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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당신이 계셔서, 덜 부끄러운 역사를 살았습니다”
ㆍ각계 고별사

경기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서 20일 열린 김수환 추기경의 하관식에서 정진석 추기경과 참석자들이 관 위로 흙을 뿌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교황 베네딕토 16세(정진석 추기경 대독)=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선종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끼며 추기경님과 모든 한국인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오랫동안 서울의 가톨릭 공동체를 위하여 헌신하시고 추기경단의 일원으로서 여러 해 동안 교황에게 충심으로 협력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억하며, 저는 여러분과 함께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그분의 노고에 보답해 주시고 그분의 고귀한 영혼을 하늘 나라의 기쁨과 평화로 맞아들여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김수환 추기경님의 친족과 모든 분에게 주님의 힘과 위로에 대한 보증으로서 진심으로 사도의 축복을 보내 드립니다.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김 추기경께서는 “나는 그저 당신 양떼에게 비천한 종일 뿐”이라고 하신 말씀과는 달리 당신에게 맡겨진 양떼에게 충실하고도 선견지명을 갖춘 훌륭한 목자셨습니다. 당신 민족의 영적이고 물적인 안녕을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셨던 분입니다. 생명과 인권, 민주주의와 자유, 그리고 정의의 충실한 변호사이셨습니다. 전 생애와 영면을 통해 참된 하느님의 사람이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강우일 주교=추기경께서는 투병과 죽음을 통해 경제위기와 사회불안으로 깜깜하고 식어버린 국민 마음을 따뜻하게 덥히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운 이들이 추기경님의 가르침에 희망과 용기를 얻으면서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명동과 각 성당으로 몰려왔습니다. 연세가 많아지신 다음에는 자신에게 ‘바보야’라고 말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분명 이렇게 말하실 것입니다. ‘어서 오너라. 내 사랑하는 바보야. 그만하면 다 이뤘다.’

시민들이 20일 경기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역에서 김수환 추기경의 묘 위로 국화 꽃을 올리고 사진을 찍고 있다.(왼쪽) |사진공동취재단 20일 열린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에 참석한 신도가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고 있다. |서성일기자

△이명박 대통령(한승수 국무총리 대독)=추기경께서는 가톨릭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서 항상 병든 자, 가난한 자, 약한 자와 함께 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서 소중한 분을 데려가시면서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화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빈손으로 와 사랑을 남기고 간 추기경님은 이제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며 현재에 감사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 것을 바라시고 있습니다.

△최승룡 전 가톨릭대 총장=장기기증 행렬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추기경님의 배려와 사랑이 주위 사람들에게 감염돼 기증자와 수혜자가 늘게 되고 5000명이 빛을 보는 일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추기경님을 모범으로 미움, 갈등, 욕심의 각막을 벗겨내고 사랑, 화해, 희생의 각막을 이식하면 평화와 행복이 올 것입니다.

△한홍순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장=온 국민이 애도하는 것을 보며 저희는 평생을 착한 목자의 삶을 사신 추기경님이 자랑스럽고 고맙고, 이런 목자를 우리 민족에게 보내주신 하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추기경님은 당신 죽음까지도 도구삼아 모든 이를 구원의 빛으로 인도하는 영원한 사제요, 선교사이십니다. 저희도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좀더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하는 데 이바지하기로 다짐합니다.

"크신 사랑, 이제 하늘에서 실천하소서!"

[현장] 고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 시민 1만여 명 참석
박상규 (comune) 유성호 (hoyah35)
20일 오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거행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거행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

20일 오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거행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거행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선종
[기사 보강: 20일 오후 5시 15분]

"하느님 품으로 가셨으니까 울면 안 되는데… 그래도 눈물이 나네요. 추기경님 잘 가세요. 그리고 또 이 땅에 오세요."

