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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평화의 도시 춘천

[新택리지]항상 봄날, 누구나 청춘이다. 호수와 평화의 도시 춘천

아름다운 호수와 푸근하게 도시를 감싸는 산들, 그리고 도심에서도 청정지역에서만 자라는 빙어낚시가 가능할 만큼 춘천은 맑고 건강한 도시다. 여기에 1년 내내 열리는 다채로운 축제와 각종 문화시설들이 갖춰져 해마다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된다.

아름다운 호수와 푸근하게 도시를 감싸는 산들, 그리고 도심에서도 청정지역에서만 자라는 빙어낚시가 가능할 만큼 춘천은 맑고 건강한 도시다. 여기에 1년 내내 열리는 다채로운 축제와 각종 문화시설들이 갖춰져 해마다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된다.

[화보] [新택리지] 호수와 평화의 도시 춘천

봄 춘(春), 내 천(川). 봄이 오는 시내란 예쁜 이름의 춘천은 단순한 지도상의 지역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청춘의 이정표 같은 상징성을 가진다. 안개 가득한 호수와 봉긋한 산들이 감싸주는 춘천은 그곳이 고향인 이들이나 한두 번 다녀온 이방인들에게도 수채화 같은 추억을 선물한다. 서정적인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박사를 수십여 명 배출한 박사마을을 비롯, 이곳을 거쳐 간 관료 중 출세한 이들이 많아 ‘입춘대길(入春大吉)’, 즉 춘천을 다녀와야 좋은 일이 생긴다는 신조어가 탄생할 만큼 행운의 도시로도 불린다.

40여 년간 자연재해가 없는 축복받은 땅

영원한 청춘의 도시로 여겨지지만 춘천의 역사는 깊다. 옛날 맥국의 고도로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6년(637) 때부터 군주를 두고 우수주라 부르다가 조선 태종 3년(1413)에 현재의 이름인 춘천으로 개편되었다. 그때에도 유난히 산과 강이 많아 봄의 기미를 빨리 느낄 수 있어 ‘춘천’ 즉 ‘봄내’라 불렸다 한다.

춘천의 진산인 봉의산. <김석구기자>


지난 3년 연속 언론에서 선정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10대 도시’ 중 우위를 차지한 춘천은 26만여 명의 인구에 복지, 교육, 환경, 안전, 그리고 문화적 배경이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재난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전국에서 산불, 가뭄, 수해, 사건 등이 끊이지 않지만 춘천만은 지난 40년간 이런 자연재해가 거의 없었고 대형범죄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해마다 수해나 가뭄에 시달리거나 납치 등으로 인심이 흉흉한 곳들과 비교하면 축복받은 곳이다.

이중환의 <택리지>를 살펴보면 춘천의 이런 상서로운 기운을 알 수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수계로 가장 살기 좋은 곳은 대동강 수계의 평양이고 둘째로 춘천의 소양강 수계를 들고 있으니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맥국 때 터의 일”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택리지> 복거(卜居) 총론에는 낙토(樂土)의 조건으로 네 가지를 들고 있는데 첫째는 지리(地理)이고 둘째 생리(生利), 셋째 인심(人心), 넷째 산수(山水)로 되어 있다. 이중환이 춘천을 중심한 북한강 수계를 우리나라 수계 중에서 대동강 수계인 평양 다음이라 한 평가의 기준이 바로 이 낙토 선정의 기준이다.

사학자와 지리학자들은 춘천 중심의 북한강 수계가 이 기준에 상당 부분 합치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또 시인들은 물줄을 젖줄로 비유한다. 춘천의 물줄은 생명의 이로움을 위한 젖줄일 뿐만 아니라 문화를 전이시키는 동맥이기도 하다. 댐을 만들어 호수가 된 춘천호, 의암호, 소양호는 춘천의 자랑이자 가장 큰 볼거리다. 춘천호에서 의암호를 따라 이어지는 ‘환상의 도로’는 작가 홍성유가 1980년대에 명명했다. 정서가 메마른 이들도 이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이어지는 춘천댐 계곡과 삿갓봉, 집다리골 휴양림의 아름다움, 아기자기한 카페촌을 본 후엔 감탄사를 연발한다. 춘천을 호반의 도시로 만든 의암호는 신현강 협곡을 막아 의암댐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는데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야 도착하는 소양호는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소양강댐과 선착장이 있어 유람선 관광도 즐길 수 있다.

