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속살, 골목길
세월의 냄새 삶의 냄새
- 서울은 늘 새로움을 향해 꿈틀거린다. 개발의 열기만으론 부족한 듯, 그 위에 ‘첨단’으로 덧칠한 거리…. 하지만 이 고도(古都)의 뒷문을 열고 들어가면 변화를 거부해온 낡고 오래된 골목길을 만난다. 소비와 향락의 도시에서 땀 냄새 풍기는 생산을 고집하고, 디지털 시대지만 아날로그만으로 가득한 곳이다.
- ▲ 1호선 동대문역 근처에 있는 창신동 장난감 골목. 부천에서 올라온 정원(5)이는 엄마랑 시간가는 줄 모른다.
- 충무로 인쇄 골목. 지하철 4호선 충무로역 부근의 이 골목에는 인쇄 관련업체 4000~5000개가 들어차 있다. 다른 곳에선 보기도 어려운 삼륜 오토바이들이 어른 키보다 높게 인쇄용지를 쌓고 누빈다. 잉크냄새와 땀냄새가 골목마다 짙게 풍긴다. 커피 배달을 나온 다방 종업원은 “3년 전만 해도 이 골목에 다방이 12군데 있었는데 지금은 7군데밖에 남지 않았다”며 골목의 쇠락을 아쉬워했다.
- ▲ 충무로 인쇄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형 지게차.
- ▲ 1 서울역 부근 염천교 구두골목. 2 충무로 인쇄골목 안의 명함 가게. 5㎡(약 1.5평)의 작은 가게에서 부부가 10년째 명함을 만들고 있다. 3 문래동 철공소골목.
- 문래동 철공소 골목도 근육의 힘이 넘쳐나는 거리다. 기름으로 범벅된 러닝셔츠 바람의 젊은이들이 밝은 표정으로 카메라에 몸을 맡긴다. 문래역 1번 출구로 나와 200m만 가면 철공소, 기계제작소, 부품가공소가 양쪽으로 버티고 선 철공소 골목을 만날 수 있다.
황학동 벼룩시장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빈티지의 천국이다. 오래된 축음기, 영화에나 나올 듯한 예스런 옷, 거저 줘도 안 가질 것 같은 낡은 물건이 즐비하다. “심심하면 한잔 걸치고, 그게 심심하면 다시 장사하고 그래요.” LP 음반을 파는 황씨가 김치조각을 우물거리며 말한다.
- ▲ 문래동의 한 철공소 직원이 자재를 옮기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북촌 한옥마을의 골목에서는 일본인 요시코 오니씨를 만났다. 그는 서툰 한국말로 “한국에 세 번째인데 북촌 골목길은 처음”이라고 했다. 한옥마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셔터를 눌러대는 얼굴에서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한옥마을에서 이 일본인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 걸까.
동숭동 낙산의 골목들은 꽃단장을 했다. 골목 곳곳에 안긴 젊은이들이 꽃보다 환한 웃음을 터뜨린다. 이곳을 장식한 그림들은 3년 전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그려졌다.
- ▲ 지도만 달랑 든 외국인들도 즐겨 찾는 북촌 골목길.
- ▲ 1 빈티지의 황학동 벼룩시장. 주변이 재개발되고 있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다. 2충무로 인쇄골목에서 1000원짜리 커피를 배달하는 다방 직원. 3 낙산 골목길. 3년 전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그려진 꽃 그림들이 골목을 장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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