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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개떡

"개떡이지만, 쑥개떡은 격이 다르네!"
몸에 좋은 쑥이 들어가면 개떡도 최고가 된다
전갑남(jun5417) 기자
▲ 완성된 쑥개떡. 봄을 느끼기에 좋은 음식이다.
ⓒ 전갑남
오늘 아침은 유난히 뒷산에서 새들이 재잘거리며 울어댄다. 자기들끼리 군수 선출이라도 하는 모양이다. 많은 군중 앞에서 어떤 녀석이 내가 군수가 되어야 한다고 떠들어대자, 한 편에서 “옳소!”라고 하고, 다른 편에선 “넌 안 돼!”라고 소리를 지르는 듯 시끄럽다.

새들이 떠드는 소리에 바람이 잠잠하다. 햇살은 따스하다.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일 가운데 신나는 일이 무엇일까? 나들이 겸해 나물을 캐면 딱 좋을 것 같다. 나물을 캐며 봄을 만져보고, 햇나물로 음식을 만들어 잃은 입맛을 되찾아보면 어떨까?

향긋한 쑥개떡이 생각나네!

오늘 같은 봄날. 방안에만 있기가 답답하여 쑥이라도 캐볼 심산으로 밖에 나왔다. 마당 앞 빈 텃밭에는 동네 아줌마들이 나물을 캐며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냉이 캐시는 모양이네요.”
“돌미나리도 나와 있는 걸요.”

“쑥은 아직 어리죠?”
“그러네요. 선생님, 쑥 캐시려고?”

“제가 쑥개떡을 좋아하거든요.”
“쑥은 아직 일러요. 한 열흘 지나야 되겠어요.”

봄에 나오는 나물 중 으뜸은 쑥이다. 양지바른 풀밭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게 쑥인데, 쑥 캐기는 아직 이른 모양이다.

쑥 캐는 일은 다음 주로 미루고 안으로 들어왔다. 마침 집에 보관해 둔 쑥이 있어 그것으로 쑥개떡을 해먹으면 좋을 것 같아 아내에게 물었다.

“당신, 오늘 시간 있지?”
“왜요?”

“쑥개떡 해먹게.”
“바빠 죽겠는데. 저녁때나 해먹죠.”

며칠 전, 쑥 이야기를 하다가 잘 아는 분이 쑥을 냉동 보관한 것이 있다며 가져다주었다. 쑥을 아주 좋아하는 분으로 새봄에 또 뜯으면 된다고 준 것이다. 그것으로 맛난 쑥개떡을 해먹으면 좋을 듯싶어 아내에게 주문한 것이다. 바쁘다면서도 이것저것 챙긴다.

▲ 쑥은 데쳐서 냉동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 전갑남
봄이면 우리는 쑥을 많이 뜯는 편이다. 따스한 봄날 아내와 함께 오순도순 쑥을 뜯으면 건강한 기가 몸에 스미는 듯하다. 이렇게 캔 쑥은 끓는 물에 데쳐 주먹만큼씩 뭉쳐 냉동실에 보관하여 둔다. 한 뭉치씩 꺼내 조갯살이나 마른 새우를 넣어 쑥된장국을 끓이고, 쑥개떡도 해먹는다. 쑥 요리는 생각날 때마다 해먹는 우리 집 별식이다. 추석 때 송편을 빚어 먹는 것으로 우리 집 쑥은 드디어 동난다.

몸에 좋은 쑥이 들어가면….

쑥은 우리 민족과 관계가 깊어 단군신화에도 등장한다. 쑥은 신비한 약효를 지니는 식물로 예로부터 귀중히 여겨왔다. 한방에서는 복통·토사(吐瀉)제로 쓰고, 특히 가을걷이 낫질에 손이라도 베면 쑥을 뜯어 지혈을 하곤 했다. 이곳 강화에서는 5월 단오에 사자발쑥을 채취하여 말린 것을 갖가지 약재로 쓰고 있다.

▲ 양지바른 데는 벌써 쑥이 올라오고 있다. 질긴 생명력을 가진 쑥은 쓰임새가 많다.
ⓒ 전갑남
또한 쑥의 쓰임새는 약재뿐만 아니라 뜸을 뜨는 재료로, 쑥차와 같은 각종 음식재료로 개발되었다. 된장을 풀어 토장국을 끓이면 향긋한 냄새가 아주 좋다. 하지만 쑥은 뭐니 뭐니 해도 떡을 해먹어야 그 맛이 으뜸이다. 초봄에는 쑥버무리와 쑥개떡을 해먹고 추석에는 쑥송편을 빚어 먹는다. 그 중 가장 손쉬운 것이 쑥개떡이다.

