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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찾는 사람들

사람을 찾는 사람들 ‘불황 함께 넘자’ 동호회·친구찾기 붐

이용균·조미덥기자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휴대전화 판매대리점을 운영하는 고호씨(32)는 주말이면 산에 오른다. 혼자가 아니라 온라인 등산 동호회인 ‘일촌산악회 7585’ 회원들과 함께 간다. 고씨는 “요즘 불경기라 장사가 안되는데 사람들과 함께 산에 오르면 어지러운 생각이 사라져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동호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면서 “돈을 더 벌려면 일요일에도 가게를 열어야 하는데 그 대신에 산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고씨가 활동하는 ‘산악동호회’에는 하루에 10~15명씩 새로 가입하고 있다. 동호회 부운영자인 손현주씨(32·여)는 “남녀 비율이 3 대 7 정도로 여성 회원들이 많다”며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등 마음의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가입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온라인을 통한 ‘사람 찾기’가 늘고 있다. 팍팍한 세상살이 탓에 외로움을 절감하는 사람들이 ‘따뜻한 교류’를 찾는 것이다.

인터넷 포털 싸이월드의 동호회(클럽)는 월 평균 방문자 수가 지난해 초 810만건이었으나 하반기에 930만건으로 14% 정도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 3600여개의 친목 클럽이 새로 만들어졌고, 신규 가입 회원 수도 2만8000여명으로 집계됐다.

잠시 잊고 있던 옛 친구들을 찾는 일도 늘었다. 온라인을 통해 옛 지인들의 홈페이지를 검색하는 싸이월드 ‘사람 검색’ 페이지는 경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의 방문자 수가 상반기에 비해 20%가량 늘었다. 최근에는 하루 평균 33만여건의 ‘사람찾기’ 검색이 이어져 한달 평균 검색 건수가 1000만건을 넘어섰다.

경기 불황은 사람들의 ‘외로움’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신영철 성균관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경기 불황 등으로 사회의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지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위안을 얻으며 의지하고 싶은 경향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은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현실에서 벽에 부닥칠 경우 사이버 공간에서 대체재를 찾는 경향이 많다”며 “10년 전 외환위기 때도 이런 이유로 사이버 공간이 급격하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싸이월드 최형일 클럽운영팀장은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클럽은 등산 동호회”라며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십자수나 뜨개질 동호회도 뜨고 있다”고 말했다.

천문 관련 동호회에도 신규 회원이 늘어나는 추세다. 함께 모여 별을 관찰하는 온라인 동호회 ‘플레이아데스’에는 하루에 3~5명 정도씩 새로 가입하고 있다.

운영자 서보경씨(25)는 “한 달에 한번 관측회를 갖는데 20~40명이 참석한다”며 “하늘의 별을 함께 보며 밤을 지새우다 보니 서로 정말 친해진다”고 말했다.

<이용균·조미덥기자 nod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