조종 소리와 함께 고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을 실은 차량이 서울 명동성당을 떠나자 신도 김영임(50)씨의 눈은 붉어졌다. 그녀는 "울면 안 되는데… 울면 안 되는데…"를 낮게 되뇌며 마지막 운구 행렬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흰 미사포를 쓰고 운구 행렬에 손을 흔들던 김씨는 "김 추기경님은 곧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실 분"이라고 말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20일 오전 10시부터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집전으로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장례미사에는 신도와 시민 약 1만여 명이 참석해 김 추기경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김수환 추기경 장례미사... "이 땅에 다시오세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열린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 앞에서 추모객들이 장례미사를 드리고 있다.
ⓒ 유성호
김수환추기경선종

이날 명동성당 측은 성당 주변에 5개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대성전에서 진행되는 장례미사를 생중계했다. 대성전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은 스크린을 보며 미사에 참여했다. 이날따라차가운 황사 바람이 심했지만 시민들은 시종일관 경건한 자세로 김 추기경을 추모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김 추기경의 관을 앞에 두고 "자비로우신 하느님, 친히 주님의 일꾼 김수환 추기경을 거룩한 교회의 목자로 세우셨으니 인자로이 굽어보시어, 말과 법으로 신자들을 보살피다가 세상을 떠난 김수환 추기경이 마침내 영원한 생명 이르게 하소서"라고 마지막 기도를 올렸다.

이어 정 추기경은 김 추기경이 생전에 오랜 불면증으로 고생을 했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김 추기경님의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습니다. 1970~1980년대에는 민주화 운동의 버팀목이 됐습니다. 격동의 세월을 보내느라 사제로서, 인간으로서 겪은 심적 고통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을 것입니다. 평생 고생했던 불면증도 그때 생겼다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이별사를 통해 "추기경께서는 가톨릭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서 항상 병든 자, 가난한 자, 약한 자와 함께 했다"며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는 "추기경님은 당신 민족의 영적이고 물적인 안녕을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셨던 분"이라며 "교구장 지위에서 물러난 후에도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항상 낙천적이고 기쁜 모습을 보여줬던 참 신앙인이셨으며 당신의 전 생애와 영면을 통해 당신이 참된 하느님의 사람이었음을 보여줬다"고 김 추기경을 추모했다.

이날 장례미사에는 한승수 총리와 김형오 국회의장 등정계 인사들과 많은 외교 사절단도 참석했다.

모든 장례미사가 끝난 뒤 김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관이 성당 밖으로 나오자 신도들과 시민들은 "추기경님 좋은 곳으로 가세요", "사랑합니다, 추기경님" 등을 외치며 눈물을 훔쳤다.

"사랑 실천하라는 가르침, 모든 사람이 실천해야"

故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열린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 앞에서 한 가톨릭 신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김수환추기경선종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가 열린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 앞에서 한 가톨릭 신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김수환추기경선종

2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마친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운구행렬이 성당을 나서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선종

운구 차량이 천천히 명동성당을 빠져나갈 땐 미사 내내 찬 땅바닥에 앉아 기도하던 신도들까지 길 양옆으로 몰려들어 김 추기경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많은 시민들은 차량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일부는 손을 길게 뻗어 차량에 손을 대기도 했다. 시민들은 운구 차량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순간에도 쉽게 명동 성당을 떠나지 못했다.

시민 김도형(49)씨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김 추기경은 삶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실천했다"며 "그런 김 추기경을 추모하고 배웅하는 건 종교를 초월해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장미숙(52)씨는 "김 추기경은 마지막까지 세상을 향해 고마움을 표하고, 우리에게 사랑하는 삶을 실천하라는 가르침을 남겼다"며 "그런 가르침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아져 김 추기경의 빈자리를 채웠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추기경의 시신은 젊은 사제 8명의 손에 의해 경기도 용인시 가톨릭성직자 묘역에 안치됐다. 김 추기경의 묘비에는 그가 가장 좋아하던 성경 구절 중 하나인 시편 23편 1절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가 새겨졌다.