물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근사한 산들로 만족시켜주는 곳이 춘천이다. 삼악산, 오봉산, 검봉산, 용화산, 부용산 등이 있는데 특히 봉의산은 춘천 어디에서나 보여 춘천을 상징하는 지표이자 얼굴이다. 역이나 터미널에 내려도 고개를 들어보면 잘 보인다. 한류 열풍을 일으킨 <겨울연가>에 등장하는 준상이네 춘천집도 봉의산 남서쪽 기슭에 있다.

안개 중독자가 되어 사랑을 배운다

“춘천은 이름 자체가 ‘바로 그곳’이다. 아직도 가보고 싶고 가서 살고 싶어지고 사랑해 마지않을 꿈속의 여인이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바로 그곳. 고향 같으면서도 고향 이상의 상상 속의 어여쁜 도시. 도시이면서도 평화롭기 그지없는 항상 봄볕이 따사롭고 밝아.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너울속의 얼굴 같은 전원의 풍경으로 춘천은 고향 이상이고 외가마을 이상이고 그립고 안타까운 가슴 조용히 설레곤 하는 그곳이다.”

공지천 오리배. <김석구기자>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란 시를 쓴 유안진 시인의 춘천 예찬이다. 어디 유 시인뿐이랴. 대학시절, 춘천행 완행열차를 타고 강촌이나 춘천까지 MT를 갔다 왔거나, 춘천이 고향인 친구들과 더불어 얼결에 춘천을 다녀온 이들은 서먹서먹한 사이여도 공지천의 물안개, 춘천 도심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돌아오면 애틋한 사이로 변했던 추억을 가진 이들에게 춘천은 영원한 사랑이다. 웅장한 자연의 힘이 아니어도 아기자기하고 평화로운 춘천의 골목과 거리들을 걷다보면 춘천을 사랑하게 되고 떠나기 싫어진다. 이런 이들을 위해 여행사는 기차상품, 반나절 투어, 버스여행 등 다채로운 상품을 개발했다.

춘천의 추억을 되살리고 싶다면 옛 골목을 걸어볼 것을 권한다. 춘천 남부로에서 춘천우체국 건너편으로 가면 풍물시장이 있다. 풍물시장 자리는 옛 약사천 물길을 복개한 곳. 매달 2·7일에 장이 선다. 메주·봉밀·엿기름·참기름에 병아리와 부엉이까지 팔리는 이 독특한 풍물시장은 약사천 복원으로 2년 뒤엔 온의동 고가 전철길 밑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장터 뒷골목 ‘진보길’을 따라가면 망대골목이 나온다. 나무계단을 오르면, 새로 지은 정자 망대정이 나오고 옆으로 전망 좋은 찻집들이 있어 휴식을 취하기 좋다. 망대골목은 일제 때 야산 위에 세운 망대(화재감시탑)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금이 간 돌담, 녹슨 쇠창살과 철조망,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골목길 등이 1960~7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시간이 멈춘 듯하다. 망대골목 주변은 ‘빨래터’의 화가 박수근과 조각가 권진규가 청년기를 보낸 곳이기도 하다.

청평사 구성폭포. <김석구기자>


춘천은 한국 근현대 문학사를 오롯이 품은 명작의 무대이다. 이인직의 신소설 <귀의 성>부터 이외수의 2005년 베스트셀러 <장외인간>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학 곳곳에 배경으로 등장하고 많은 작가들을 배출했다. 게다가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경춘천 열차는 춘천 실레마을의 김유정역에 내린다. 역에 작가의 이름을 붙일 만큼 춘천은 멋을 아는 도시다. 2008년 10월에는 실레마을에 김유정문학관을 만드는데 큰 공헌을 한 소설가 전상국씨를 비롯, 한·중·일 작가들이 모여 이 마을을 ‘실레, 스토리 빌리지’로 선언해 춘천만이 아니라 우리 문학계에도 한 획을 그었지만 춘천답게 조용히 넘어갔다.