원래 개떡하면 보리개떡을 생각한다. 예전 식량이 부족하던 시절, 거친 보리 싸라기를 빻아 반죽하여 납작납작한 반대기를 만들어 밥 지을 때 얹어 찐 게 개떡이다. 양식이 부족해 보리개떡조차도 겨우 만들어먹었던 때였다. 오륙십 년대에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했던 그 시절은 보리개떡도 감지덕지였다.

지금 생각하면 개떡은 맛으로 먹었다기보다는 끼니를 때우고, 식량을 아끼기 위해서 먹었던 것 같다. 개떡 뒤에 붙어 있는 밥풀을 떼먹으면 그 맛이 얼마나 맛있었던가?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먹었던 그 개떡이 요즘도 생각난다.

요즘 해먹는 쑥개떡은 예전 보리개떡에 비하면 호사스런 음식임에 틀림없다. 쌀이 들어간 별식이고, 거기에 맛난 강낭콩이 들어가 예전에 비하면 맛에 있어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봄에는 쑥개떡이 최고!

오후 늦게 아내가 방앗간에서 멥쌀에 쑥을 넣어 찧어왔다. 거의 반은 반죽이 되어왔다. 예전에는 절구방아에 쌀을 찧어 체로 거르고, 거기에 쑥을 넣어 다시 찧으면서 반죽을 하였다. 아내가 익반죽을 하다말고 뭐가 생각났는지 내게 묻는다.

▲ 쑥개떡 찌는 아내
ⓒ 전갑남
“참 세상이 편리해졌죠?”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지?”

“그렇잖아요. 쑥개떡 하나 해먹는 것만 보아도 지금은 일도 아니잖아요.”
“모든 게 그렇지, 뭐. 여름에 모깃불 피울 때 쑥 태운 것은 생각 안나?”

“나죠. 온 집안이 쑥냄새로 뒤덮이고, 눈은 얼마나 매웠어요. 낭만적이었죠?”
“정말 그런 거 같아.”

뭐든 예전에 비하면 세상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하지만 보리개떡으로 끼니를 때우고, 모깃불 피워 모기를 쫓았던 어려운 때를 잊지 못하는 것은 살면서 소중한 것을 알고, 그것을 고이 간직하려는 마음 때문이리라.

▲ 쑥을 넣어 멥쌀가루로 익반죽한다.
ⓒ 전갑남
▲ 강낭콩은 흑설탕으로 졸여 사용하면 달짝지근한 맛을 더한다.
ⓒ 전갑남
▲ 강낭콩을 고명으로 얹어 찜통에 찌면 맛있는 쑥개떡이 된다.
ⓒ 전갑남
아내가 강낭콩을 흑설탕에 졸인다. 약한 불에 자작하게 졸이는 냄새에서 단내가 난다. 나는 쑥반죽을 납작납작하게 펴 반대기를 만든다. 손에 느끼는 촉감이 부드럽다. 반대기 위에 강낭콩을 고명으로 얹으니 꽃처럼 예쁘다. 찜통에 하얀 천을 깔아 반대기를 올려놓는다. 뜨거운 김으로 떡을 쪄낸다. 흰색에 가까운 반죽이 점점 익어가자 진한 쑥색을 띈다. 향긋한 쑥냄새에 군침이 돈다.

“야! 정말 맛있네! 봄에는 역시 쑥개떡이 최고야!”

▲ 쑥향이 나는 쑥개떡은 고향의 맛이다.
ⓒ 전갑남
다 익은 쑥개떡을 꺼내기가 무섭게 대여섯 개가 순식간에 없어진다. 쫀득쫀득한 맛에 강낭콩의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딸아이도 손으로 호호 불며 먹는 폼이 맛있다는 표정이다.

희망의 새봄! 다음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쑥을 캐러 가야겠다. 오늘 떠들어댄 새들이 쑥개떡과 같은 맛을 아는 자기네 일꾼을 군수로 뽑았는지 귀 기울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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