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ghsqnfok_264666_5[558006].jpg) | | ▲ 오늘 저녁에 과메기 초밥 어때요? | | ⓒ 맛객 | | 초밥 위에 고추냉이 묻히고 숙성 과메기 올려 김 띠 두르는 과메기초밥, 만드는 방식이나 형태가 전형적인 초밥 중에 하나다. 과메기가 평범해져버린 느낌이다. 맛과 영양을 만들어 내기 위해 기꺼이 배를 가르고, 매서운 칼바람에 몇날 며칠 고생한 과메기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시각적 만족도도 떨어져 구미가 썩 당기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나도 만들어봐야지 하는 생각 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과메기 맛들인지 얼마나 됐다고 변형시켜 먹는단 말인가? 과메기는 과메기답게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다.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poet6_264666_5[558031].jpg) | | ▲ 과메기 초밥 만드는 방법을 수첩에 기록한 그림이다. | | ⓒ 맛객 | | 과메기 초밥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렇다고 남들 만드는 식으로 따라 만들고 싶지는 않고, 그러던 차 우연히 본 일본초밥 사진에서 영감을 얻고 바로 구상에 들어갔다. "그래 그렇게 만들면 되겠구나" 맛은 아직 보지 않아 평가 내릴 수는 없겠지만 시각적으로는 괜찮을 것 같다.
현대 요리는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해지고 있지 않는가? 내가 구상했지만 정말 작품이 나올 것만 같다. 감히 작품이란 표현을 쓰는 건 훌륭해서가 아니라 창의성이 들어간 요리이기 때문이다.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ghsqnfok_264666_5[558008].jpg) | | ▲ 구룡포 과메기 빛깔이 좋다 | | ⓒ 맛객 | | 구상이 끝나자 초밥 만들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품질 좋은 과메기로 맛객의 입맛을 사로잡은 구룡포 돌도사님께 과메기를 보내라 하고, 무와 파 같은 부재료들도 장만했다. 의욕이 넘친다. 남들이 보면 초밥 깨나 만들어먹고 산 사람 같다. 초밥이라곤 고작 유부초밥밖에 만들어보지 않은 글쓴이, 과메기초밥을 만든단다.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낯선 이들 앞에서 생전 처음 만드는 물곰 국도 끓여본 경험자인데. 그러니까 작년 오색령 인근 명상학교에서 낯선 이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음식 찾아 전국을 다닌다는 내가 화제에 오르자, 점봉산 썰피 마을에서 민박집을 운영한다는 분이 글쓴이에게 묻는다.
"음식도 잘 만드세요?"
음식도 못 만들면서 음식 찾아다니는 건, 진정한 맛 평론가가 아니라는 복선이 깔려있는 질문이다. 참았다. 처음 만났는데 좋은 인상 심어줘야지 싶어서.
"아 저는 음식 만들 때 무아지경 속으로 빠져 듭니다."
백 마디 설명이 다 함축되어 있는 표현, 멋진 답변이다. 헌데 못 믿겠다는 듯, 아니면 안 믿겠다는 뜻인지 신경 쓰이게 하는 질문 몇 가지가 더 나온다. 술도 마셨겠다. 참을성이 사라져버린 맛객, 객기인지 아니면 요리자랑이라고 하고 싶은 건지 모를 전투본능이 온 몸을 휘감는다.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ghsqnfok_264666_5[558011].jpg) | | ▲ 훌렁훌렁 들어가는 물곰국,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 | ⓒ 맛객 | | 50여 미터 떨어진 펜션으로 가서 스치로폼 박스에 모셔져 있는 물곰을 가져왔다. 집에 가서 끓여먹으려고 주문진에서 마리에 1만원주고 산 것이다. 허락 하에 남의 집 주방을 차지하게 된 맛객, 몇 번 먹어본 기억을 더듬어 물곰국을 끓였다.
다른 건 몰라도 익은 김치가 들어가야 국물 맛이 훨씬 시원해진다. 끓여내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 김치 들어간 물곰 국은 첨 먹어본다면서 술술 잘도 뜬다. 술자리가 갑자기 해장하는 자리로 돌변하는 순간이다. 그랬던 적도 있다.
과메기 초밥 만들기
초밥은 일단 재료 못지않게 밥이 중요하다. 평소 밥에 비해 물을 적게 잡고 지었다. 뜸도 약간 덜 들여진 상태에서 밥을 퍼 식초와 설탕, 소금을 넣고 비볐다. 냉장고에 있던 매실원액도 약간 넣었다. 초밥 완성! 여기서 잠시 초밥왕 남춘화 선생의 초밥초 만들기 비법을 컨닝해 보자. 초밥초에는 설탕, 소금, 식초가 3:2:1의 비율로 섞고 레몬즙과 다시마가 들어간다고 한다. 다음엔 비법대로 만들어봐야겠다.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ghsqnfok_264666_5[558014].jpg) | | ▲ 구룡포 과메기를 찢어서 접시에 올려놓았다 | | ⓒ 맛객 | | 무는 위쪽 녹색부위를 강판에 갈아 물은 빠지도록 해 둔다. 쪽파는 최대한 얇게 썰고, 김도 실고추처럼 자른다. 초장은 쉽게 흘러내리지 않도록 약간 되직하게 만든다. 껍질 벗긴 과메기는 가운데를 5cm 정도 찢고 나머지 양쪽은 연필 깎듯 잘라낸다. 재료준비 끝!
초밥을 뭉치자. 비닐장갑을 끼고 찬물을 손바닥에 조금 묻혀 짝!짝! 박수를 쳐 물기대신 수분만 남게 한다. 폼부터 그럴싸하게 잡는 걸보면 어디서 본 가락은 있나보다. 초밥의 달인처럼 딱 몇 번의 손길만으로 초밥을 완성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밥알 230~250알 맞추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ghsqnfok_264666_5[558015].jpg) | | ▲ 과메기 초밥이 완성되었다 | | ⓒ 맛객 | | 뭉친 초밥위에 과메기를 올리고 찢어진 부위로 초밥이 조금 나오도록 했다. 지금부터는 요리사가 아닌 디자이너가 된다. 최대한 먹음직하게, 예쁘게 부재료를 장식해야 한다. 그렇다고 재료에 손길이 많이 가서는 안된다. 장식에는 자연미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 깔끔하다.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ghsqnfok_264666_5[558016].jpg) | | ▲ 별미로 드세요 | | ⓒ 맛객 | | 모든 재료는 딱, 딱, 한 번에 장식하고 말아야 한다. 그건 인위적인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감각이다. 접시에 음식을 담을 때도 감각 있는 사람은 다르다. 한 번에 담아도 장식한 듯 아름다움이 느껴지고 시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내공, 이처럼 감각은 모든 일에 있어 테크닉의 원천이기도 하다. 자 이렇게 해서 탄생한 과메기 초밥! 그 맛의 평가는 여러분의 미각에 맡긴다. 예의는 아니지만 부디 사진에서만이라도 맛을 느껴주길 바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