미래의 희망이 강물처럼 은은하게 흐른다

춘천이 고향이 아니라 춘천에 잠시 부임했던 이들은 대부분 춘천에 더 머물고 싶어 한다. 이광준 춘천시장은 “춘천은 비록 유명한 특산물이나 부유한 대기업이 없지만 가장 평화롭게, 가장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선 자동차로 20분 정도만 달려가면 스키장, 산, 강 등 어느 곳에나 갈 수 있고 공원, 박물관 극단 등 문화시설과 체육시설이 풍부해 대도시처럼 북적거리지 않고 문화생활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또 크기가 작은 도시인데도 한림대를 비롯 대학이 4개이고 춘천고는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합격비율이 높아 명문고로 소문났다. 서면에 있는 박사마을을 보면 왜 춘천에서 인재가 많이 배출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곳은 평범한 농촌마을이지만 1968년 송병덕(의학박사)을 시작으로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2009년 2월 현재까지 114명의 박사를 배출했다. 서면 23개 리 중 박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금산리로 지금까지 22명의 박사가 나와 석사도 명함을 내밀기 힘들다. 1999년 서면이 박사마을로 전국에 알려지자 면 주민과 관계기관이 뜻을 모아 같은 해 10월 ‘박사마을 선양탑’도 건립했다. 이곳에서 신혼부부가 첫날밤을 보내면 똑똑한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21세기형 전설까지 만들어졌다. 마을 주변에는 장절공 신숭겸 장군의 묘역과 오미나루터 등 다른 관광명소들도 많다.

춘천은 보장된 미래도 밝다. 2010년에는 복선전철이 완공되어 서울에서 약 40분이면 춘천에 도착할 수 있고 오페라 하우스도 완공된다. 같은 해에 세계 레저총회도 열려 마임축제, 세계인형극제와 더불어 춘천은 세계적 문화도시로 도약하게 된다. 공단시설은 별로 없지만 대규모 IT회사들이 입주해 경제 진작은 물론 일자리 창출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춘천 곳곳은 희망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이 시장은 “문화행사나 외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지난 겨울부터 공지천에 청정지역에만 산다는 빙어낚시가 가능하다”면서 “도시 한복판에서 낚시를 해 먹을 수 있을 만큼 깨끗해진 춘천의 물과 공기가 바로 춘천의 현주소이자 미래”라고 강조했다.

가족들이 즐겨 찾는 애니메이션박물관. <김석구기자>


피천득 시인이 ‘5월’이란 시에서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난 5월 속에 있다”고 노래했듯 물 맑고 공기 좋은 춘천은 누구에게나 수줍은 미소를 짓는 소녀, 가슴이 뜨거운 소년의 마음을 선물한다. 그런 도시가 있다는 것이 우리에겐 선물이 아닌가.

〈유인경기자 alice@khan.co.kr〉

가는길
서울에서 경춘가도(국도 46번)를 타고 대성리-강촌-가평을 지나다보면 춘천에 도착한다. 부산이나 대구지역에서 출발하면 춘천과 대구간 중앙고속국도를 이용하면 된다. 기차는 경춘천 열차를 타고 남춘천역이나 강촌역에서 내리면 된다. 버스는 서울 강남과 동서울터미널에서 오전 6시부터 출발하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연락처
춘천시 관광안내센터 033-250-3089
남춘천역 광광안내센터 033-250-3322
시외버스터미널관광안내센터 033-250-3896

