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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회덮밥

완도의 별미, 영양만점 '전복회덮밥'
[맛있는 이야기] 싱싱한 전복, 해삼에 신선한 채소가 듬뿍
김용철(ghsqnfok) 기자
ⓒ 맛객
몸이 근질거린다. 오해는 마시라~. '때' 민 지 오래 돼서 그런 게 아니고 떠날 때가 되었다는 신호다. 자연처럼 살다가 바람처럼 사라지고파. 그러고 싶은데, 한동안 이 답답한 도시에 머물러 잘도 살았다.

누구는 바람이 불면 떠난다 했고, 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떠난다고도 했다. 또 누구는 생활하는 그 곳이 익숙해지면 떠난다고 한다. 여행자가 잠시 머물다 가듯, 사람들은 지구별에 온 순간부터 어떤 형태로든 어딘가로 떠난다. 떠난다는 행위는 단순하게 물리적 이동의 차원을 넘어서 내면의 세계를 살찌우는 단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여행의 양은 인생의 양이라고 했나 보다.

나는 왜 떠날까? 여행을 위해서라기보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과 음식, 그리고 자연과 환경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제 철에 난 음식을 본 고장에서 맛보는 즐거움은, 내가 머뭇거리지 않고 떠나게 해 주는 원동력이다.

해~서! 이번에도 맛 기행을 시작해 보련다. 지역은 정해졌다. 올 봄부터 가보리라 마음 먹었던 완도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이후 일정은 며느리도 모른다. 전혀 계획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저 흘러가는 구름 따라서 맛보고 싶은 음식 따라서 마음이 동하는 대로 내 몸은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 완도 앞바다에 떠 있는 주도 왼쪽으로 완도항이 보인다.
ⓒ 맛객
완도는 드라마 <해신> 세트장과 <봄의 왈츠>에서 보여주었던 청산도의 서정적인 정취가 더해져 관광객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완도는 한마디로 국민영화 <괴물>처럼 뜬 지역이다.

또 참살이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청정지역 완도로 눈을 돌리게 한다. 건강에 좋은 먹을거리가 완도에는 많이 나기 때문이다. 이 곳의 전통적인 특산품인 김과 멸치를 비롯해서 미역과 다시마 등 각종 해산물이 그렇다.

최근 들어서는 전복이 완도의 상징음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완도 산 전복이 전국 생산량의 70프로를 차지하고 있다 하니 이제 완도 하면 전복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처럼 환경도 살아 있고 맛도 있으면서 영양가 높은 특산품을 자랑하고 있으니, 군 슬로건인 '건강의 섬 완도'가 허위과장광고에 걸릴 염려는 없겠다. 자 그럼 해설은 이쯤에서 끝내고 본격적으로 맛 기행을 떠나 볼까요? 완도로 추울~발.

완도는 생각보다 멀다. 강남 센트럴시티에서 5시간 30분을 달려서 도착한 완도. 예전에 나에게 처음으로 바다를 보여주었던 완도. 휴가라고는 2~3번밖에 가지 않았던 내 20대 때, 여름휴가를 보냈던 곳 중에 한 군데가 완도 정도리 해수욕장이었다. 이처럼 나와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는 완도는 언제가도 고향처럼 편안하게 반겨준다.

완도의 별미 전복회덮밥

▲ 완도에서 나는 싱싱한 전복으로 만든 전복회덮밥, 해삼을 비롯해 신선한 채소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다.
ⓒ 맛객
혹시… '아시나요'를 아시나요? 어리둥절, 뭔 말인가 싶겠다. 실은 완도맛집으로 소문난 '아시나요 식당'을 아시냐고 물은 거였다.

이웃 블로거가 소개해준 아시나요 식당을 찾았을 때 상호가 참 인상적이었다. 트로트 제목 같기도 하고, 오래된 찻집 분위기도 풍긴다. 식당의 주인이자 음식을 손수 다 만들고 계시는 김정자(49) 사장님께, 먼저 상호에 대해 물었더니 사연이 재밌다.

