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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의 고장 홍천

[新택리지]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땅, 무궁화의 고장 홍천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강원 영서내륙의 중심. 홍천에서 발원해 홍천에서 끝나는 맑고 깨끗한 홍천강과 백두대간의 원시림이 잘 보존된 청정지대다. 나라꽃 무궁화를 널리 보급한 충절의 고장. 청정성과 환경성, '생명·건강산업'으로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 [화보]무궁화의 고장 홍천

조선 초기의 문신인 서거정은 <학명루기>에 ‘홍천은 산과 물이 둘러있고, 깊고 궁벽한 곳에 있으면서 잘 다스려졌다’고 썼다. 그러나 이제 홍천은 더 이상 깊고 궁벽한 곳이 아니다. 4차선으로 넓어진 44번 국도와 남북을 잇는 중앙고속도로가 홍천을 통과하고, 수도권과 동해안을 잇는 동서고속도로도 올해 개통 예정이다. 홍천에 들어서면 곳곳에 '새로운 변화, 생동하는 홍천'이라는 광고판이 서 있다.

동쪽 서쪽의 말과 기후가 다르다

강원도 영서 내륙의 중앙에 자리한 홍천군은 전국 기조자치단체 중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한다. 서울특별시의 3배 넓이이며 강원도의 10.7%에 달한다. 홍천은 동쪽은 높고 서쪽으로 가면서 점차 낮아진다. 산지가 군 전체의 87%를 차지한다.

홍천강 대진교 주변. 여름에는 강마을을 찾아오는 피서객들로 붐빈다. <홍천군청>


홍천은 서울에서 가까운 강원도 땅이면서도 ‘근대화’ 바람은 가장 더디게 불었다. 그동안 홍천은 동해안으로 가는 통과 지점이었다. 주민들이 “동서 300리”라고 말하는 홍천은 지리상으로도 영동과 영서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같은 고장인데도 기후가 다르고 말이 다르다. 백두대간 험산준령에 기대고 사는 동쪽 사람들은 거센 영동지방 사투리를 쓰고, 서쪽 사람들은 부드러운 경기도 말씨에 더 가깝다. 동쪽과 서쪽의 표고차 때문에 기후도 5℃ 이상은 차이가 난다.

홍천은 고구려시대 벌력천현이었다. 통일신라시대에 녹효현이라 했으며, 고려시대에 홍천현이 됐다. 동쪽은 양양군과 강릉시, 서쪽은 가평·양평군, 남쪽은 횡성·평창군, 북쪽은 춘천시와 인제군에 각각 접한다. 서석면 생곡리 미약골에서 발원해 홍천 중앙부를 지나 북한강 청평호로 흘러드는 홍천강은 예부터 홍천의 가장 큰 젖줄이자 영동과 영서를 잇는 수운(水運)의 요충지였다. 주민들은 “홍천강은 다른 지역의 물이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청정1급수”라고 자랑한다. 홍천읍을 중심으로 상류지역은 화양강, 하류지역은 홍천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홍천강은 북한강 수계에서 자연 하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강이다. 수산, 반곡, 모곡, 마곡, 개야, 남노일 등 강촌마을 ‘유원지’들은 깨끗한 물에 풍성한 모래밭, 자갈밭이 있어 여름철 ‘강수욕장’으로 인기가 높다. 도시를 벗어나 잠깐 사이에 이런 강마을을 만날 수 있다는 게 그나마 우리 시대에 누릴 수 있는 마지막 행운일지도 모른다. 이곳에도 곳곳에 대규모 펜션이 들어서고 있다.

홍천강변 서면 팔봉리에 솟은 팔봉산(327.4m)은 여덟 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팔봉산 제2봉에는 칠성당과 마을 서낭신인 홍씨, 이씨, 김씨 부인을 모시는 삼부인당(三婦人堂)이 있다. 이 당집에서 매년 음력 3월15일과 9월9일에 당굿을 한다. 400년 역사의 당굿을 보기 위해 무당과 무속연구가들이 모여든다.

