짓국을 끓이는 방법은 꽤 까다로워 보인다. 먼저 오래 고아낸 사골국물에 미리 손질한 양과 곱창, 머릿고기 등 소 부위별 고기를 골고루 넣고, 우거지와 여러가지 채소, 무, 콩나물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그 다음 팔팔 끓는 국물에 잘 삶은 선지를 넣고, 빻은 마늘과 송송 썬 대파를 올리면 된다.
선지해장국 한 그릇이면 온몸이 새처럼 가벼워진다 김씨에게 선지해장국(5천 원)과 소주 한 병을 시키자 우선 밑반찬으로 파릇파릇한 봄동무침과 잘 버무린 취나물, 시뻘건 깍두기, 잘 익은 김장김치, 싱싱한 풋고추와 마늘, 집에서 담근 된장 등을 나무 탁자 위에 올린다. 깨소금과 참기름, 고춧가루 등을 듬뿍 넣고 잘 버무린 싱싱한 봄동무침을 보자 군침이 절로 맴돈다. 봄동무침을 한 젓가락 집어 입에 넣자 금세 입 안 가득 봄내음이 폴폴 풍기기 시작한다. 유기농법으로 직접 기른 채소만을 쓴다는 김씨의 말을 미리 들어서일까. 가끔 집어먹는 취나물과 깍두기, 김장김치의 맛도 색다르다. 특히 집에서 담근 된장에 싱싱한 풋고추를 찍어 먹는 그 맛도 고향의 맛 그대로다. 약간 매콤하면서도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감도는 풋고추를 안주 삼아 소주를 홀짝거리고 있을 때 김씨가 김이 폴폴 피어오르는 선지해장국과 쌀밥 한 공기를 탁자 위에 올린다. 선지해장국 국물을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자 느끼한 맛은 온데간데 없고 얼큰하면서도 뒷맛이 참 깔끔하다. 선지해장국 속에 든 찰진 선지와 콩나물, 우거지를 건져 먹는 맛도 기막히다. 쌀밥 한 공기 선지해장국에 말아 소주 한 잔 곁들여 후루룩후루룩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먹고 있자니, 이 세상 부러울 게 하나도 없다. 어느새 이마와 목덜미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송송송 맺힌다. 지난 겨우 내내 오래 묵은 숙취와 힘겨운 세상살이에 시달린 온갖 피로가 굵은 땀방울 속에 쏘옥쏙 빠져나오는 듯하다.
"음식은 아무리 좋은 재료로 잘 만들어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제맛이 안 나지예. 어머니의 손맛이란 것도 곧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을 말하지예. 제가 어릴 때 제 엄마가 그랬듯이, 저도 제 자식과 저희 집을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제가 만든 이 음식을 먹이는 재미로 살지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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