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꼬막의 맛

참꼬막,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했지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 손톱 닳고 부러지도록 까먹어도 물리지 않는 그 맛
김용철(ghsqnfok) 기자
▲ 처음 접하는 사람은 비릿하다고 하지만 그 비릿함이 매력,참꼬막은 차지고 간간한 맛으로 먹는다
ⓒ 맛객
만약, 그대가 어떤 음식을 먹으면서 배부른데도 쉽사리 손을 떼지 못한다면, 대식가 아니면 그 음식의 맛 때문일 것이다. 허나 꼬막을 먹으면서도 그만두지를 못한다면 오롯이 꼬막의 맛 때문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질리지 않는 맛, 그래서 꼬막 맛을 아는 사람은 손톱이 닳고 입술이 부르터도 꼬막 까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한 소쿠리를 다 까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이 모든 게 꼬막이 가지고 있는 매력 때문이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잔칫날 꼬막과 홍어가 빠지지 않는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전라도 사람과 함께 해 온 꼬막, 굴곡 많은 도민의 애환을 닮기라도 한 듯, 꼬막에는 깊이 파인 골이 부챗살 모양으로 나 있다. 이걸 보고 작가 조정래는 이렇게 표현했다.

"난 한 많은 벌교 사람의 주름살로 보고 있는데, 가끔 서울서 찰진 꼬막을 씹을 때마다 벌교를 생각한다."

작가만 그렇지 않다. 누구라도 참꼬막 하면 보성군 벌교를 떠올린다. 이처럼 벌교 브랜드가 된 참꼬막은 사실 벌교에서 나지 않는다. 대부분은 고흥 '여자만'에서 난다. 오래전 교통이 발달하고 상권이 형성된 벌교에서 팔리기 시작한 게 벌교꼬막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 벌교 읍
ⓒ 맛객
꼬막은 겨울에 더 맛있다. 해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꼬막이 생각난다. 마침 명절을 앞두고 시장에 참꼬막이 나왔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명절 핑계대고 1kg을 사 봤다. 값은 5000원, 명절이라고 해서 더 받지도 않는다.

꼬막은 그냥 삶아도 되지만, 굳이 해감을 하겠다면 깨끗이 씻어 찬물에 소금 약간 넣고 30여분 담가두면 된다. 오래하면 꼬막 속의 간물이 빠져나와 맛이 심심해지고 만다.

삶을 때도 기술이 필요하다. 오래 삶으면 꼬막 특유의 핏물과 차진 맛을 놓치고 만다. 1kg 기준으로 30~40여초 삶으면 된다. 1초, 2초, 3초, 세면서 한 방향으로 냄비를 돌리면 꼬막의 맛과 향을 잘 살려낼 수 있다.

꼬막 삶을 때 절대 주의할 점은 팔팔 끓는 물에 넣어야지 찬물에 넣고 끓이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꼬막을 벌렸을 때 오른쪽 껍데기에 살점이 봉긋하게 붙지 않고 양 껍데기로 갈라져 아까운 참꼬막만 버리게 된다.

▲ 참꼬막은 껍데기가 벌어지지 않게 삶는다
ⓒ 맛객
한겨울, 맛이 제대로 든 꼬막은 웬만한 사람은 잘 까지도 못한다. 뜨거운 물에 넣으면 금방 껍데기를 벌리고 마는 조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껍데기를 꼭 다물고 있는 꼬막을 쉽게 까는 건 요령이 필요하다. 수저로 꼬막 뒤꽁무니를 비틀어 까기도 하지만 손으로 양쪽 껍데기를 벌릴 때 봉곳한 살점이 드러나는 그 맛과 비교가 될까.

▲ 이제부터 맛이 차기 시작한다
ⓒ 맛객
아직 철이 이르다. 힘들이지 않아도 껍데기가 벌어진다. 맛도 깊이가 부족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참꼬막 아닌가? 먹어도 질리지 않는 건 여전하다. 꼬막은 삶아서 바로 까먹어도 맛있지만 냉장고에 넣고서 차갑게 먹어도 맛이 한층 살아난다.

맛있는 음식에는 거기에 어울리는 술이 있으면 더욱 좋다. 그대는 이 꼬막을 안주 삼아 마시는 막걸리 맛을 아는가? 아쉽다! 지금 꼬막을 먹으면서 막걸리가 없다는 것.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구자탕 (悅口子湯)  (0) 2006.10.17
게우 젓  (0) 2006.10.16
깻잎 장아찌  (0) 2006.10.12
김치콩나물국밥  (0) 2006.10.10
세계의 대통령들이 먹었던 ''떡''  (0) 200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