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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우리 민족은 담백하고 순수한 맛보다는 강렬하고 진한 맛, 달콤한 첫 맛보다 혀에 착 감기는 뒷맛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이유는 저장음식이 발달했기 때문이고, 그 맛은 뚝배기를 닮았다. 김치 담그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가 있다. 아니, 이 재료가 들어가지 않으면 그 만큼 감칠맛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바로 젓갈이다. 젓갈이 들어가야 발효 되었을 때 김치에 깊이가 생긴다. 우리 음식의 특징인 절임과 발효(숙성)에 의해 만들어진 맛, 젓갈의 감칠맛은 어떻게 해서 나는 걸까? 숙성 기간 중에 자가분해 효소와 미생물이 발효하면서, 유리아미노산과 핵산분해 물질이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데 이로 인해 감칠맛이 난다. 젓갈의 독특한 발효미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거부감을 준다. 마치 홍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보이는 반응과 같다. 하지만 즐기는 사람 입장에선 오히려 그 맛과 향이 주는 마력의 맛에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젓갈은 시간을 두고 숙성을 해서 만들어진다. 맛이 깊다는 얘기다. 깊은 맛은 음미를 해야 하고 그래야 여운이 남는다. 새우젓, 멸치젓, 황석어젓 등 우리나라에서 나는 젓갈의 종류는 자그마치 140여종에 이른다. 그 많은 젓갈을 모두 맛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맛은커녕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젓갈도 많다. ‘게우젓’ 도 그 중에 한 가지다. 게우젓은 전복 내장젓이다. 제주 고장말로 전복내장을 ‘게웃’이라 하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연적으로 해조류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철분이 전복내장에도 많이 들어 있다. 건강식품이라는 얘기다. 게우젓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전복내장을 손질한 후 소금에 절여서 숙성한다. 먹을 때마다 숙성된 내장에다 고춧가루, 풋고추, 홍고추, 깨소금, 마늘 약간 넣고 버무려서 먹는다. 또는 전복이나 소라를 썰어서 절여놓은 내장과 함께 양념에 버무려먹기도 한다. 입맛 없는 사람도 게우젓만 있으면 입맛이 산다고 하니, 맛이 좋긴 좋은가 보다. 실제로 맛을 보니 부드러움은 어리굴젓과 비교되지만 맛에서는 차이가 느껴진다. 어리굴젓이 상당부분 양념 맛에 기인한다면 게우젓은 내장이 지니고 있는 고유의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여타의 젓갈과 다르다. 맛과 영양 뛰어난 전복내장에 감칠맛까지 더해지니 생각만으로도 침 넘어가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