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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소주 폭탄주` 대세

'119 소주 폭탄주' 대세
연예사회팀ㆍ scblog.chosun.com/letter3333

'오늘은 간단히 하죠.' 15일 저녁 8시 무렵. 서울 역삼동의 한 음식점. 같은 부서원으로 보이는 10여명이 회식을 하고 있었다. 안주가 나오자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가볍게 하자'며 폭탄주 제조에 들어갔다. 그는 맥주가 1/2가량 채워진 200㎖ 컵에 반 쯤 찬 소주를 부었다. 소주 폭탄주였다. 양주 폭탄주는 양주 잔을 맥주컵에 빠뜨리지만 소주 폭탄주는 소주 잔이 다소 큰 탓인지 소주만 부었다. 이들은 모두 연거푸 석 잔을 마셨다. 이어 희망자 몇 명은 서너 잔을 더 마신 뒤 9시가 되기 전에 일어섰다.

▶119 소주 폭탄주 대세

소주 폭탄주는 지난해 부터 대세인데 요즘은 119 소주 폭탄주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119는 1차에서 1가지 술로 밤 9시까지 끝낸다는 뜻이다. 빨리 취하고 술자리를 빨리 끝내기에 직장인과 여성이 특히 선호한다.

서울 광화문의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김준표씨는 '소주 폭탄주는 몇 년전부터 마셨지만 요즘에는 아예 일상화가 되었다. 친구들끼리 소주를 마시러 가면 자연스럽게 맥주를 섞어 마신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119 소주 폭탄주를 즐기는 이유에 대해 '다음 날 아침 출근에 지장이 적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여성도 소주 폭탄주 대열 합류

119 문화와 함께 여성들의 소주 폭탄주 취향도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 직장인 여성들은 회식 때 양주 폭탄주는 독하다고 꺼리던 경향이 많았으나 소주 폭탄주에 대해서는 '한 두잔 정도는~'이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여행사 직원인 20대 여성은 '소주 폭탄주가 소주보다 훨씬 부드럽고 소주와 달리 잔을 돌리지 않아 여성에게도 인기'라고 말했다. 밤 9시면 무조건 끝나기에 심하게 취하지 않아 별 부담이 없다는 것.

한 주부는 '친구들과 만날 때 소주의 도수가 그리 높지 않아 간혹 맥주에 섞어 마신다. 소주만 마실 때보다 우아해 보여 만족한다'고 밝혔다.

▶낮에도 소주 폭탄주

새벽에 일을 많이 하는 서울 남대문과 동대문 시장의 일부 상인은 점심 때 소주 폭탄주를 즐긴다. 이들에게 점심은 일반 직장인으로 보면 저녁 시간대와 같기 때문이다.

물론 직장인이 많은 서울 강남이나 광화문 근처의 식당가에서도 점심 때 소주 폭탄주 한 두잔을 마시는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소주 폭탄주 한 두잔은 소주 한 두잔과 같은 반주 개념이다.

▶쨍그랑 소리는 사라져

소주 폭탄주의 일반화로 사라지는 것도 있다. '쨍그랑' 소리다. 폭탄주 애호가들의 의례중 하나는 단숨에 마신 뒤 컵을 흔들어 잔 부딪치는 소리를 들리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주 폭탄주는 소주 잔을 맥주잔에 넣지 않는다. 마실 때 입구가 큰 소주 잔으로 인해 불편하고 꺼낼 때도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쨍그랑 소리를 내게 하던 모습은 보기 힘들다.

▶사회 변화의 산물

119 소주 폭탄주 문화는 사회 변화의 산물이다. 무엇보다 작년부터 불어온 미국발 경제불황으로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의 호주머니가 비었다. 그래서 양주나 양주 폭탄주를 마시던 사람이 양주를 소주로 대체해 폭탄주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다. 또 젊은 세대의 취향과 딱 떨어진 결과다.

서울 역삼동에서 컴퓨터업을 하는 최필웅씨는 '경제 위기의식이 크게 높아져 돈 있는 사람조차도 술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뇌관'을 비싼 양주 대신 저렴한 소주를 넣어 폭탄주의 기분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국영기업체 한 연구원은 '빨리 취하는 데는 폭탄주만한 게 없다. 양주가 아닌 소주로도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애용한다'고 밝혔다.

▶위스키는 울고 소주는 웃고

음주 문화가 바뀌면서 위스키 업계는 울상이고 소주 회사는 웃고 있다.

위스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매출이 예년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12월 위스키 판매량이 전달에 비해 44.3%나 감소했다.

이에 비해 지난해 11월과 12월 각 소주 회사의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10~20% 증가했다. 김윤종 두산주류BG홍보부장은 '술자리를 1차로 마무리하면서 2차 기분까지 내는 것은 폭탄주가 제격이다. 2,3년 전부터 유행한 소주 폭탄주는 경제상황이 호전돼도 119 문화가 형성되고 있어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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