맛집
샘밭막국수/ 소양호 근처 천전리에 있다. 춘천 명사들을 수시로 만날 수 있고 춘천고 동창회가 늘 이뤄질 만큼 명소다. 033-242-1702
부안막국수/ 후평동에 있는 25년 전통의 막국수집이다. 각종 TV 맛 프로에 소개될 만큼 유명하다. 033-254-0654
우성닭갈비/ 대를 이어 30년째 운영하며 춘천에만 4개 지점이 있다. 10여 가지가 들어간 독특한 양념이 맛의 비결. 033-262-0233.
춘천제일닭갈비/ 지방에서도 소문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북적인다. 놀이방도 있어 가족나들이에 제격이다. 033-252-0092
나비野/ 서면 서상1리 1054번지에 있다. 묵은지 닭매운탕과 애기돼지, 오리 바비큐가 나온다. 033-243-1970

숙박
강촌리조트/ 가장 대규모로 대가족 모임이 가능하다. 남산면에 있으며 객실이 222개나 된다. 033-260-2000
강촌하늘정원펜션/ 유럽스타일로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033-9098-6036
벨라지오펜션/ 바비큐 파티가 가능하며 정원 산책이 매력적이다. 033-261-1115
이밖에 호텔로는 세종호텔, 베어스관광호텔, 라데나호텔 등이 있고 시내 중심부인 효자동, 삼천동 등에는 모텔도 수두룩해 잠자리엔 불편이 없다.

[소읍기행]제2의 고향 ‘귀농마을’ 춘천 부귀리

경향닷컴 이다일기자 crodail@khan.co.kr
마을 25가구 가운데 20가구가 귀농했다. 60대가 청년회장을 하는 여느 시골 마을과 달리 40대 청년들이 마을 일을 도맡아 한다. ‘귀농한다면 이곳처럼’, 물안마을 부귀리의 비결을 알아본다.

☞ [화보]제2의 고향 ‘귀농마을’춘천 부귀리

행정구역상 춘천이지만 화천이나 양구와 더 가까운 소양호 안쪽 마을. 그래서 이름도 ‘물안마을’이다. 춘천시 북산면 부귀리는 46번 국도를 타고 화천까지 들어가 다시 산길로 4km를 돌아들어가야 닿는 깊은 산중에 있다. 청평사로 가서 넘어가는 길도 있지만 겨울이면 거의 막혀 있다. 산이 험해 눈이 오면 녹지 않는 탓이다.

마을 입구에서 내려다 본 물안마을 모습. (이윤정기자)


친환경으로 귀농한 40대 청년들

물안마을은 젊음이 넘쳐난다. 그래봐야 40대 청년(?)의 젊음이라 대학가의 젊음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대학 새내기 같은 의욕과 도전은 누구 못지않다. 이곳에서 40년 이상 살고 있는 집은 다섯 가구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15년 전부터 귀농했다. 어떤 이는 도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왔고, 어떤 이는 사업을 하다 왔다. 지금도 부인과 아이들은 서울에 두고 혼자 와서 농사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각각의 사연이야 구구절절하지만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도시생활을 그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7년 만에 이번 봄에 부인과 아이들을 이곳으로 데려오기로 했다는 박영철씨(49)에게 귀농의 성공 비결을 물었다. “환상을 빨리 버려야죠.” 그의 대답은 확고했다. 귀농에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가 시골에 오면 뭔가 특별할 것이란 환상에 있다고 한다. 그는 “여긴 자기 손으로 안하면 아무 것도 안 된다”며 “먹을 것도 직접 재배해야 하고 집수리는 물론 생활의 모든 것을 자기가 직접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골의 공기 좋고 편안한 생활만 꿈꾸지 말고 몸으로 일할 준비가 됐을 때 귀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귀농의 비법에 대해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박영철씨는 머쓱한 듯 웃으며 “몸은 힘들지만 살아가는 맛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윤정기자)


개울가 한편에선 공사가 한창이다. 무너져가는 집을 마을 청년들이 뚝딱거리고 있다. 폐가를 개조해 체험공간으로 바꾼다고 한다. 모두 ‘형님’, ‘아우’라 불러가며 일을 한다. 물안마을은 품앗이로 일을 한다. 농사일도 체험시설 운영도 다 품앗이다. 품앗이로 해서 얻은 수익은 마을 주민들이 골고루 나눠가진다. 얼마 전에는 체험학습 수익금으로 집집마다 외양간을 만들고 소를 한 마리씩 들였다.