하관 예절이 진행된 용인 가톨릭성직자 묘역에도 시민 약 1000여 명이 몰렸다. 이들은 현장에서 반주 없이 성가 '야훼 나의 목자'를 부르는 등 김 추기경에게 마지막 예를 갖췄다.

장례위원회에 따르면, 장례기간 동안 총 38만 7000여 명이 명동성당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20일 오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거행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영정과 관이 명동성당을 나오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선종

20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장례미사를 마친 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의 운구행렬이 성당을 나서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선종
20일 오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거행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에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영정과 관이 명동성당을 떠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선종
故 김수환 추기경의 운구차량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교황장으로 장례미사를 마친뒤 명동성당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김수환추기경선종

'한국 천주교의 큰 별' 김수환 추기경이 향년 87세의 나이로 선종(善終)한 가운데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 천주교공원묘원에서 하관예절이 치뤄지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선종
천주교의 큰 별' 김수환 추기경이 향년 87세의 나이로 선종한 가운데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 천주교공원묘원에서 하관예절이 치뤄진 묘역에 신도들이 꽃을 놓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추기경님의 뜻을 받들어 서로 사랑합시다"

이명박 대통령 추도사... "선종을 슬퍼할 수만은 없다"
구영식 (ysku)
20일 오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거행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에서 고별식이 거행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선종

20일 오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거행된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에서 한승수 총리와 김형오 국회의장,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이 기도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선종

김수환 추기경과 30여년의 인연을 맺어온 이명박 대통령이장례미사가열리는 20일 추도사를 통해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이날 한승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추도사에서 "우리는 지금 추기경님의 선종을 슬퍼할 수만은 없다"며 "님을 세상에 보내어 종으로 삼으신 것이 하느님의 뜻이셨다면 님을 세상에서 데려가는 것도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하느님은 우리에게 소중한 분을 데려가면서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화할 기회를 주었다"며 "추기경님이 남기신 메시지는 감사, 사랑 그리고 나눔"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빈손으로 오셨다가 사랑을 남기고 간 추기경님은 이제 서로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현재에 감사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 것을 바란다"며 "우리 모두 추기경님이 남기고 간 뜻을 받들어 서로 사랑하자"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추기경님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우리 마음 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며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는 말로 추도사를 끝맺었다.

지난 16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7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진석 추기경의 안내를 받으며 조문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선종

다음은 이명박 대통령의 추도사 전문이다.

오늘 우리는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큰 기둥이셨고, 우리의 나아갈 길을 가르쳐 주신 큰 어른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려고 합니다. 추기경님의 선종을 온 국민과 함께 깊이 애도합니다.

작년 성탄절 날 저희 부부가 찾아뵙고 여러 말씀 나눌 수 있었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습니다. 힘들어 찾아뵐 때마다 기도해주시고 용기와 격려를 불어넣어주신 추기경님의 숨결을 지금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쉬시기 바랍니다.

추기경님께서는 가톨릭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도자로서 항상 병든 자, 가난한 자, 약한 자와 함께 하셨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소외된 노동자들 편에서, 때로는 불의와 부정에 맞서 정의를 말씀하시고, 행동하셨습니다. 민주화 시대에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편에서 권위주의에 맞서 정권의 압박을 맨 앞에서 온 몸으로 막아내셨습니다.

네편 아니면 내편이라는 이분법이 팽배한 요즘에는 타인을 존중하고 마음을 열고 대화할 것을 가르치셨고, 그러면서도 원칙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권력이 오만해지거나 부패할 때에는 준엄히 꾸짖으셨고, 시류에 휩쓸려 흔들릴 때에는 가야할 바른 길을 일러주셨습니다.