보리울 마을에서 무궁화로 피어난 남궁억

가칠봉 삼봉약수. 치병 효과가 뛰어난 신비의 약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홍천군청>


홍천강 하류의 서면 모곡리 보리울 마을은 나라꽃인 무궁화의 성지다. 일제 강점기 때 독립 운동가이자 교육자, 언론인이었던 한서 남궁억(1863-1939) 선생은 1918년 향리인 이 마을로 낙향해 모곡교회와 모곡학교를 짓고 교육에 힘쓰는 한편 무궁화를 전국적으로 퍼뜨리는 데 힘썼다. 1933년 체포됐다가 2년 뒤 병으로 석방됐지만 77세인 1939년에 사망했다.

보리울에는 한서기념관과 무궁화동산이 들어서고, 초기의 예배당이 복원돼 있다. 홍천군은 해마다 가을에 남궁억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는 한서문화제를 열고 있다. 홍천군의 캐릭터와 심벌마크도 무궁화 꽃을 형상화했다. 2008년 산림청에서 ‘무궁화 메카 도시’로 선정한 홍천군은 주요 도로변에 무궁화를 본격적으로 심을 계획이다.

홍천이 자랑하는 인물 가운데 또 한 사람이 최승희(1911-1967)다. 우리나라가 배출한 세계적인 춤꾼인 최승희는 남면 제곡리 안말에서 태어났다. 최승희 춤 정신의 계승을 위해 해마다 최승희 춤축제를 연다.

불교문화가 살아숨쉰다

홍천군은 팔봉산과 함께 가리산 미약골, 금학산, 가령폭포, 공작산 수타사, 가칠봉 삼봉약수, 용소계곡, 살둔계곡을 ‘홍천9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서면 팔봉리에 들어선 대명비발디파크가 스키장을 비롯한 사계절복합레저휴양단지로 외지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다.

희망리 삼층석탑. <홍천군청>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한 수타사는 동면 덕치리 공작산(887m) 자락에 있다. 조선 세조 때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을 합해 편찬한 <월인석보> 제17권, 18권이 사천왕상 복장유물로 발견되면서 유명해졌다.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강원도 유형문화재 17호)은 수타사 중심 법당으로 내부 장식이 정교하고 아름답다. 동종(보물 제11-3호), 홍우당부도(강원문화재자료 제15호), 후불탱화 등 수많은 문화재가 간직돼 있다. 월인석보 초간본은 수타사 성보박물관인 ‘보장각’에 있다.

홍천은 강원도 산간 지역 치고는 문화재가 많은 편이다. 홍천의 동부 지역인 내촌면 물걸리 절터에는 통일시대 시대의 삼층석탑(보물 제545호)이 서 있다. 석조여래좌상(보물 제541호),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542호), 대좌(보물 제543호), 대좌 및 광배(보물 제544호)는 보호각 안에 보존돼 있다. 불교 미술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문화재들이다.

그러나 도로는 물론 진입로에도 안내판 하나 없어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현재 보호각 보수공사중인데 관리인도 없이 공사가 중단돼 화재와 도난의 위험으로부터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사지와 샛길 하나로 경계를 지은 민가에서는 개가 사납게 짖어댔다. 입구에 마련된 화장실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물걸리사지는 답사객을 위한 편의시설은커녕 유적지로서의 면모를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물걸리 동창마을은 3·1만세 운동 때 낫과 호미로 무장한 여덟명의 열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자주독립을 외치던 곳이다. 이들 ‘팔열사’를 기리는 기미만세공원과 팔열중학교가 그곳에 있다.

홍천읍 사무소에는 전형적인 고려시대의 석탑인 희망리 삼층석탑(보물 제79호)과 괘석리 사사자 삼층석탑(보물 제540호)이 옮겨져 있다. 이 보물들도 제자리를 지키지 못한 채 읍사무소의 ‘정원석’ 노릇을 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홍천읍 희망리 당간지주(보물 제80호) 역시 주택과 소음에 묻혀 있다.

청정성과 환경성에서 새길 찾는다.

가칠봉 삼봉약수. 치병 효과가 뛰어난 신비의 약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홍천군청>


화천면 말고개는 6·25전쟁 초기 밀물처럼 쳐들어오는 인민군의 탱크를 국군이 맨몸으로 막았던 현장이다. 북방면 화동리에는 부하가 실수로 중대원이 모여 있는 곳에 수류탄을 떨어트리자 자신의 몸을 던져 중대원 100여 명의 생명을 구한 강재구(1937-1965) 소령을 기리는 강재구공원이 있다.

