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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김치

우거지와 늙은 호박의 절묘한 맛을 아세요?
내가 담근 호박김치
한미숙(maldduk2) 기자
겨울이 되면 집안 거실 한 쪽에 늙은 호박이 하나쯤 보이는 게 좋다. 둥글둥글한 누런 호박을 볼 때마다 내가 있는 자리가 넉넉하고 푸근해진다. 그러면서 이따금씩 친정부모 생각에 코끝이 싸해지기도 한다.

친정에 김장하러 갔다가 얻어 온 늙은 호박. 갈 때마다 엄마는 더 싸주지 못해서 안타까워하시지만 오히려 그런 엄마가 나는 안쓰럽다. 언제까지 딸을 챙겨주시려는지, 끝도 없는 자식사랑에 나도 자식을 키우지만 엄마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다는 걸 깨닫는다.

"너 얼른 와서 김장해라!"

보채는 엄마 말에 부랴부랴 올라간 친정. 가서 보니 김장은 혼자 다 하시고 어리둥절 바라보는 나에게 한마디 하셨다.

"너 빨리 보고 싶어서 오라 그랬지, 엄마가 정말 김장하라고 부른 줄 알았어?"

엄마가 싸 주신 모든 것들, 나는 하나라도 허투루 버릴 수 없다. 김장을 하고 남은 양념과 배추우거지, 늙은 호박이 눈앞에 있다. 언젠가 친정에서 맛있게 먹었던 호박김치. 나도 엄마처럼 해보기로 했다. 처음엔 호박을 넣고 어떻게 김치를 하느냐고 했지만, 그 맛을 알고 나니 '이런 맛도 있구나' 싶었다. 새삼 그 맛에 침이 넘어간다.

김치가 익을수록 호박은 아삭거리고…. 한겨울, 호박김치를 넣고 국을 끓이면 얼큰한 맛이 아주 독특하다. 우거지 호박김치. 그 절묘한 맛을 내 손으로 담근다.

▲ 푸른 기가 남아 있는 호박하나를 도마 위에 올려놨습니다
ⓒ 한미숙
▲ 반으로 가르고...
ⓒ 한미숙
▲ 썩 잘 익지 않았지만 김치를 담기에는 상관없습니다
ⓒ 한미숙
▲ 흠~ 호박냄새가 신선합니다
ⓒ 한미숙
▲ 속을 발려내고 껍질을 벗깁니다. 호박김치를 좋아하는 신랑도 거듭니다
ⓒ 한미숙
▲ 정리된 호박
ⓒ 한미숙
▲ 납작납작하게 썰어놓은 호박을 씻어 놓습니다
ⓒ 한미숙
▲ 대파와 고춧가루 양념, 우거지가 모였습니다
ⓒ 한미숙
▲ 한데 섞어 버무립니다, 양념이 고루 배도록
ⓒ 한미숙
▲ 호박김치 완성. 시큼하게 익어서 얼른 먹어봤으면!
ⓒ 한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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