힘없는 자에게는 한없이 인자하셨고, 가진 자와 오만 앞에서는 추상과 같으셨습니다. 추기경님 스스로도 ‘다시 살아보라고 해도 더 잘 할 자신이 없다’고 하실 만큼, 진실로 전력을 다해 살아오셨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추기경님의 선종을 슬퍼할 수만 없습니다. 님을 세상에 보내시어 종으로 삼으신 것이 하느님의 뜻이셨다면, 님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는 것도 뜻이 있기 때문이라 믿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소중한 분을 데려가시면서,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화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추기경님이 말씀과 행동으로 이 세상에 남기신 메시지는 감사, 사랑 그리고 나눔입니다. 빈손으로 오셨다가 사랑을 남기고 가신 추기경님은 이제 서로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현재에 감사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 것을 바라십니다.

우리 모두 추기경님이 남기고 간 뜻을 받들어 서로 사랑합시다. 추기경님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김추기경 장례 교황장으로 격상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입관의식에 사용될 관을 언론에 공개했다.(왼쪽) 김 추기경 모실 묘역, 김 추기경은 지난 1984년 선종한 노기남(바오로) 대주교(왼쪽 봉분)와 나란히 모셔진다.(오른쪽) 연합.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식이 서울대교구장에서 교황장으로 격상됐다.

서울대교구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9일 교황을 대신해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 및 기타 전례를 집전하는 특사로 정진석 추기경을 공식 임명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김 추기경의 장례는 서울대교구장이 아닌 교황장으로 치러지며 정진석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의 자격이 아니라 교황의 이름으로 장례미사를 주관하게 된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추기경의 장례식이라고 해서 항상 교황장으로 치러지는 것은 아니다"며 "김 추기경의 경우 전 세계 추기경 중 최고령 급인데다 교황이 여러 사정으로 직접 주례를 하지 못하는데 따라 정 추기경을 특사로 임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스발도 파딜랴 주한 교황대사의 특사 임명 서한 전문

'친애하는 추기경님,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추기경님으로 하여금 교황님의 이름으로 선종하신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을 위한 장례 미사와 기타 전례를 거행해달라는 부탁 말씀을 전해오셨습니다. 저 역시 이번 기회를 통해 대교구의 가톨릭 공동체에 깊은 조의를 표하고자 합니다. 경의와 축복을 기원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삼가 인사를 드립니다.'

당신을 기억하고자…, 끊임없는 애도의 물결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지 사흘째가 되었지만 이른 새벽에서 늦은 밤까지 서울 명동성당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들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위해 어렵고 먼 걸음을 마다 않고 온 사람들이었다.

- [화보] 끊임 없는 애도의 물결, 명동성당의 모습

참된 사랑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을보여준 김수환 추기경을 애도하는 명동성당 현장의 모습을 모아 봤다. 추기경은 떠났지만 우리에게 전파한 사랑의 말씀과 가르침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 잔잔히, 그리고 쉼 없이 계속 될 것이다.

▲ 고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 참배하려는 시민들이 가톨릭회관 뒷편 삼일로 까지 긴 줄을 서 있다.

▲ 17일 오전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참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있다.

▲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김추기경의 사진이 전시되어있다.


▲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가톨릭 신자들이 입구에 전시된 김 추기경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 17일 오전 조문을 위해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 김수환 추기경 선종을 애도하는 일반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 명동성당 본당에서 한 아이가 엄마와 함께 손을 잡고있다.

▲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하는 각계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을 비롯한 불교계 조문단이 합장하며 조문하고 있다.

▲ 故 김수환 추기경 추모미사를 찾은 한 신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 17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대성당에 마련된 故 김수환 추기경 빈소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추모 기도를 드리고 있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조문을 하기 위해 본당에 들어오고 있다.

▲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조문을 하기 위해 성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유명 정치인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 17일 오후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명동성당에 조문객들이 차례로 조문하고 있다.


▲ 파란눈의 조문객

▲ 가수 인순이씨가 명동성당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한국 가톨릭계의 `큰 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7일 야간에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조문을 온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명동성당 측은 17일 하루 동안 빈소를 방문한 인원이 10만 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신자는 물론 일반인 추모 조문은 오는 20일에 있는 장례미사 전까지 매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가능하다.

