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속밀국낙지탕과 산낙지 회
| | ▲ 산낙지 회가 참 싱싱해 보인다 | | ⓒ 맛객 | | 보리가 익어갈 무렵에 찾았던 왕산포(충남 서산시 지곡면). 이곳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서해안의 작은 포구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왕산포는 마치 삶의 쉼표 같다. 하지만 왕산포를 찾아간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낙지!
| | ▲ 서산 낙지요리의 대명사, '박속밀국낙지탕'은 낙지와 박에서 우러난 국물맛이 시원하고 개운하면서 감칠맛이 난다. | | ⓒ 맛객 | |
| | ▲ 낙지는 살짝 데쳐야 질겨지지 않는다. | | ⓒ 맛객 | | 밀국수를 끓일 때 갯벌에서 어린 낙지를 잡아다가 박속과 함께 끓여낸 게 서산 별미가 된 '박속밀국낙지탕'이다. 이 음식은 서산에서도 왕산포 일대가 유명하다. 사람들은 '박속밀국낙지탕'을 맛보고자 이 조그만 포구에 발을 들여놓는다.
야들야들 보드랍고 쫄깃한 낙지가 갖가지 양념으로 위장한 낙지볶음과는 사뭇 다르다. 그저 재료에 감사하고픈 마음이 들 정도로, 좋은 재료에서 나는 맛은 꾸밈이 없어도 값을 한다. 국물 맛도 좋다. 낙지와 박속에서 우러난 국물은 향긋하고 시원해서 맛의 깊이가 느껴진다.
삶의 쉼표 같은 왕산포
| | ▲ 박속밀국낙지탕 요리가 발달한 왕산포. 포구 앞 갯벌에서 낙지를 잡는다 | | ⓒ 맛객 | | 커피잔의 온기가 그리운 계절에 다시 왕산포를 찾아갔다. 이번 여행길에는 그 분과 함께 했다. 부부싸움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낮부터 찾아와 한잔 하잔다. 가을 마중도 할 겸 서산으로 가자고 했다.
이번에는 지난번에 들렀던 횟집 말고 다른 횟집으로 들어갔다. 그때 약간 불친절했던 기억이 아직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탁월한 선택은 이런 걸까? 일하는 아주머니부터 주인까지 '극'친절함을 보여준다. 질문에 답변도 세세하게 해 주는 그 마음과 행동거지에 먹기도 전에 음식이 맛있어진다.
| | | ▲ 박속밀국낙지탕은 낙지를 먼저 익혀 먹는다. | | ⓒ 맛객 | 낙지 한 마리에 6000~8000원 선. 지난 번에는 2000원 선이었는데 그새 낙지가 자랐기 때문이다. 7000원짜리로 댓 마리 주문하니 육수 냄비에 나박 썰기를 한 박속과 대파, 매운 고추가 담겨져 나온다. 박이 나오는 철이라 냉동 박이 아닌 생박이 나온다. 냄비에 낙지를 넣고 살짝 데쳐서 소스에 찍어먹으면 된다.
아주머니가 낙지를 가져오면서 "산낙지로도 드세요?"하고 묻는다. "당연히 먹어야죠"하고 대답했다. 산낙지 맛을 모르면 낙지 맛을 모르는 것과 같지 않은가? 낙지의 싱싱함을 파악할 땐 발을 보면 된다. 아주머니가 손으로 낙지를 잡자 발을 여덟 갈래로 쫘악 펼친다. 싱싱함에 대해서 의심할 필요가 없는 낙지다.
접시에 있는 낙지발에는 힘이 넘쳐 긴장감마저 돈다. "기름소금도 주세요"했더니 아주머니 맛객(글쓴이)보다 한 수 위다.
"이 낙지는 기름소금 찍지 말고 그냥 드세요. 그래야 낙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어요."
재료에 대한 자신감이 무척이나 맘에 든다. 아주머니 말대로 그냥 먹었더니 순수한 낙지 맛이 난다. 인공 조미료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천연의 미감이다. 그동안 기름소금 때문에 느끼지 못했던 낙지 풍미까지 경험하는 건 맛을 찾는 나그네 입장에서는 참 행복한 일이다.
좋은 안주와 술에 취하니 감성이 발동한다. 창 밖으로는 갯벌이 펼쳐져 있다.
"형님! 저 갯벌... 왕산포... 즉석에서 시 한 수 지어보세요." "시라...."
갯벌을 한참 응시하더니 그는 시 한 수를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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