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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눈꽃 핀 봉우리

[포토르포] 운해(雲海) 사이 천지가 열리고 시간이 멎는다
백두산 눈꽃 핀 봉우리의 하얀 속살 위로 눈부시게 쏟아지는 아침햇살 숨막히게 아름다워

▲ 구름바다는 천지로 밀려오고 물안개는 천지에 떠다닌다.

1989년 백두산과 첫 번째 만남. 단 한번의 촬영으로 홀딱 반해버렸다. 그 이후 매년 백두산 촬영을 해오고 있다. 한번 갔다하면 한두 달씩 정상에 머물면서 촬영하고 성공하지 않으면 내려오지 않는다.

▲ 높이 68m의 거대한 장백폭포는 한겨울에도 계속 흘러내린다.
백두산은 내 인생의 전부. 백두산의 날씨는 여자의 마음 같아 변덕스럽다. 이런 변화무쌍한 백두산이 나에게 산의 영혼(산신령)과 일치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 이제 백두산은 내 삶이고 예술이며 인생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산신제 지내고 한중락(閑中樂). 9월 중순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다음해 6월까지 내린다. 정상에 흰 눈이 덮여있어 백두산(白頭山)이다. 10월 28일은 벌써 영하 20도로 떨어지며 많은 눈이 오고 안개가 끼여 상고대가 돌에 붙어 눈꽃이 피기 시작하니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천지를 지키는 곰바위에서 산신제를 정성스럽게 올린다. 하늘의 도움(자연의 조화) 없이 좋은 산사진을 얻기란 불가능하다. 산신제를 지내고 하늘의 도움을 청한다.

사진을 찍는 것은 순간이고, 길고 긴 시간을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보내는 것 자체가 고행이지만 즐거운 일이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고는 산사진 촬영 작업은 되지 않는다. 1년에 절반은 산에 머물면서 이런 생활을 한 지 오래다.

드디어 천지(天池)는 열리고 고요하고 한가한 시간이 며칠이 지났는지 모른다. 눈보라, 안개, 악천후 끝에 북청색의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화산호 천지의 신비로운 모습이 순간순간 나타난다.

▲ 천운봉과 화개봉 사이로 천지의 눈쌓인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 4. 백두산 16연봉의 하나인 화개봉에 핀 눈꽃.

▲ 백두대간의 산맥은 개마고원에서 남으로 이어진다.
해발 2500m 이상의 160연봉의 장래칸 기상, 정상 주변에 꿈틀대는 큰 구름 바다, 장백폭포에서 밀려와 천지로 들어가는 운해, 천지에서 피어나는 물안개. 나의 정성에 감응했는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산의 정기를 찍는 나에겐 좋은 찬스가 왔다. 천지의 평균수심은 204m, 최고 수심은 373m나 되니 웬만한 바다보다 더 깊다.

아침햇살 먼저 받은 백두산. 장쾌하고 아름다운 장군봉에 아침햇살이 제일 먼저 비친다. 흰색의 눈과 상고대에 붉게 물든다. 지금부터 100만년 전에 화산폭발에 의해서 이루어진 백두산. 장엄하고 신비스런 백두산의 일출은 대단하다.

백두산에서 시작한 맥은 아침연무의 개마고원을 거쳐서 백두대간으로 이어져 한라산에 이른다. 삼천리 금수강산을 품에 안고 있다. 천지는 압록강, 두만강, 송화강의 원류. 천지의 물은 북한으로 압록강·두만강의 원류를 이루어 중국의 쑹화강이 시작이 된다. 68개의 장백폭포로 쏟아지는 천지물은 천지를 진동시키며 흘러내려 만주벌판에 적줄기를 이룬다. 겨울에 얼어붙은 거대한 빙벽은 온갖 형상을 하고 있어 재미가 있으며 센물이 거칠게 흐르는 모습이 힘차다.

▲ 한겨울에 영하 50℃로 내려가 모든 것이 다 얼어 붙어 있지만 천지물은 계속 넘쳐흐른다.
백두산은 동식물의 보고(寶庫). 백두산은 세계자연보호구로 지정되어 있으며 야생식물 2385종, 야생동물 1225종이 등록되어 있는 동식물의 보고다. 인간의 발길이 닫지 않는 원시림은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지만 정상 주변에는 사람이 많이 오염시켜 놓았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어야 한다.

백두산은 나의 스승. 백두산의 푸른 정기는 건강의 원리, 행복의 원리, 삶의 지혜, 예술의 영감을 안겨준 영원한 나의 스승이다. 16년 전 백두산과의 만남. 그 교감은 내 인생에 가장 큰 행복이다.

글·사진=장국현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