고인의 장례는 서울 대교구 장으로 오는 금요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지고 19일 오후에는 유리관 안의 고인의 유해를 관으로 옮기는 입관예절이 진행될 예정이다. 금요일 오전 10시에는 정진석 추기경의 주례로 장례미사가 치러지고 시신은 명동성당을 떠나 장지인 경기도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사진= 공동취재단

도깨비뉴스 김영욱 기자 hiro@dkbnews.com

큰 그늘을 가진 큰 나무였는데..."


김수환 추기경 추모 물결...20일 장례

[현장] 명동성당 대성전에 안치...입관은 19일 오후에 진행
권박효원 (10zzung) 이경태 (sneercool) 권우성 (kws21)
지난 16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한 신부가 추모 기도를 드리고 있다.
ⓒ 유성호
김수환추기경선종

[6신 대체: 17일오후 2시]
신자들과 정치인들 조문 행렬 이어져..."너무 안타깝다"
지난 16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가톨릭 신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 유성호
김수환추기경선종

17일 오전 명동성당에는 고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는 천주교 신자와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성전 강당에서는 600여명의 신자들이 모여 김 추기경의 시신이 모셔진 유리관 앞에서 성가를 부르며 연도하고 있고, 성전 건물 바깥에서는 영하 8도의 추운 날씨 속에서도 추모 행렬이 100m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객들 중에서는 인천·대전 등 지역에서 온 신자들도 있고, 일반 신자는 물론 타 종교인도있었다.이들은 모두 "조금만 더 사셔서 국민들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셨어야 하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대성전 앞에서 줄을 서있던 안계옥(53세, 세례명 요세피나)씨는 "너무 좋으신 분인데 이렇게 잃어서 슬프다, 그 분이 가실 때 기도를 많이 못 해드렸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좀더 국민들을 깨우쳐 주시길 바랐는데 아쉽다, 그러나 저 (천당) 위에서도 계속 우리를 위해서 잘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불교방송 이사장인 영담스님은 "어려운 시기인데 김 추기경님이 너무 일찍 가셨다"면서 "우리 국민들이 복이 없다"고 말했다. 애인의 손을 잡고 성당을 찾은 전인호(26)씨는 "신자는 아니지만 존경하던 국가 원로의 장례식이라서 왔다, 독재 치하에서 정의의 편에 서 계셨다는 이야기를 인상깊게 들었다"고 말했다.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지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오후 2시 30분께 조문할 예정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조문 얘기도 나오고 있다.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오후 1시께,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후 6시 40분께 조문한다고 성당 측은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께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명동성당을 찾아와 "김 추기경을 오랫동안 마음의 스승으로 모셨는데 국민의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를 잃었다, 국가가 어려울 때 방향 가르쳐주셨는데 슬프다"고 말했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심재철(세례명 베드로) 한나라당 의원 역시 오전 8시 20분께 조문하며 "나라의 큰 어른을 잃어서 가슴이 허하고 슬펐다. 이제 우리나라의 큰 어른이 없다"고 말했다.
오전 11시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명동성당 빈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부인 이희호씨, 민주당 박지원·이석현 의원 등과 함께 온 김 전 대통령은 "김 추기경은 위대한 신앙가이자 선구자였다, 독재 치하에서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광야의 소리같은 말씀을 주셨고 행동으로 참여해 국민들을 도우셨다"고 회상했다. 또한 차입금을 받았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제가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지만 김 추기경은 정신적 지도자이다. 야당 시절과 대통령 시절에 가르침과 의견을 받았다. 진주와 청주에서 감옥살이 할 때 (추기경은) 아내에게 100만원씩 두번 차입금을 주시기도 했다. 자상하고 따뜻한 사랑을 받은 것이 개인적으로 영광이다. 서거를 슬퍼하면서도 영생을 누리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오전 11시 50분 명동성당을 찾아 "김 추기경은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민족의 양심을 일깨워주신 이 시대의 스승"이라면서 "1년 반 전에 사형제 폐지 문제로 당시 유인태 의원과 함께 김 추기경을 뵈었다, 국회의장 취임 후에도 뵙고 싶었는데 (김 추기경이) 와병 중이라서 못 했다"고 아쉬워 했다.
이외에도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김 추기경을 조문했다.
오전 10시 40분 조문한 정 대표는 "김 추기경은 유신 시절 박정희 정권에 옳은 소리를 하는 유일한 지도자였다, 우리 사회의 큰 별이 떨어졌다"고 애도했다. 오전 11시 40분 조문한 손 전 대표는 "10여년 전부터 매해 김 추기경에 세배를 드렸다, 2008년에 세배드릴 때는 '용기 잃지 말고 좋은 정치인이 되라'는 덕담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가 받은 세뱃돈은 1만원이었다고 한다.
지난 16일 저녁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을 찾은 가톨릭 신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 유성호
김수환추기경선종

