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몽촌토성까지’ 후기(6월)
- 나의 100% 만족에 동행인의 1% 만족을 보태가면서 -
이 여름 무더운 날에(6월27일 토요일) 누가 걸어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내가 저지른 일이니 나 혼자 만이라도 꼭 해내야 한다. 내가 몽촌토성까지 걸어가면 100% 만족이다. 더하여 동행인이 오신다면야 한사람이 1%씩의 만족을 내게 보태어 줄 것이다. 집에서부터 걸어온 모든 사람들이 자기완성에 100% 만족이다.
2009년 1월부터 시작한 ‘걸어서...’ 행사는 1월 광화문까지, 2월 방배동 미래촌까지, 3월 동작동 국립현충원까지, 4월 서울 남산까지, 5월 남한산성까지, 6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올림픽공원 몽촌토성까지로 이어진다.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집사람이 나의 어설픈 병간호에 반기를 든다. 오히려 내 건강을 챙겨주겠다며 여름철 한낮 땡볕을 피해 새벽걷기로 바꾸어 몽촌토성까지 함께 가기를 고집한다. 새벽 4시부터 부산을 떨며 어두운 4시 반에 집(분당)을 나선다. 곧바로 탄천을 따라 타박타박 걸어간다. 사람도 다니지 않는 이 밤에 쓸데없이 가로등이 너무 밝다 커니, 저 불빛 때문에 나무와 풀들이 잠을 잘 수 없겠다 커니, 개울의 물고기도 풀숲의 참새 짐승들도 잠자리를 빼앗겼다 커니 걱정을 하며 걸어간다. 쓸데없는 곳 쓸데없는 시간에 이렇게 계속 가로등을 켜 놓는 것이 마땅할까? 한사람의 시민이라도 놓치지 않고 보살펴 준다는 행정배려가 감동이기는 한데, 에너지 낭비는 어쩌고 생태계 망치는 일 또한 외면당하고 있는 꼴이다. 아니 가로등불 밝힌 배려로 지금 내가 탄천을 편히 걷고 있으면서 무슨 잔소리냐고 많으냐고 핀잔이다. 그래도 밤은 밤처럼 어둠을 지켜 주어야 지구가 땅이 생태계가 살아가지 않을까.
동트는 새벽 5시에 가로등이 탁- 일제히 꺼진다. 회색빛으로 바뀐 세상이 성스러움으로 온몸을 감싸고 우리의 가슴을 숙연하게 한다. “ 아, 바로 이것이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 가로등이 꺼지는 회색빛 새벽의 순간을 맛보시는 것 - 권하고 싶습니다.
동행인(집사람)이 있어 넉넉한 마음으로 탄천 둔치 길을 따라 한강으로 걸어간다. 복정- 장지-수서- 양재천- 한강(종합운동장 앞) 까지 20km 4시간을 걸어 왔다. 아침은 삼성동 원주추어탕을 먹는다. 커피전문점에 들려 커피한잔을 시켜놓고, 의자에 기대어 깜박 잠을 청하며 오전시간을 보낸다.
