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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해

산업은행의 저력을 확인했다

1월17일 산업은행의 저력을 확인했다

- 산업은행 L+615bp vs 수출입은행 L+625bp
- 수출입은행 발행후 이틀만에 투자주문 3배로 확대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2009년 1월 17일(한국시간). 우리나라 대표차주기관 산업은행이 기지개를 켰다.

산업은행이 민영화 이슈와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검토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주 직전에 발행된 수출입은행보다도 발행금리를 낮춰 한국물의 차입여건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 한국물 기준금리 낮췄다

산업은행은 17일 2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당초 10억달러를 기준으로 발행계획을 잡았으나,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면서 발행규모가 20억달러로 늘어났다.

투자주문은 발행규모에 3배에 달하는 60억달러에 달했다. 전 세계에서 276개 투자자들이 산업은행 채권을 사겠다고 나섰다.

발행규모를 크게 늘리면서 발행금리도 낮췄다. 산업은행이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예상 발행금리는 라이보(Libor)+615∼640bp 수준이었고, 실제 발행금리는 라이보(L)+615bp로 투자자들의 수요를 적절히 파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발행한 수출입은행의 발행금리는 미 국채수익률(T)에 677bp의 가산금리가 더해진 수준이었고, 변동금리로 환산했을 경우 라이보(L)+625bp 였다.

이에 비해 산업은행의 발행금리는 미 국채수익률(T)+675bp로 스왑스프레드를 감안해 변동금리로 환산하면 라이보(L)+615bp 였다. 산업은행이 한국물 발행의 기준금리를 소폭이나마 낮춘 셈이다. ☞관련기사 2009.01.13 09:15 수출입銀, 20억불 글로벌본드..T+677bp

◇ 신속한 의사결정 `승부수`

산업은행의 발행 여건은 좋지 않았다. 발행을 공표하기 직전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국내 은행들에 대한 신용평가 등급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발표했고, 이미 수출입은행이 20억달러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해 공급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었다. ☞관련기사 2009.01.16 11:58 (프리즘)산업은행 글로벌본드 무리수?

더구나 산업은행은 정부가 채권의 원리금상환을 100% 보증하긴 하지만, 민영화가 예정돼 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투자자들이 민영화 이슈를 들어 추가 가산금리를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산업은행은 연초 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시점에서 신속히 발행한다는 전략을 강행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언제 재발될 지 모르는 만큼, 주어진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발행규모 대비 3배에 달하는 투자자들의 주문을 유도함으로써, 한국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확인했고 향후 한국계 은행과 기업들의 외화차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검토 발표로 시장분위기가 악화됐지만 연초 시장안정세를 활용, 시장에 신속히 진입함으로써 장기 거액의 외화자금을 도입할 수 있었다"면서 "민영화 이슈에도 불구하고 정부은행으로서의 지위를 적극 활용했다"고 발행 전략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