홍천은 한때 12만 명의 인구로 시 승격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현재 인구는 7만 명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홍천은 지역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레저시설 확충, 공장유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 위주 정책은 주민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최근 홍천에는 10여 개 이상의 골프장이 추진되고 있다. 골프장 예정지인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일원에서는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 서식지, 멸종위기 식물인 삼지구엽초 군락지가 발견됐다. 주민들은 골프장건설반대추진위원회를 만들어 반대집회를 여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홍천은 최근 들어 생명·건강산업도시를 미래 홍천의 테마로 홍보하고 있다. 농업군에서 탈피, 산업군으로 전환하는 시발점 역할을 생명·건강산업에서 찾겠다는 전략이다. 2008년 우리나라 최초로 ‘생명·건강과학관’을 개관했다. 생명·건강과학관은 4D영상관, 건강생활관, 생명관, 물관, 체험학습관 등을 갖추고 있다. 홍천읍 연봉리 일대를 생명·건강산업 연구단지로 지정하고 연구센터와 과학관 건립, 관련 기업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홍천 메디칼허브연구소, 서울대학교 시스템 면역의학연구소, 화진화장품 공장 및 연구소 등이 들어서게 된다.

홍천의 특산은 청정성과 환경성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다. ‘홍천강 수라쌀’ ‘늘푸름 홍천한우’ ‘홍천 찰옥수수’ ‘6년근 홍천 인삼’ ‘홍천잣’을 5대 명품으로 홍보하고 있다. 축산분야 블루오션 사업으로 ‘늘푸름한우’와 ‘산우리흑돼지’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산우리 흙돼지는 전국 최초로 재래돼지 품종으로 인정받아 최근 한국종축개량협회로부터 재래돼지 ‘혈통등록증’을 교부받았다.

땅이 넓고 고을마다 환경이 다른 만큼 홍천의 특징을 한마디로 딱 집어내기는 어렵다. 궁벽한 은둔의 땅에서 접근성에 따른 환경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주민들은 서울∼양양간 동서고속도로 개통을 앞두고 개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실제로 수도권과 1시간 거리로 단축돼 인적·물적 교류의 증대로 지역 성장 동력의 한 축이 될 것이다.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사람의 온기와 푸른 산, 맑은 물을 지켜낼 수 있을까.

〈김석종 선임기자 sjkim@kyunghyang.com〉

가는길
수도권에선 양평 지나는 44번 국도를 이용한다. 영남지방에선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해 홍천 나들목으로 접근한다. 충청·호남지방에선 대전~진주간 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등을 이용해 영동고속도로∼만종 분기점∼중앙고속도로(춘천 방향)∼홍천 나들목을 거친다. 홍천강 하류의 모곡유원지, 팔봉산관광지 등으로 접근하려면 44번 국도 양평군 단월면 소재지에서 ‘대명비발디파크’ 이정표를 따라간다. 버스는 서울 상봉터미널(1시간 40분), 동서울터미널(1시간 50분)에서 출발한다.

연락처
홍천군 문화체육과 033-430-2358
홍천군 농업기술센터 033-434-2219
홍천군 경제관광과 033-430-2350,
팔봉산관리사무소 033-434-0813

맛집
홍천원조화로구이/44번국도를 타고 양평에서 홍천으로 가다 홍천읍 못미처에 양지말 화로숯불구이촌이 있다. 각종 야채와 토종벌꿀을 적당히 섞어서 만든 고추장 양념을 돼지고기와 더덕에 발라 2시간 정도 재워서 구워낸다. 033-435-8613
홍천강 민물매운탕/북방면 상화계리에 있다. 홍천강 유원지에는 매운탕을 하는 집들이 많다. 대부분 빠가사리, 꺽지, 메기, 모래무지, 피라미 등으로 매운탕을 끓여낸다. 033-435-8951
느티나무집/수타계곡 들머리에 있다. 매운탕 요리로 유명한 집이지만 강원도 전통 감자 옹심이를 잘한다. 033-436-6292

숙박
비발디파크/스키장, 콘도, 골프장 오션월드 등 부대시설이 다양하다. 033-434-8311
공작산휴양림/2002년에 개장한 사설 휴양림. 033-434-4987
홍천펜션협회/홍천강변 등지에 새로 지은 펜션이 많다. 016-812-0098
가리산휴양림/두촌면 천현리에 있는 자연휴양림. 홍천군에서 관리한다. 033-435-6034

[소읍기행]토박이 시어머니와 필리핀 며느리,홍천 하군두리

경향닷컴 이다일기자 crodail@khan.co.kr
보건복지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 가운데 1.8%가 외국인이다. 이 가운데 혼인을 통해 한국에 온 외국인은 14만여 명. 강원도 철원 민통선 마을부터 남쪽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고루 퍼져 있다.