[5신 : 17일 새벽 0시 50분]

김 추기경 추모 물결 이어져... 20일 오전 10시에 장례미사

김수환 추기경의 유해가 안치된 명동성당에는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도 천주교 신자들은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위령기도를 올렸다.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인물인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은 16일 오후 6시 12분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87세.

고인은 이날 저녁 7시 20분께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아 두 사람에게 안구를 기증했으며, 시신은 이날 밤 명동성당으로 운구됐다. 서울대교구는 "김 추기경의 사인은 폐렴으로 인한 급성 호흡부전"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대교구는 이날 장례위원회(위원장 정진석 추기경)를 꾸리고 고인의 뜻에 따라 닷새간 서울대교구장으로 장례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명동성당 대성전에서는 오는 17일, 18일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추모미사와 연도가 번갈아 진행될 예정이다.

또 자정 이후에는 일반 신자 및 외부 인사의 출입을 통제하고 수도자와 성직자들이 대성전 안에 머물며 기도를 봉헌한다. 명동성당 소성당에서도 추모미사가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장례위원회는 이날 유리관에 안치된 고인의 유해를 관에 모시는 입관예식을 오는 19일 오후 5시에 진행한 뒤, 20일 오전 10시에 장례미사를 봉헌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지는 경기도 용인 천주교 성직자 묘역이다.

한편 자정이 넘어 연도를 마치고 나온 신자들도 입을 모아 김 추기경이 생전 보여줬던 덕목을 다시금 떠올렸다.

박루시아(67, 북아현동)씨는 "정말 우리가 어려울 때 어른으로서 우리나라의 바른 길을 몸소 인도하셨던 분인데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재 시절 추기경님이 정의의 편에 서서 보여주셨던 말씀과 행동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그동안 애쓰셨다, 하느님의 곁에서 영복을 누리시라고 기도했다"고 덧붙였다.

8살 난 아들과 함께 명동성당을 찾은 이명진(38, 세례명 율리안나)씨는 "김수환 추기경을 에버랜드에서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정말 법 없이도 사시고 본인이 고통을 받으시더라도 저 사람을 용서하라 기도하실 수 있는 분이었다"며 추기경의 생전 모습을 추억했다.

이씨는 "(김 추기경은) 하느님의 종으로 이 땅에 와서 하느님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한 평생을 바치신 분"이라며 "믿음을 가진 이들이 돌아가신 추기경님이 하신 일만 기억하지 말고 그분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뿌리를 이어나가는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16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 추기경을 상징하는 휘장과 검은띠가 조기로 내걸려 있다.
ⓒ 권우성
명동성당

16일 저녁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서울 명동성당 대성당에 마련된 유리관에 안치되어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선종

[4신 보강 : 16일 밤 11시]

"큰 그늘을 가진 큰 나무였는데..."

