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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민어 어식국가 일본에서 도미와 민어는 생선중의 생선으로 쳐준다. 우리도 도미는 횟감으로서 인정해주나 민어는 다르다. 서남해안에서 여름 녘에 나는 민어는 생선회로서 그리 알려져 있지 않다(예전에는 국민적인 생선이라 해서 민어라는 설도 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활어회 문화를 숭배하는 우리이기에 선어회로 먹는 민어가 쉽지는 않았을 터. 맛 또한 광어나 도미처럼 식감이 좋다거나 참치 방어처럼 고소하지도 않다. 그런데도 민어회가 있으면 열 회 마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고급횟감으로서 물량이 달릴 정도라고 하니 뭔가 특별한 맛이 있는 건 아닐까. 지난달 28일 목포에 내려간 이유는 민어가 거기 있기 때문이다. 민어회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이 목포시에 있는 '영란회집'. 그렇다면 당연히 이 집으로 들어가는 게 모범답안이겠다. 하지만 우리가 찾아간 곳은 '골목횟집'. 목포에서 사는 지인의 얘기로는 골목횟집의 양념장이 기가 막히게 좋다고 한다. 목포 현지인이 자주 찾는 집이라는 것도 골목횟집으로 향하게 한 이유 중 하나다. 이렇게 현지인과 외지인이 가는 집이 다른 경우로는 남원추어탕이 있다. 매스컴을 타 유명해진 새집추어탕은 외지인이 찾아가는 0순위이고 친절식당이나 부산집은 현지인이 찾는 집이다. 아참! 일본에서 참치는 0순위라고 한다. 미식의 생선으로가 아닌 일반적으로 먹는다는 뜻일 게다. 민어집에 민어가 없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냉장보관함에 커다란 민어 2마리가 보인다. 민어 확보에서 골목횟집에 완승을 거뒀다고나 할까. 언제 가도 민어를 맛 볼 수 있다는 믿음감, 이런 게 이집의 저력이고 손님에게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방에서는 아주머니가 정신없이 민어를 썰고 있다. 손님상에 오르는 것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택배배달도 나가기 때문이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식탁위에 하얀 종이가 깔린다. 곧 나올 민어에 대한 기대감이 넘친다. 회를 주문하면 이것저것 온갖 잡다한 음식으로 식탁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게 우리네 회 문화. 물론 그 곁들이 음식을 더 좋아하는 분도 계시지만 여러 음식이 나오면 주 메뉴에 대한 집중력이 저하되기 마련이다. 맛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 집은 기본으로 나오는 음식 소위 스끼다시는 일절 없다. 오로지 민어회와 양념장, 회를 싸먹는 용도의 상추와 깻잎 등 채소가 전부이다. 그래도 야속하지 않는 건 앞서 언급대로 집중력을 높여 맛을 풍부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배가 적당히 고픈 상태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기다리다가 민어회 한 점을 씹을 때의 맛이란... 상상이 가는가. 생선회와 장의 조합, 맛을 부른다
광어는 느끼함 없는 담백미가 넘치는 회, 따라서 간장이 어울린다. 놀래미는 기름기가 있는 생선이기에 초장과 된장에 들기름 마늘을 넣은 장에 먹어야 회 맛을 살려준다. 삼겹살을 기름장에 찍어 먹는 사람 없다. 헌데 회 만큼은 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눈에 보이는 대로 아무거나 찍어먹는 사람이 많은 게 우리 회 문화의 현주소이다. 자 민어에는 어떤 장이 어울릴까? 민어의 살점엔 간장이 어울렸다. 혹시나 해서 초장에도 먹어 봤는데 맛있긴 하다. 하지만 그건 회의 맛이라기보다 초장의 맛이 강하다. 초장 맛에 먹는다면 굳이 민어를 먹으러 목포까지 내려갈 하등의 이유가 없다. 동네에서 광어회를 먹고 말지. 회를 먹는다면 당연히 회의 맛을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 간장에 찍는다면 당장 맛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씹을수록 민어의 단맛과 풍미가 살아난다. 부드럽게 녹는 맛에 감도는 고소함. 자극적이거나 진하지 않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느껴지지 않는 맛이기도 하다. 회가 좋고 즐기는 이유는 다 같진 않을 것이다. 맛객은 먹으면 당장 표 나는 음식과 달리 미묘한 맛의 차이와 풍미를 느끼기 위해서 먹는다. 음미하면서 명상하듯 먹는 순간이 좋기 때문에 회를 먹는다. 껍질째 나오는 뱃살은 지방이 꼈기 때문에 막장이 어울렸다. 민어회는 한 접시에 4만원이다. 가치를 어디다 두느냐에 따라 비쌀 수도 쌀 수도 있는 가격이다. 그리 넓지 않은 접시에 담겨져 나오는 걸 보면 양이 적어 보여 비싸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펼쳐진 회가 아닌 쌓아놓은 회기에 먹다보면 생각처럼 적은 양은 아니다. 선어회를 어느 정도 먹은 후에 서비스로 부레를 외쳤다.
민어회가 특별한 이유, 부레 껍질 뱃살 여기까지 먹고 나면 대개 매운탕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맛객은 아직 배가 고프다. 진정 이 부위를 먹지 않고 일어선다면 지금까지 맛과 기분이 금세 우울모드로 넘어 갈 것만 같다. 서빙 하는 아주머니도 못 미더워 카운터로 가서 실권을 가지고 있음직한 분에게 부탁했다. 주방으로 들어간 그 분은 맛객이 원하는 그 부위를 집어 들더니 "이거 말이세요?" 묻는다. "네 그거요." 그러자 다시 묻는다. "이걸 어떻게 알았다요?" "하하..." (저 맛객입니다)
마무리는 민어매운탕. 1인분에 5천원하는 매운탕은 담백하다기 보다 진하고 약간 강렬한 맛이다. 남도스러운 맛이다. 민어를 맛나게 먹었기에 매운탕에 대해서는 크게 감흥이 없다. 회에서 오늘 맛객이 느끼고자 하는 맛을 충분하게 본 걸로 족하다. 안주가 좋아 급하게 소주잔을 들다보니 취기가 오른다. 어디선가 가요 '목포의 눈물'이라도 흘러나왔으면 좋으련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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