☞ [화보] 홍천 '하군두리'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 하군두리에는 두 명의 필리핀 며느리가 있다. 메리제인(35세)씨는 이 마을에 시집온 지 10년째다. 그 동안 세 명의 아이를 낳아 벌써 두 아이는 초등학교에 다닌다. 농사일을 하는 집을 도와 벼농사, 밭농사에 하우스 재배까지 척척이다. 한국어도 공부해 일상적 대화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TV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요즘 제일 재미있다고 한다.

50m쯤 떨어진 집으로 시집온 레이지(32세)씨 역시 필리핀에서 왔다. 메리제인씨보다 몇 년 늦게 와서 이제 큰 아이가 6살이다. 시부모님을 모시며 9남매의 맏며느리로 살고 있다. 하지만 시골 생활도 이제 끝난다. 경기도 일산에서 일하게 된 남편을 따라 조만간 이사하게 됐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모두 아쉽다고 한다.

이들이 살고 있는 홍천군 서석면은 예부터 산과 물이 좋은 고장이었다. 땅은 기름져 쌀과 옥수수, 보리를 재배하기 적당했고 홍천강의 지류인 내촌천과 청량천이 흘러 사람 살기 좋은 곳이다. 30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는 김진예씨는 “옛날부터 장작불에 이밥 먹는 마을”이라며 넉넉한 마을에 대해 설명했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금연화 할머니에게 마을 자랑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여긴 뭐 아무것도 없지 뭐…”라면서 “그래도 먹고사는데 참 좋은 곳이야”라고 말을 이었다. 예전에는 벼농사를 해서 마을이 풍족했고 요즘엔 비닐하우스에 특용작물을 재배해서 생계를 이어간다고 한다. 주변에 뚜렷이 알려진 관광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게 할머니의 자랑.

“그나저나 젊은 사람들이 좀 많이 왔으면 좋겠어”라며 아쉬운 말을 남긴다. 본인도 평생 이곳에서 나고 자랐고 9남매를 키워냈으니 이 마을의 산 증인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여기도 사람 살기 좋고 공기 좋은 곳인데 젊은 사람들은 도시만 찾아간다”고 평생을 시골에서 살아온 할머니는 푸념한다.

외국인 며느리와 살아보니 어떠냐는 질문에는 며느리 자랑이 그치질 않았다. “처음 와서는 말도 안 통하니 걱정했지. 그런데 눈치가 빠르고 적극적이더라고”, “금세 일도 배우고 말도 배워서 이제는 어느 집 며느리 부럽지 않아.”

9남매 중에 또 외국인 며느리가 들어와도 좋겠냐는 질문에는 “다 지들 알아서 할 것이지 뭐. 늙은이가 하란다고 요즘 애들이 말 듣나 뭐”, “시골에 요즘 누가 와서 살고 싶겠어”라고 말을 흐렸다.

금 할머니는 젊은이들은 도시를 찾아 떠났지만 이곳이 좋다고 한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았지만 여기가 좋아”, “우리 애들을 비롯해 젊은이들이 다 떠나갔지만 우리 시아버지도, 할아버지도 여기 산에 모셨다”며 “나도 여기서 살다 가면 되는 거지 뭐…”라고 말한다.

홍천의 하군두리는 우리나라 농촌 마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는 비옥한 토지와 맑은 물로 사람살기 좋은 땅이었지만 젊은이들은 도시를 찾아 떠나가고 노인들만 남은 노령화 마을이 됐다.

서울에서 강원도를 가는 길 가운데 있는 홍천은 ‘길목’이다. 머무르지 않고 들러서 지나가는 중간 지점인 것이다. 하군두리 역시 도로는 일찍이 뚫렸지만 마을 개발은 더디게 진행됐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포장된 도로가 많지 않아 “부인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농담을 하던 지역이다.