“마을 전체가 체험 학습장이에요”

마을 공동으로 시작한 농촌체험사업은 물안마을의 새로운 명물이 됐다. 단체로 방문하는 아이들을 위해 강당과 대형 숙소까지 갖춘 체험장을 만들었다. 마을 전체를 학습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역사학자의 자문을 받아 우리나라 주요 역사 50개를 안내판으로 만들어 세웠다. 학습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친환경 농법으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고 놀이와 학습을 동시에 할 수 있게 구성했다.

신수현 이장은 “우리 마을에 와서 무언가 느끼고 가길 원했다”며 체험학습의 취지를 설명했다. 자전거도로를 만들었고 농구장, 축구장 등 체육시설도 마련했다. 두부, 조청, 떡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6km에 달하는 물안계곡을 즐거운 물놀이 공간으로 꾸미기도 했다.

물안계곡의 10년 자연휴식년제가 2007년 끝났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보존된 청청지역인 것이다. 계절별로 펼쳐지는 물안마을의 체험학습은 아이들과 어른 모두에게 값진 추억이 될 것이다.

〈경향닷컴 이다일기자 crodail@khan.co.kr〉

숙박/
인근 10km 안에 민박을 제외한 숙소를 찾기 힘들다. 부귀리에 황토집, 노인정, 마을회관 등이 팜스테이를 위한 시설로 구성됐다.
부귀리 팜스테이/ 033-244-0576 / http://www.greentourings.or.kr

맛집/
명신시골밥상집/ 북산면 추곡리에 있다. 토종닭과 산채백반이 주 메뉴다. / 033-243-1516
오봉산장/ 청평사 인근에 위치했다. 산채비빔밥이 별미다. / 033-244-6606
할매집/ 북산면 창평1리에 있다. 산채비빔밥과 감자전이 좋다. / 033-263-7989

가는길/
서울에서 46번 국도를 타고 춘천을 지나 애니메이션박물관에서 403번 지방도로 갈아탄다. 배후령, 추곡터널을 지나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부귀리 이정표를 따라 들어간다.
[길,숲,섬]사랑이 머무는 상상나라, 춘천 남이섬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그저 그런 유원지가 소문난 관광지로 변하기까지 남이섬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연인의 섬에서 지구촌의 섬으로 재미있는 상상이 남이섬을 가득 채웠다.

☞[화보]춘천 남이섬

나는 <겨울연가>를 보지 않았다. 연인의 손을 잡고 한번쯤은 가봤을 남이섬에도 가 본 적이 없다. 섬 안으로 차를 가져갈 수 없다는 소리를 듣고 쇼핑용(?) 구루마를 준비했을 뿐이다. 동영상 캠코더와 삼각대, 카메라, 렌즈, 노트북 등 취재 장비를 가득 싣고 배에 몸을 실었다.

남이섬은 연인의 섬이다. 두 명이 함께 타는 네바퀴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이윤정기자>


“남이섬은 지금이 가장 좋습니다”

섬에 들어가기에 앞서 남이섬 강우현 대표를 만났다. 섬에 들어가서 만나기로 했는데 서울로 가는 길이라며 강 대표가 선착장으로 나왔다. 선착장에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노라니 두 손을 맞잡은 연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심술이 밀려온다. 미련스럽게 잔뜩 가져온 취재 장비들이 괜스레 밉살스럽다.