김 추기경 시신, 명동성당에 안치

16일 저녁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서울 명동성당 대성당에 마련된 유리관에 안치되어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선종

"(김수환 추기경은) 큰 그늘을 가진 큰 나무였는데 우리 민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을 잃었다."

한승수 국무총리가 고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명동성당 대성전을 조문한 뒤 빈소를 떠나며 남긴 말이다.

조계종 전 총무원장 송월주 스님은 안치의식이 끝난 후 추기경의 시신 앞에서 합장을 올려 고인을 배웅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뒤늦게 성당을 찾아 고인을 추도했다. 유 장관은 "추기경님이 생전에 말씀하시고 보여주셨던 것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며 "이제 편히 잘 쉬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은 밤 9시 40분 명동성당에 도착했다. 2시간 전만 해도 100명 정도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명동성당 대성전은 고인을 만나기 위해 곳곳에서 달려온 신자들과 취재진들로 빽빽이 들어찼다.

정진석 추기경이 앞선 가운데 보좌 신부 10여명이 운구차를 천천히 제단으로 밀었다. 김 추기경의 시신이 조금씩 나아갈 때마다 명동성당 대성전에 모여 있던 신자들 사이에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일부 신자들은 손을 뻗어 고인의 유해를 만지려고 하기도 했다.

하얀 천으로 덮여 있던 김 추기경은 유리관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사제복을 입은 김 추기경은 생전 모습과 똑같았다. 수녀들이 작은 천에 성수를 묻혀 한 차례 김 추기경의 얼굴을 닦아내고 사제복을 다듬었다. 그리고 이내 유리관이 덮였다.

정진석 추기경이 먼저 관 주위를 한 바퀴 돌며 성수와 향을 뿌리는 축성의식을 진행했다. 이후 정 추기경을 비롯한 사제들이 10여 분 동안 관 주위에서 무릎을 꿇고 침묵 기도를 올렸다.

고인의 시신이 안치된 대성전 안에서는 밤 10시부터 명동성당 신자들의 연도(위령기도)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지하성당에서는 서울대교구 총대리 염수정 주교의 집전으로 추모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닷새간 명동성당 소성당에서는 추모미사가 봉헌될 예정이다.

16일 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서울 명동성당으로 운구되고 있다.
ⓒ 권우성
김수환추기경선종
16일 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서울 명동성당으로 운구되는 가운데 한 신도가 고인을 향해 손을 뻗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선종

16일 저녁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서울 명동성당 대성당에 마련된 유리관에 안치되어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김수환추기경선종

[3신 : 16일 밤 9시 15분]

"나는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랑하고 용서하라"

5일장 후 용인에 안치... 22일 추도미사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16일 밤 8시 30분 꼬스트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일정을 발표했다.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는 김 추기경의 장례가 서울대교구장으로 5일 동안 명동성당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오는 22일 용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묘지에 시신을 안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도미사는 22일 명동성당과 장지에서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허 신부는 "정진석 추기경, 의료진, 교구청 신부 등이 추기경의 임종을 함께했고 선종하시기 10분 전까지도 의식은 또렷한 편이었다"며 "주변의 고통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주위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려 노력하셨다"고 전했다.

김 추기경은 지난해 7월 노환으로 입원한 뒤 잠시 병세가 회복돼 크리스마스 미사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지난 10월 폐렴 합병증을 얻은 뒤 급격히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신부는 "김 추기경이 병상에 누워서도 '나는 너무 많이 사랑을 받았다, 항상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말을 많이 했다"며 고인의 뜻을 알렸다.

한편 김 추기경의 시신 운구 행렬은 이날 밤 9시 30분 강남성모병원에서 출발한다. 명동성당은 추기경의 시신이 도착하는 대로 정진석 추기경의 예도 하에 안치의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명동성당 측은 안치의식 후 고인의 유체를 임종한 모습대로 유리관에 담아 조문을 오는 신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성당 관계자는 "이날 자정까지만 시신이 안치된 성당을 개방한 뒤, 다음날(17일) 오전 6시부터 다시 개방할 것"이라며 "공식적인 외부문상은 17일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저녁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한 가운데 명동성당에서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허영엽 신부가 김 추기경 선종과 관련한 장례위원회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김수환추기경선종

[2신 : 16일 저녁 8시 40분]

"이렇게 가시면 안 될 분인데..."