지금은 도로도 넓게 뚫리고 집도 개량해서 삶은 편리해졌지만 시골마을 사람들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 마을에서 아이들 뛰어노는 모습을 보기 힘들고 50~60대가 젊은이로 통하는 시골 마을이다.

도로와 시설은 새마을 운동으로 개선했다지만 21세기 시골의 세대교체는 다문화가정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홍천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홍민숙 팀장에 따르면 시골의 외국인 며느리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보기 드문 일이었는데 요즘은 한 마을에 한두 명씩 꼭 있다”라며 “주변에 시집온 며느리를 통해 다른 집도 소개받는 일이 많다”고 한다. “힘든 농사일을 하고 촌에서 살아야하는데 외국인 며느리들이 일도 잘하고 적극적이다”라며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경향닷컴 이다일기자 crodail@khan.co.kr>

숙박/
한옥정 민박/ 토종닭, 막국수 등 음식과 민박을 같이 한다. 033-436-4608~9
모둘자리/ 400여 명이 동시 이용 가능한 대형 농원. 033-436-6113
황토민박/ 토종꿀도 직접 판매하며 민박을 한다. 033-436-0980

맛집/
검산막국수/ 033-436-1514
홍천옥수수찐빵/ 033-436-4488
예술촌관광휴양지/ 033-436-5200

가는길/
서울에서 6번 국도를 타고 양평에서 홍천 방면 44번 국도로 갈아탄다. 연봉삼거리에서 우회전, 56번 국도 구성포교차로에서 서석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다시 신내사거리가 나오면 양양/서석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 30분 걸린다.
버스는 동서울이나 상봉터미널에서 홍천까지 이동한 뒤 서석, 내면 방면 버스로 갈아타고 서석면에서 30분 정도 걸어야 한다.

[길,숲,섬]사계절 홍천 즐기기,홍천강 드라이브코스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서울에서 강원도 동해안으로 가는 길목에 홍천이 있다. 취재 길에 홍천 넘기를 수십 번, 그러나 홍천에 머문 적은 없다. 가만히 생각하니 ‘홍천=스키=겨울‘이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봄, 여름, 가을 홍천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홍천강 드라이브 코스에 그 답이 있었다.

☞ [화보] '홍천강 드라이브코스'

대명 비발디파크 터널


봄꽃이 올라오는 홍천 길을 넘어

서울에서 경기도 양평을 지나 44번 국도를 통해 홍천에 들어섰다. 홍천 관광하면 빼놓을 수 없는 대명 비발디파크 쪽으로 향했다. 3월 중순을 훌쩍 넘어선 봄의 문턱.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도 아직 슬로프는 하얗다. 한겨울 북적거렸을 곳이 이제는 한산하다. 겨울에는 스키, 여름에는 물놀이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 봄에는 이 길에 울긋불긋 화신(花神)이 올라온다. 레포츠가 목적이 아니어도 이 길을 넘어서는 마음은 왠지 지루하지 않다.

대명 비발디파크를 관통하는 좁은 지방도를 따라 내려가면 홍천강을 만난다. 물은 저 혼자 흐르지 않고 길을 거느린다고 했던가. 물에서 태어난 길을 따라가는 마음은 물길처럼 출렁인다. 아직 찬바람이 머물고 있지만 구석구석에서 봄 내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여름, 등산과 낚시를 한번에

고개를 들면 아기자기 8개 봉우리가 눈을 간질인다. 팔봉산이다. 해발 327.4m 높이로 백두대간 인근 산들에 비하면 꼬마산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굽이치는 8개 봉우리를 넘는 여정은 1000m가 넘는 명산만큼의 고생과 재미가 숨어 있단다. 팔봉산이 홍천 9경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이유다.

굳이 팔봉산을 넘지 않아도 홍천강을 둘러싼 재미는 넘쳐난다. 팔봉산 유원지엔 사계절 풋살잔디구장, 족구장, 농구장, 배드민턴장, 야외음악당 등의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여름에는 홍천강 유원지에서 여유롭게 물장난을 치며 피로를 풀 수 있다.

