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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색시의 걸음걸이로 온종일 얌전하게 교동섬을 적시고 있습니다. 바람이 밀어다 놓은 낙엽은 빗줄기가 꽂아 놓았는지 땅바닥에 질펀하게 드러누워 잿빛 하늘만 처다 보며 목을 축이고 있습니다. 마른 이파리에 빗물이 스며들어 퇴색된 낙엽색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흙먼지 분칠한 지붕 색은 더 더욱 가까이 보입니다. 교동님들의 야속함과 아쉬움은 해갈이 되었는지….
벼 베기를 끝내고 휑하니 드러난 교동의 들녘이 보고 싶어 철새 따라갑니다. 텅 빈 들녘의 쓸쓸함은 어디로 갔는지 굵은 깍두기 뚝뚝 썰어 던져 놓은 볏짚단과 우르르 몰려와 검정 멍석을 폈다 접었다를 여러 번! 비에 젖은 철새들의 살아 있는 풍경화를 보며…. 자기들만의 언어가 있는지 흩어 졌다가, 동행했다가…. 젖은 날개 무거워도 안간힘을 다해 질서를 지키며 여러 가지 모양으로 창공을 가득 채운 철새들의 곡예를 넋 놓고 바라봅니다 언제 지나왔는지 황금물결 교동의 가을을….
노오란 길을 걷고 싶어 우체국 옆 우뚝 솟은 은행나무를 찾아갔습니다. 노오랗게 물들기도 전에 떨어진 은행잎은 교동의 가을이 짧다는 뜻인지…. 엉성한 나무 가지에 붙은 은행잎은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파르르 떨며 지나는 교동님들의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땅바닥에 떨어진 은행은 초겨울이 스며들었는지 시퍼렇게 멍들어 구릿한 내음새로 코끝을 자극하고 떨어진 은행잎은 겨울로 오라는 초대장인지 바람에 떠밀려 발 앞에 멈춥니다. 울긋불긋 색동 옷 두르고 환하게 웃어주던 교동섬의 가을은 어느새 떠나는가 봅니다... 2006년 11월 29일 머르메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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