남이섬 강우현 대표 <이윤정기자>


남이섬의 피터팬으로 통하는 강 대표에게 다짜고짜 남이섬은 일 년 중 언제가 가장 좋으냐고 물었다. “남이섬은 지금이 가장 좋습니다.” 너무 뻔한 질문을 한 것일까. 그런데 강 대표가 이렇게 덧붙인다. “남이섬을 찾는 사람의 마음이 좋으면 남이섬이 좋아 보일 것이고, 아니면 아닐 테지요. 남이섬은 항상 ‘지금’이 좋습니다.” 연인들이나 오는 곳인가 하던 비비 꼬인 마음이 살살 풀린다. 지금이 가장 좋은 남이섬 여행을 시작해보자.

남들이 쉬어가는 둥실둥실 섬나라

남이섬은 행정구역상 춘천에 속한다. 남이섬 배 선착장은 경기도 가평에 있다. 서로 다른 지역의 섬과 육지는 눈으로 봐도 맞닿아 있을 만큼 지척이다. 바로 코앞인데 섬까지 따로 다리가 놓여 있지 않다. 배에 올라 섬으로 가야 한다. 배로 5분. 차는 두고 사람만 싣는다. 배에서 내리면 이제부터는 두 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걷든지 자전거를 타든지다.

남이섬은 춘천에 속한다. 배 선착장은 경기도 가평에 있다. 서로 다른 지역의 섬과 육지 사이에는 다리가 없다. 굳이 배에 올라 섬으로 가는 기분을 만끽해야 한다. <남이섬 제공>

남이섬은 홍수가 날 때만 고립되는 반쪽짜리 섬이었다. 청평댐이 생긴 뒤에야 북한강에 둥실 떠있는 온전한 섬이 됐다. 섬 나루에 내려 조금만 걸으면 남이장군묘를 볼 수 있다. 남이섬 이름의 유래가 된 곳이다. 이제 남이섬은 남들이 편히 쉬어간다고 남이섬이란다. 새로운 뜻만큼이나 남이섬에 들어서면 편안한 느낌이 든다.

두 다리를 이용해 둘러봐야 하는 길 구석구석은 같은 듯 다르고 통하는 듯 나뉘어 있다. 잘 정비된 길은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 장소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길부터 은행나무길, 벗길, 자작나무길, 이슬길 등은 쉬엄쉬엄 걷다 보면 모두 밟게 된다. 여기저기 피워놓은 장작불과 향긋한 군고구마 내음, 서로의 추억을 쌓아가며 걷는 사람들이 어울려 남이섬의 훈훈한 겨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술병은 꽃병으로, 소음은 리듬으로, 경치는 운치로

남이섬을 걸으면서 가장 놀란 것은 구석구석 숨어 있는 재치와 손맛이었다. 하루 중 이슬이 제일 먼저 내려온다는 이슬길에는 ‘참이슬’ 술병이 즐비했다. 그런데 술병은 더 이상 술병이 아니었다. 술병이 꽃병 되고 쓰레기가 예술품 된다더니 남이섬에 버려진 참이슬병은 이슬을 맞이하는 조형물이 돼 있었다.

사실 남이섬은 그저 그런 유원지였다. 대학생들의 MT장소 정도로만 여겨지던 곳이 변화하게 된 것은 2001년부터다. 남이섬의 경영을 도맡은 강 대표는 사소하고 하찮은 것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강 대표는 남이섬을 캔버스삼아 그림을 그렸다고 말할 정도다. 쓰다 남은 목재도, 굴러다니는 낙엽도 디자인 소품이 됐다. 남이섬의 경치에 운치를 더했더니 연인, 친구, 가족 어떤 방문객도 포용하는 어우름이 생겼다.

동화책을 주제로 펼쳐진 남이섬 동화나라. 책 속에 파묻히는 일이 가능하다. <이윤정기자>

남이섬의 예술성은 숙소에 들어가면 더욱 빛이 난다. 남이섬 호텔 정관루는 일반 객실부터콘도, 오막, 게스트하우스형 객실을 갖추고 있다. 가장 놀라운 것은 각 객실마다 디자인과 콘셉트가 다르다는 것이다. 강 대표가 작가들에게 각 방의 디자인을 의뢰한 것. 어떤 방에는 쓰다 남은 철사가 조형물로, 또 다른 방에는 수명이 다한 전구가 예술품으로 변해 있었다. 방 안에는 TV 대신 라디오가, 컴퓨터 대신 책이 놓여 있다. 조용히 방에 앉아 라디오를 켜고 책을 펴니 소음도 리듬이 된다는 별천지 남이나라가 펼쳐진다.