팔봉산 유원지에서 시작해 노일강변을 지나는 홍천강 줄기는 반은 물고기에게, 반은 낚시꾼에게 터전을 내주었다. 홍천강엔 쏘가리, 동자개(빠가사리), 참마자, 누치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고 있다. 여름철이면 등산과 낚시를 병행하려는 나들이객으로 북적인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유명해진 견지낚시는 홍천강에서도 해 볼 수 있다. 몸을 물에 담근 채 낚싯줄을 감았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물처럼 흐르는 인생이 감기고 얽히고 당겼다 풀린다. 아직 물에 들어갈 수 없는 추운 날씨였지만, 강가에 서 홀로 낚싯대를 던지는 행락객이 간간이 눈에 띈다.

가을 홍천강에 비친 내 마음

길을 따라 노일강변까지 가보았다. 팔봉산 절경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금학산이 눈에 들어온다. 아니, 강물에 금학산 줄기가 담겨 있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홍천강은 스스로 흐르지 않고 주변 풍경을 안고 흐른다. 산과 하늘이 고스란히 비치는 강물에 내 마음마저 비치는 듯하다. 금학산에 올라서서 홍천강을 내려다보면 태극문양의 물줄기가 보인다. 홍천강 줄기는 절경을 굽이굽이 숨겨놓았다.

노일강변에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펜션도 많다. 노일강변 펜션타운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다. 서양식으로 깔끔하게 지어진 집들은 강, 산, 하늘과 어울려 또 하나의 풍경을 연출해낸다. 하지만 언덕을 깎아 아슬아슬하게 집을 짓는 광경도 심심찮게 보인다. 관광객을 유치하려다 관광 자원인 자연이 훼손될까 염려가 된다. 강원도에서는 남·북한강의 중심부에 위치한 홍천강을 친환경적 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한다고 밝혔다. 생태 문화 경관을 고려해 ‘보존할 지역’과 ‘조성 관리할 지역’으로 구분 관리한단다. 오늘 본 홍천강의 절경이 자연과 어스러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목적지가 아닌 경유지

다시 내려와 44번 국도를 타고 양지말 먹거리촌에 들렀다. 홍천까지 와서 화로구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예부터 홍천지역에서는 귀한 손님이 오면 마당에 화덕을 내다놓고 숯불을 지펴 삼겹살 고추장양념구이를 구워 대접했단다. 지금의 숯불구이촌은 20여 년 전 양지말 허허벌판에 비닐하우스 화덕 테이블 6개로 시작된 것이란다. 이제는 아예 숯불구이촌이 형성돼 주말이면 번호표를 받고 기다린다. 동해안으로 가는 길목 화로구이를 찾는 손님들 덕에 주차난까지 겪을 정도다.

목적지가 아닌 경유지로 더 유명한 홍천. 레포츠를 즐긴 것 외에 홍천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면 홍천강을 찾는 것은 어떨까. 구석구석 절경을 숨겨놓은 홍천강에 사계절 새로운 추억이 비치고 있다.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경기도 양평을 지나 44번 국도를 탄다. 70번 지방도를 따라가다가 대명 비발디파크를 관통해 팔봉산, 홍천강에 갈 수 있다. 홍천강을 따라 노일강변까지 올라가면 금학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숙박/
대명 비발디파크/ 골프, 스키, 아쿠아 등 다양한 레포츠 시설을 갖춘 리조트다. 콘도에서 숙박을 할 경우 미리 예약해야 한다. 1588-4888
관광펜션 크리스마스/ 홍천군청에서 지정한 관광펜션으로 노일강변에 있다. 숙박비는 1박에 8만~15만원 정도다. 033-435-0520
관광펜션 아침의향기/ 홍천군청에서 지정한 관광펜션으로 팔봉강변길에 있다. 숙박비는 1박 6만~14만원 정도다. 033-434-0307

맛집/
양지말화로구이/ 20년 전 처음 양지말에서 삼겹살 숯불화로구이를 선보인 집이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 묵은 고추장과 벌꿀 등으로 양념한 고기를 화덕에 구워 먹는다. 국내산 돼지고기 1인분에 1만원이다. 033-435-1555
구수동/ 팔봉강변길에 위치해 있다. 한우설렁탕과 왕만두, 막국수가 주메뉴다. 033-434-9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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