이제 한강으로 나선다. 뙤약볕이다. 다리 밑 그늘에 앉아 한강에 나선 사람들을 본다. 햇볕이 무서워 걷는 사람은 없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도 없다. 한강 둔치에는 자전거만 무리지어 다닌다. 무려 3시간 동안은 본다. 자전거로 북적댄다. 무리지어 달리던 인라인스케이트 때문에 걷고 달리기도 겁나 했던 길인데 그게 하나도 없다. 지도자의 한마디가 이토록 무섭게 세상 유행을 바꾸게 하는 것일까. 아니지 뙤약볕이 무서워 나오지 않았겠지. 그럼 저 많은 자전거 부대는 석두들인가. 모를 일이다, 정말 모를 일이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제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남을 따라하는 유행에 휩쓸려 가는 세상에 살고 있다니 참담한 느낌이다. 나처럼 이 무더위에도 겁내지 말고 걸어야 한다는 ‘폭군(?)’이 존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이웃(동행인)이 있어 행복에 푹 젖어든다. - 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한강 다리 밑 그늘에서 바람을 쏘인다. 단소를 분다. 긴 의자에 누워 한잠을 잔다. 한강물이 출렁거린다. 고기를 낚는 강태공들이 한가롭다. 쏟아지는 뙤약볕 아지랑이를 무심히 본다. 한가한 오후를 아무런 생각 없이 즐긴다. 이게 쉼표다. 여유다. 멋진 휴식이다. 차를 타고 멀리 산계곡을 찾아 개울물에 풍덩 멱을 감으며 부산을 떠는 휴식보다는 너무 멋진 쉼표가 아닌가. 두루미가 외다리로 미동도 않고 꼿꼿이 서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과 내 쉼표는 같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오후 4시반 몽촌토성에 넉넉히 닿는다. 경기도 광주 천진암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하여 36km 8시간을 걸어온 김동영사장님과 김용만소장님을 만난다.
“도로를 따라 걷기란 거의 불가능이다. 걸어갈 길이 없어서 아예 중앙차선을 따라 용감하게 걸어오기도 했다.” 아찔한 광경이 눈에 선하다. 차 중심의 도로시설은 보행인을 외면했다. 서울에 들어서면 좀 나은 편인데 시골도로는 보도가 전혀 없다. 차(자가용)가 없으면 농촌에 살기 힘든 이유이다. 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이라도 이용하면 되는데 농촌에는 그것조차 불편하다. 더 심한 것은 보행로가 없는 도로여서 교통사고에 완전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지름길을 찾는다. 한 발짝이라도 앞서가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으니까. 돌고 돌아가는 안전한 길보다는 위험을 무릎 쓰고라도 반드시 지름길로 경쟁하기를 원한다. 덕분에 돌고 돌아가는 옛길이 다 묻혀 버렸다. 잃어 버렸다. 새로운 전산정보에서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안타깝게도 인터넷 바다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 것은 오직 지름길 - 차도 뿐이다. 이제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은 따로 찾아내어 새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가 되었나 보다.
울트라 마라톤 하는 분이 편한 마음으로 도착했다. 헉헉거리며 달려오는 마라톤보다 여유롭고, 자유롭다. 바쁜 세상일에서도 한달에 단 하루쯤은 잠시 마음을 내리고 평화와 평안을 찾는 것도 참으로 유익한 길이다.
안양에서 오신 분은 몽촌토성에 1시간도 전에 도착했다. 안양에서 사당역가지 걸어왔다. 발에 무리가 되어 전철 2호선을 타고 종합운동장에 내려 걸어왔더니 한시간 일찍 왔다. 어느 사이엔가 걷는다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1월 ‘걸어서 광화문까지’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무력증에 대해 깊이 반성을 하고, 그 ‘아픈 성공’이후에 자신감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잠깐 반칙을 하면서도 목적지에 왔다.
<동행인이 천명 되는 날, 우린 사람 길 따라 전국을 누빌 것이다.>
* 덧붙이기 *
한강 수영장에는 옷 벗은 나신 군상들이 우글거린다. 헌데 서양 사람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한강 둔치 길에서 자전거를 탄다. 한마디 중얼거렸다.
“옷 벗는 게 선진국의 상징이다. 우리도 선진국이 되려면 한꺼풀씩 벗어 재껴야 한다.”
마침 올림픽공원 잔디밭에 앉아 서양인들이 웃옷을 훌러덩 벗고 가족들끼리 얘길 나누고 있다. 눈살을 찌푸리는 동행인에게 한마디 했다.
“선진국이 되려면 옷을 벗을 줄 알아야한다.” 우리는 가면에 둘둘 쌓여 가식으로 살아가는 게 아닌가. 하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지, 그러하지 아니한가.?!
*** 7월에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 있는 ‘하늘공원’으로 할까요 아니면...
추천할 곳이 있으면 알려 주세요. (미래촌 동장 김만수 010-4275-7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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