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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어련히 알아서 해줄텐데 저렇게 선수를 치는지' 하면서 일부러 못들은 척 했다. 초복인 15일은 일요일이다. 토요일에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푹' 쉬면 피로가 '쏴악~' 풀릴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루 먼저 황기삼계탕을 해주기로 했다. 황기는 땀을 많이 흘려 기운이 없을 때 최고라고 한다. 또 피부의 기능도 보해 주고 소화기능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마침 마트에서 초복 행사로 생닭 한 마리에 1580원씩 판매하고 있어 두 마리를 사왔다.
닭에 붙어있는 지방을 모두 제거하고 속까지 손을 넣어 깨끗이 씻어준다. 깨끗이 손질된 닭에 물에 불린 찹쌀과 황기를 넣는다. 찹쌀과 황기를 넣은 후 마늘로 마무리를 해준다. 그럼 찹쌀이 나오지 않아 솥밑에 누를 염려가 없다. 남편은 마늘도 좋아해서 넉넉히 준비했다. 언젠가 TV에서 유명한 삼계탕 집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 주방장이 닭의 한쪽다리에 구멍을 내서 다른쪽 다리를 집어 넣어 찹쌀이 삐져나오지 않게 하는 것을 보았다. 나도 그것을 해보려고 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실패했다. 한쪽다리에 있는 살이 너덜너덜 거려 할 수 없이 마늘로 마무리를 하고 말았다.
언제부터 내가 남편에게 머리가 길다고 해도 남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분이 좋은지 "나 얼른 가서 머리 자르고 올테니깐 상 차려놔" 한다. "왜 닭 다 됐는데 먹고 가지?" "아니야 밥 먹고 가면 문 닫을 시간이야" 하더니 한걸음에 집을 나선다. 난 그 사이에 아주 약한 불로 다시 한 번 끓여주었다. 머리를 짧게 자른 남편의 얼굴에 생기가 난다. 얼른 상을 차렸다. 큰 볼에 잘 익은 닭을 담아냈다. 남편은 먹기 좋게 한숨에 닭을 자른다. 소금과 후추를 섞은 소스에 닭을 찍어 먹는다. 황기 삼계탕에는 부추김치가 잘 어울린다고 하기에 부추 겉절이도 했다. 남편은 단숨에 닭 한 마리를 해결한다.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 맛을 보라고 작은 그릇에 닭죽도 주었다. 파와 소금을 넣고 부추김치에 맛나게 먹는다. 정말 먹고 싶었나 보다. 난 "안 해주었으면 큰 일 날뻔했네" "야~~ 정말 잘 먹었다. 기운이 막 나는 것 같다"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선다. 남편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남편은 담배를 핀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밖에 나갔다 들어 온 남편은 잠시 TV를 보더니 어느새 단잠이 들어 버렸다. 그렇게 푹 자고 쌓였던 피로가 모두 풀렸으면 한다. 여름 보양식으로 여러가지가 있다. 장어구이, 영양탕, 삼계탕, 용봉탕 등. 어떤 조사에서 보니 응답자의 74%가 여름 보양식 가운데 삼계탕을 가장 좋아한다고 한다. 외식을 해도 가격이 싸고,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부담도 없고, 또 그만큼 더위에 효과가 있어서 일 것이다. 더위도 초장에 잡아야지 그대로 쌓이면 몸은 천근만근 물먹은 솜처럼 무겁다. 올 여름도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 보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