평화와 침묵 속에서 김 추기경 위해 안식 기도

16일 밤 8시 10분 명동성당. 대성전에서는 100여 명의 신자들이 김수환 추기경의 안식을 기도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이날 저녁 미사 중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 후 주기도문을 번갈아 외우며 김 추기경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것.

일부 신자들은 기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지인들에게 추기경의 선종소식을 전하고 있다.

중국에 있는 아들에게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알렸다는 김경래(64, 세례명 아가다)씨는 "영적으로 보자면 추기경님이 하느님의 곁으로 돌아간 것을 기뻐하고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생을 사시면서 고충을 워낙 겪으셨다"며 "가정으로 따지면 제일 큰 어른인 추기경님이 가신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추기경님은 성직자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어떻게 저렇게 사실 수 있을까 할 정도로 모든 이가 본을 받아야 할 분이었다"며 "추기경님을 위해 항상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형민(59, 세례명 도마)씨는 "이렇게 가시면 안 될 분"이라며 묵주를 매만졌다. 이씨는 "추기경님을 앞에서 직접 많이 뵙지는 못했지만 평소 말씀을 통해 인생에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며 "앞으로도 주님의 평화 속에 함께하시길 기도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추기경의 안치 의식을 돕는 봉사단 중 한 명은 "슬프지만 기쁘다, 1년 넘게 너무 아프셨으니"라고 한 후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며 성당 안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현재 명동성당의 모든 이는 평화와 침묵 속에서 김 추기경의 안식을 기도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저녁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한 가운데 명동성당에 김 추기경의 영정사진이 들어오고 있다.
ⓒ 권우성
김수환추기경

[1신 : 16일 저녁 8시 25분]

'한국인 최초 추기경' 김수환 선종... 조기 내걸린 명동성당

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해 온 김수환 추기경이 16일 오후 6시 12분께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 서거를 뜻하는 천주교 용어)했다. 향년 87세. 김 추기경은 7개월여 동안입원해 투병 중이었다.

김 추기경의 유해가 안치될 명동성당은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장례미사를 준비하고 있다. 명동성당 정문에는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고, 추기경을 상징하는 대형 휘장이 조기로 달려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한 16일 저녁 서울 명동성당에 신도들이 모여드는 가운데 추모미사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 권우성
김수환추기경선종

김 추기경의 갑작스러운 선종 소식에 기자들도 명동성당으로속속 모여들고 있다. 명동성당은 이에 대비해 종합상황실 및 프레스룸을 설치했다.

명동성당 관계자는 "김수환 추기경의 유해는 오늘 밤 10시에 명동성당 대성전에 안치될 것이며 연도(문상)는 내일 오전부터 본격적으로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명동성당은 김 추기경의 선종에 대한 공식 기자회견을 밤 8시 30분에 열 계획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
ⓒ 연합뉴스 전수영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세계 최연소 추기경으로 서임된 김 추기경은 한국인 최초의 추기경이었다. 고인은 이어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아시아 천주교 주교회의 구성 준비위원장 등을 역임한 뒤 1998년 정년(75세)을 넘기면서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했다.

김 추기경은 마지막까지도 큰 고통 없이 영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주치의였던 강남성모병원 정인식 교수는 "추기경께서는 노환에 따른 폐렴 합병증으로 폐기능이 떨어져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스스로 호흡했다"면서 "선종 때까지 큰 고통을 느끼지는 않았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연합뉴스>는 이어 정 교수의 말을 인용해 "추기경께서는 평소 늘 하시던 말씀대로 임종을 지켜본 교구청 관계자들과 의료진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남기고 가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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