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思齋) 김정국(金正國, 1485~1541)이 친구인 황 아무개에게 보낸 편지이다. 그의 문집에는 실려 있지 않고 이기(李기*)의 저서 《송와잡설(松窩雜說)》이란 야사와 그 일부가 권별(權鼈)의 《해동잡록(海東雜錄)》에 실려 있다. 황 아무개가 늙어서도 계속 집을 짓는 등 호사스럽고 욕심 사납게 산다는 소문이 사재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사재는 친구에게 충고의 편지를 보냈다.
아무리 좋은 집이라도 이제 얼마 누리지 못할 것을 굳이 지을 필요가 없다고 충고하고 자기를 보라고 했다. 자신은 부자는 아니지만 의식주에 부족함이 없으므로 한 세상을 으스대며 잘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여겨 불만이 없다. 그런데 자신보다도 모든 것에서 백배나 잘 사는 사람이 그것도 부족하여 더 재물을 모으려 한다면 그것은 노탐(老貪)이다.
탐욕이 나왔으니 말이지 자기도 탐욕이 있다. 무려 열 가지나 되는 많은 물건을 그는 탐낸다. 책, 거문고, 친구, 신발, 베개, 창문, 툇마루, 화로, 지팡이, 나귀가 각각 한 가지씩이다. 그는 이 물건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없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가 말한 탐욕은 반어(反語)로 들린다. 진정 여유롭고 자유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화려한 집을 비롯한 값비싼 물건은 아니라는 사실을 사재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말하고 있다.
사재는 이 글의 “잠자리에 누우면 남은 공간이 있고, 옷을 입었는데도 남은 옷이 있으며, 주발 바닥에는 먹다 남은 밥이 있다네(臥外有餘地, 身邊有餘衣, 鉢底有餘食.)”란 대목에서 ‘세 가지 남은 것[三餘]’이란 말을 따다 삼여거사(三餘居士)란 호를 지어 부족해도 넉넉하게 여기는 호기와 여유를 부렸다.
* 기 : 旣 아래 土 = 맥질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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