▲ 상호가 인상적인 아시나요 식당 외관
ⓒ 맛객
5~6년 전에 조성모가 불렀던 '아시나요'가 크게 히트한 적이 있었는데, 사장님의 막내딸이 "엄마 '아시나요'로 해요" 해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히트한 노래 제목으로 인해 초창기 때에는 찾아온 손님들도 "아시나요"하고 한마디씩 하는가 하면, 동네 꼬마들은 식당 앞을 지나면서 "아시나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단다. 어쨌든 한번 들으면 절대 잊혀지지 않은 상호임에는 틀림없다.

이 집은 바다에서 나는 생선이나 장어를 이용한 탕 요리 전문이지만 오늘은 이웃 블로거의 소개대로 전복회덮밥을 맛보기로 했다. 전복, 혹 전복 모르시는 분 안 계시겠죠? 또 전복사고 할 때 끔찍한 그 전복으로 알고 계시는 분도 안계시겠죠? 없다고요? 그럼 됐고요.

전복은 맛과 영양 면에서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완도 앞바다에서 풍부하게 있는 해초류를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굳이 차이점을 들라면 자연산은 양식보다 조금 더 바다의 염도가 느껴지면서 바다 내음도 진하게 풍긴다는 것이다. 전라도 말로 자연산에는 개미(깊은 맛)가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완도에서 먹는 전복은 자연산과 양식을 따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전복 주산지답게 신선한 전복은 양식이라 해도 도심의 자연산에 비해 결코 맛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복이 어느 정도 신선한지는 수족관에 붙어 있는 전복을 떼내고자 할 때 잘 알 수 있다. 한번 제대로 붙으면 틈새에 칼을 집어넣어 떼내려고 해도 잘 떨어지지 않고 칼이 부러질 정도라고 하니. 전복의 흡입력과 신선도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 전복이 싱싱해 보인다.
ⓒ 맛객
이처럼 싱싱한 놈을 가지고 만든 전복회덮밥 맛이 기대되기 시작한다. 전복은 회와 죽, 구이, 찜 등 다양한 요리로 사랑받아 왔지만 전복회덮밥은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완도에서는 맛도 영양도 가득한 별미로 꽤 알려져 있다.

▲ 아시나요 식당의 사장님이 장어탕을 끓여내고 있다.
ⓒ 맛객
완도에서 전복회덮밥을 처음으로 개발한 김정자 사장님에 따르면 일반 생선회를 먹을 때 채소 같은 것을 한쪽으로 남기는 사람들도 전복회덮밥 먹을 땐 깨끗이 비운다고 한다. 그 만큼 맛이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맛의 비법은 물론 신선한 재료에 있다.

▲ 전복과 해삼이 한마리씩 들어가 있다.
ⓒ 맛객
파릇파릇 생기가 도는 상추와 부추 보라양배추 양파 등 신선한 채소에 전복 한 마리가 썰어져서 들어간다. 거기에다 자르르 윤기가 도는 물 좋은 해삼도 한 마리 들어가면 '맛있는 전복회덮밥 완성이요~!'

▲ 밥은 3분의 2 정도만 넣고 초고추장과 참기름을 두르고 나서 비비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 맛객
▲ 잘 비벼진 전복회덮밥이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 맛객
거기에 초고추장 넉넉하게 두르고 이리저리 비벼서 한 수저 떠 넣으면 오독 오도독 씹히는 전복과 자근자근 씹히는 채소, 그리고 향긋한 해삼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맛의 세계로 인도해 준다. 전복회덮밥을 맛 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이거 영양밥이네" 말한다고 하니, 건강식으로 이만한 게 없을 듯하다.

ⓒ 맛객
반찬들도 하나같이 맛깔스럽기만 하다. 도심에서 온 관광객들이 맛을 보고 "맛있어! 이게 예전 고향의 맛이지"라고 말할 정도로 남도의 손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따로 나오는 해삼 내장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여기가 완도이기 때문일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바로 앞에 있는 섬 주도가 발길을 붙잡는다. 부둣가에 앉아서 밤바다를 친구 삼아 캔맥주를 하나 비웠다. 내일은 뭐 하지? 어딜 가지?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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