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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특수수사일지:1호관사건

특수수사일지:1호관사건



우리 드라마의 별명은 처음부터 <저예산 블록버스터> 였다.. 돈을 많이 쓰는 블록버스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우리 같은 저예산 블록버스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래서 우리 드라마에서 가장 많은 인물을 필요로 하는 <열린 음악회> 장면은 꼭!! 진짜 열린 음악회팀이 촬영 할 때 빌붙어 찍어야만 했다.. 세트부터 조명까지 몇억씩 하는데 우리가 만든다는 건 처음부터 넌센스다.. 하지만 MBC상주 참사가 벌어진 이후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예능팀의 사정을 나몰라라 하며 계속하여 부탁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전날 찍기> 거의 다 지어져 있는 세트에 우리가 섭외한 가수를 부르고 보조출연 인원을 불러 자리를 채우면 OK!!

물론 이렇게 3분 스파게티를 만드는 것처럼 말을 하는 건 쉬운 일이지만, 3000명이 넘는 좌석을 갑자기 채우는 것도 불가능할뿐더러 또한 가수는 어디서 부른단 말인가..그것도 가능하면 저렴한 가격에.. 주름살에 주름살을 더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조명 셋팅은 밤 11시에나 끝이 나고, 그때부터 한시간 동안만 조명을 켜둔 상태에서 촬영을 할 수 있다.. 조건은 까다롭고 촬영은 복잡하다.. 정말 긴장 긴장 초긴장 상태였다..

가수는 울 선배님이 섭외를 하셨는데 섭외를 시작함과 동시에 난항에 부딛쳤다. 급하게 섭외를 부탁해서 그런지 다들 스케줄 때문에 난색을 보였으니.. 또한 <열린 음악회>의 명색에 걸맞는 대중적 가수여야 해서 어렵고도 어려웠다..
그런데 한줄기 빛이 보였으니 친한 스크립터가 잘 아는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가수 <서영은>씨를 소개해 주었다. 알렐루야!! 게다가 <서영은>씨는 그냥 내용이 좋아서 출연해 주신다며 출연료를 드리겠다는 말도 웃으며 거절하셨다.. 만쉐이 만쉐이 만만쉐이 !!! 하지만 한가지 조건이 있었으니 서영은씨의 촬영분량을 한시간 반 안에 끝내달라는것..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승낙하고, 감사인사를 했지만 실은 무지 두근두근했다.
연출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두근두근....

아침부터 평화협정 반대파들이 열린 음악회 공간으로 진입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는 장면을 찍기 시작했다. 약 2시간정도 정말로 쇠파이프로 내리치고 방패로 막아서길 반복하자 급격히 보조출연자들이 지치기 시작한다.. 허리, 다리 안 아픈 곳이 없으리라.. 보고만 있는 우리 허리도 아픈데..


여차저차 시위장면을 마치고 크레인을 찍으려 했으나 크레인에 문제가 생겼다.. 사람을 태우고 올라가고 내려가는 장면을 찍어야해서 몇 번이나 확인하고 고르고 고른 크레인이었는데.. 실제로 현장에 온 크레인은 ‘ 누구세요?’ 라고 물어봐야 할 지경이다.
자극적인 빨간색에 페인트는 다 벗겨지고 찌그러진 크레인.. 여기 경호실장이 타는 장면을 찍는다면 아마.. 우리 팀장님이 눈물을 흘리며 우리 프로그램이 저예산 블록 버스터임을 인정하고 청와대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지 않을지를 고민하셔야 할 지경이었다.
몇일 사이에 쌈닭으로 변신한 조연출은 급히 그 회사에 전화 걸어 다다다다 따져대기 시작했고.. 따지는 것 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급히 깨닫고 책임 지라고 우겨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가 책임져 주겠는가.. 결국은 현장에 있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임을..
현장에는 조명을 달기 위해 깨끗하고 깔끔한 크레인들이 와있었고 나는 두두두두 그 크레인 담당자에게 달려가(일이 이쯤 되면 조연출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대뇌가 대부분의 자잘한 일들을 포맷시킨다.. Del,Del,Del,Del !! 또한 경고음은 계속 울린다.. Warning!! Warning!!이라고 ) 그 크레인을 사용할 수 없냐고 물었다.. 결론은 NO!! 조명 위치를 잡으면 이 크레인을 고정시키고 하루동안 그 장소에 그대로 내버려 둔다고 한다.. 본 프로그램에 들어갈때까지.. 결국 난 담당자의 손을 꼭 잡고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저거랑 똑같은 크레인이 오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두시간쯤??? 당장 불러주세요.... ^^;;


오늘의 촬영에는 또한 특별한 장면들이 있다.. 대통령이 열린 음악회에 오기위해 꽤 많은 차량들이 달려오는 장면... (‘그게 뭐가 특별해’라고 혹자들은 묻겠지만.. 차량을 몇 대나 불러야 하는지 혹 알고 있는가? 맨 앞에 달리며 대통령 차량을 호위할 사이카 2대, 앞뒤로 경찰차 2대, 경호원들이 타고 이동하는 서브밴 1대, 대통령의 차량과 똑같은 검은 차량 3대 그 뒤에 고급차 2대 .. 도합 10대다... 그 전날 전화를 잡고 대략 1시간 이상 씨름해야 하는 숫자라고 이야기 할 수 밖에..) 그 10대가 위용 있게 달려오는 모습은 정말이지 멋있었다.. 너무 자세하게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살짝 생략하고..

밤이 되자 가장 어려운 씬들이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이 쓰러지는 장면..
도라산 역에 갔을때 거기 역장님이 <한반도>를 찍을때 보조출연이 1000명이 와서 역이 꽉메웠었다는 이야기를 했고.. 우리는 <저에산 블록버스터>임을 다시 한번 깨닫고 서러웠었는데.. 그날 우리가 몇 명의 보조출연자로 자리를 채웠는지는 비밀에 붙이기로 하자...(제 1회 4부작 퀴즈다.. 도대체 몇 명이 나왔을까요... 열린음악회 장면에서는... 정답을 아시는 분은 시청자 게시판에 올려주시기바랍니다.. 정확한 정답을 올리신 분께는 놀라운 감에 대한 찬사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선물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브라보!! )

힌트 >>>>참고하시오!!!

서영은씨.. 어린이 합창단.. 경호원들 보조출연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고, 조명이 준비되자 11시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조명을 따라 언뜻언뜻 보이는 수백만 마리의 벌레들이 마치 눈가루 처럼 보였고.. 카메라 퍼스트 태희는 여기가 말라리아 발생구역이라고 말해 촬영장을 한바탕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헉헉헉


결론만 말하자면 촬영은 1시간 30분만에 잘 끝났다..
서영은씨는 좋아좋아를 열창해 주셨고.. 어린이 합창단은 노래를 부르는 것을 까먹고 있었던 것만 빼면 참을만 했다. 그 늦은 시간에도 박근형 선생님과 이혜숙 선생님은 멋진 연기를 보여주셨고, 스탭들은 모기의 공포속에서도 일사천리로 촬영을 마무리 지었다..

결국 새벽 1시가 되자 촬영을 끝낼 수 있었고.. 요 일년간 가장 길었던 하루를 공식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