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눈이 오락가락 한다. 장을 봐야 하는데 꼼짝하기 싫다. 오늘 저녁 반찬은 뭘 할까. 베란다 양파망에 넣어 둔 호박고지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가을에 말려두었던 호박고지는 음력 정월 대보름에 해먹으려고 만들었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입맛이 동할 때, 조금만 덜어서 해먹기로 했다.
호박고지, 어릴 때는 먹지 않았다. 계절이 되면 엄마는 항상 호박고지를 하셨다. 그땐 마른 호박의 구수한 냄새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호박고지의 진짜배기 맛을 뒤늦게 알았지만.
몸에 좋은 음식이라고 아무리 권해도 먹지 않는 작은아이를 보면서 내 어릴 적 생각이 났다. 호박고지 볶으면서 친정엄마를 떠올리듯 아이도 언젠가 제 엄마를 생각할까? 밥상에 올린 호박고지 한 접시에 햇빛과 바람 냄새가 양념냄새와 어울려 그윽하고 다정한 고향의 향내가 퍼진다.
| | ▲ 한 끼 먹을 것만 양재기에 덜었다. 햇빛에 잘 마른 호박고지는 부서지기 쉬워 조심스럽게 잘 다뤄야 한다 | | ⓒ 한미숙 | |
| | ▲ 호박고지가 푹 잠겨질 정도로 물을 담아둔다 | | ⓒ 한미숙 | |
| | ▲ 물에 불리니 양도 늘었다. 구수한 호박냄새도 은은하게 풍긴다 | | ⓒ 한미숙 | |
| | ▲ 불린 호박고지를 잘 헹궈서 짠다. 너무 꼭 짜면 볶을 때 팍팍해서 물기를 조금 남기고 짠다. 쪽파는 쫑쫑 썬다 | | ⓒ 한미숙 | |
| | ▲ 다진마늘에 액젓과 깨소금, 물엿을 약간 두르고 들기름을 넉넉하게 넣는다. 호박고지는 들기름에 볶아야 맛이 더 살아난다 | | ⓒ 한미숙 | |
| | ▲ 오물조물 무친다 | | ⓒ 한미숙 | |
| | ▲ 가스불에 후라이팬을 달구고 오물조물 무친 호박고지를 살살 볶아준다 | | ⓒ 한미숙 | |
| | ▲ 불을 줄이고 뚜껑을 덮은 다음 뜸을 들이듯 조금 놔 둔다 | | ⓒ 한미숙 | |
| | ▲ 짜지 않고 삼삼한 호박고지 하나씩 입에 넣을 때마다 은은한 들기름 냄새가 고소하다 | | ⓒ 한미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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