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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뚝배기보다 장맛'이라고 하는데 이번 경우는 그 반대가 될 것 같습니다. 평소 먹던 라면기 대신 시원한 느낌의 스테인리스 냉면기에 담으니까 모양새도 좀 더 그럴 듯하고 기분이 그래서 그랬는지 어쩐지 맛도 더 시원한 것 같았습니다. 마침 요즘 다이어트용으로 삶아둔 달걀과 닭가슴살도 있기에 보다 근사한 비빔면을 만들 수 있었어요. 거기에다가 김치냉장고에서 잘 익은 시원한 물김치 건더기와 국물까지 잘박하게 넣어 말아먹으니 정말 '못하는 집 냉면'보다 맛있고 시원했습니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배우 김희애씨가 뭣 하나 꺼낼 때마다 그 근사한 냉장고 홈 바가 나오더군요. 주부들이라면 다들 기억하시겠죠? 거의 국민 드라마였으니까 말이죠. 그 배우가 툭하면 그 홈 바를 열고 거기에서 찬물이며 맥주를 꺼내 들이키는데 얼마나 부럽던지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니까요? 하지만 이제 부럽지 않습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찬물을 들이키느라 냉장고 문을 여닫았다가는 전기요금을 감당 못하겠기에 홈 바를 대신 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입니다. 얼음 한 바가지 잔뜩 넣어 차가운 얼음물을 만들어 두면 하루 24시간은 거뜬합니다. '이 없으면 잇몸'이라더니 참 가지가지로 궁즉통(窮卽通)이지요? 이렇게 매콤한 비빔면에 얼음물 들이켜가며 사진도 찍고 딸아이와 '쩝쩝, 후르륵' 맛있게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그렇게 먹고 있는 사이 불쌍한 남편은 자전거를 타고 마트에 가 찢어진 진공청소기 먼지봉투 리필용을 사고 있었구요. 남편이 돌아왔을 때 다시 비빔면을 끓여주려고 보니 아뿔싸, 비빔면의 변신에 도취되어 흥분된 상태로 정신없이 만드느라 상추며, 닭고기살, 달걀 등 비빔면 부재료를 남편 몫에 넣을 것 남김없이 모두 써 버린 것 아니었겠어요? 미안하긴 하지만 이 더위에 다시 사러 나갈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그냥 면을 삶아서 김치 썰어 얹어주었고, 그나마 너무 안되어 보이기에 그냥 아쉬운 대로 '달걀 후라이' 한 장 올려주었습니다. "똑같은 달걀인데 그냥 드셔. 그러게 밥 때에 자리 뜨면 손해라니까?" 하면서요. 다이어트용으로 사다 둔 실곤약도 몇 봉지 있는데, 다음에는 실곤약 국수도 화려하게 변신시켜보아야겠습니다. 재미 붙였어요. 지루한 장맛비와 찌는듯한 폭염이 떨어뜨리는 입맛도 비빔면 한 봉지와 약간의 부재료, 그리고 차가운 얼음물 한 사발 정도만 있다면 도로 찾아오는데 문제없을 듯합니다. 자, 비빔면 한 번 근사하게 변신시켜 볼까요?
시판 비빔(라)면 1봉지, 상추나 쌈거리 채소 반 줌, 오이 1/4개 채 썰어서, 김치나 물김치 건더기 반 줌, 김칫국물이나 물김치 국물 약간, 장조림이나 닭가슴살(없어도 괜찮아요) 약간, 삶은 달걀 1개, 참기름 1작은술, 통깨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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