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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음식치고 손이 적게 가는 것이 있겠는가. 김부각도 둘째 가라면 서럽다. 김 한 장 한 장에 찹쌀풀을 바르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것을 멍석처럼 널찍한 바닥에 간격 맞추어 널어놓는 사람. 그리고 찹쌀풀이 발라진 김 위에 깨를 찍어 모양을 내는 사람까지 3인 1조의 팀이 필요하다. 이른바 바르고 널고 찍고 세 박자가 얼마나 조화롭게 손발을 맞출 수 있느냐로 일의 진척도에 차이가 나는 것이다.
"처음 한 장은 풀을 조금 묻혀서 얇게 발라야 돼요. 그 위에 붙인 김에는 많이 발라 줘야 깨가 잘 붙재." 손을 부지런히 놀리면서도 언제 다른 분 하는 것까지 보고서는 김부각 만들기 노하우 중 하나를 일러 주신다. "안 먹고 말지. 요즘 세상에 누가 이런 것을 만들어 먹는다요. 먹고 싶으면 백화점에 가서 사 먹는 게 낫지, 김부각 한번 먹으려다가 몸살 나겠네." 사진 찍으러 갔다가 졸지에 사진 아닌 깨를 찍으며 나는 투덜거린다. "백화점 가서 만들어진 것 먹어봐라. 이런 맛을 볼 수 있을지 아냐?" 엄마의 한마디는 한낱 말발이 아니고 사실이다.
한 장의 김부각이 탄생되는 데는 잦은 손길과 48시간 이상이 필요했으나 먹어 치우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야말로 게눈 감추는 시간. 김부각이 마르기를 기다리며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엄마는 화전도 부쳤다. 지천에 흐드러진 매화와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진달래를 수놓은 화전으로 부각팀은 간식을 먹었다. 볕이 좋은 한나절 나란히 줄 맞추어 마당에 널린 김부각을 보며 엄마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했다. 자극적이지도 않는데 자꾸 손이 가는 김부각 맛의 비결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만드는 이의 은근과 끈기가 시간과 잘 버무려진 먹거리. 인스턴트와 차별화되는 바로 이 미덕이 입맛을 당기게 하는 중요한 요인은 아닐까. 입이 심심할 때 간식으로, 손님 오셨을 때 접대용으로, 요긴한 밑반찬으로 한동안 김부각은 사찰 식구들 입을 즐겁게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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