한류를 이어 지구촌을 품는다

하루 밤을 묵고 밖으로 나오니 남이나라의 조용한 밤이 분주한 아침으로 변해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배를 타고 건너 온 손님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 <겨울연가>의 그 길을 걷고 주인공처럼 포즈도 취해본다. 각기 서로 다른 언어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겨울연가>에 실린 한류 덕에 남이섬을 찾는 외국인은 점점 더 많아졌다. 2002년 3만 명에 불과하던 외국인 관광객은 2005년 29만 명으로 10배가량 늘었다. 사실 한류는 식고 있다. 그런데 남이섬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비결은 간단하다. 남이섬을 장식하고 있는 다양한 나라의 국기들이 그 답이다. 남이섬은 ‘나미나라공화국’을 선포하고 지구촌 나라들과 직접 수교를 맺었다. 매달 국제 행사를 유치하고 분주한 아침을 맞는 나라. 상상의 동화 나라가 한류를 넘어 지구촌을 품고 있다.

남이섬에서 나오기 전 강 대표의 말이 떠올랐다. “외국인들은 오히려 남이섬에 아무 것도 없어서 좋다고 합니다.” 남이섬의 쓰레기는 다시 육지로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쓰레기로 쌓여 있지도 않다. 재활용품을 재료로 상상을 조리법으로 맛있는 남이섬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남이섬은 없는 듯 채워져 가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경향닷컴 이윤정기자 yyj@khan.co.kr〉

가는길/
서울 인사동에서 매일 아침 9시 30분에 남이섬 선착장으로 가는 버스가 운행된다. 대중교통으로는 가평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남이섬행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남이섬까지 들어가는 배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 40분까지 매 10~30분 간격으로 다닌다.

맛집/
밤나무식당/ 남이섬 중앙광장 아름드리 밤나무 아래 위치해 있다. 숯불 목살구이, 훈제오리, 가마솥 김치국밥, 막국수 등이 주 메뉴다. 031-582-9319
섬향기/ 남이섬 유니세프홀 맞은편에 있다. 닭 살코기만 석쇠에 구워내 야채를 곁들여 먹는 ‘남이섬표 닭갈비’를 맛볼 수 있다. 031-581-2189
고목식당/ 남이섬에서 가장 오래된 강원도 토속 식당이다. 감자전, 도토리묵, 보리밥, 막국수, 동동주를 판다. 031-582-4443
호반닭갈비/ 남이섬에서 나와 춘천 쪽으로 향하면 시내 입구 우측으로 닭갈비 촌이 나온다. 뼈없는 닭갈비 1인분에 8500원, 막국수는 5000원이다. 033-255-3999

숙박/
남이섬 호텔 정관루/ 남이섬 호텔 정관루는 일반 객실부터 콘도, 오막, 게스트하우스형 객실을 갖추고 있다. 작가들에게 각 방의 디자인을 의뢰해 방마다 디자인과 콘셉트가 다르다. 숙박비는 일반 객실은 3만~4만원, 콘도형 호텔 별관은 10만~30만원 사이다. 031-580-8000
궁펜션/ 남이섬에서 나와 춘천으로 가는 길에 있다. 이집트황실, 신데렐라 방 등 다양한 콘셉트의 숙소로 유명하다. 숙박비는 각 방마다 6만~35만원까지 가격차가 크다. 033-263-7906
리멤버펜션/ 남이섬 가평 선착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가평역이나 남이섬 선착장까지 픽업서비스를 해 준다. 숙박비는 5만~15만 원 선이다. 033-263-4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