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람

제임스 김씨 숲속에서 동사한 듯

  • 돌아오지 못한 아빠… 전미국이 울었다
  • 실종 교포 제임스 김, 결국 숨진 채 발견
    가족 구조 지점서 1.6㎞ 떨어진곳서 찾아
    “헌신적 父情” “진정한 영웅” 추모글 홍수
  • 이용수기자 hejsue@chosun.com
    정병선기자 bschung@chosun.com
    입력 : 2006.12.08 00:23 / 수정 : 2006.12.08 03:55
    •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미국 오리건 주 산악지대에서 실종된 뒤 가족을 차에 남겨두고 혼자서 혹한과 폭설을 뚫고 구조 요청에 나섰던 재미교포 제임스 김(35)씨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6일, 미국은 애도의 물결로 일렁였다. 살신(殺身)의 부정(父情)이 미국을 녹였다.

      ◆金의 사투

      6일 정오 미국 오리건주 조세핀카운티의 험준한 산악지대. ‘빅 윈디 크릭(Big Windy Creek)’이란 지명처럼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샛강 양쪽에 수직으로 솟은 절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협곡 밑바닥 눈더미에 그가 누워 있었다. 테니스화를 신고, 재킷과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조난된 지 11일, 구조요청을 위해 가족을 떠난 지 4일 만이었다. 그가 발견된 지점은 가족들이 지난 4일 구조된 곳에서 불과 1.6㎞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 구조작업을 펼쳐온 오리건주 경찰은 “동쪽 방향으로 떠난 제임스 김이 협곡 속에서 13㎞ 정도를 헤맨 것 같다”며 “서쪽으로 떠났다면 도로 쪽으로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제임스 김은 물에 흠뻑 젖었던 것 같다고 경찰은 전했다. 구조대원들은 “발자국을 쫓아와보니 그가 물을 만나 강추위 속에서 헤엄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며 “그는 몹시 의지가 강한 사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가족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폭설을 뚫고, 바위와 우거진 잡목과 차가운 강물을 헤치고 전진한 것이다.

      조세핀카운티의 브라이언 앤더슨(Anderson) 경찰국장 대리는 “그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초인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애도물결

      김씨 가족이 실종된 뒤 구조대 활동을 생방송 해온 CNN과 폭스뉴스, ABC방송 등은 김씨의 사망 소식을 특집 보도했다. AP통신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보여준 아버지의 필사적인 노력이 비극으로 끝났다”고 했다. CNN은 구조활동을 지휘해온 브라이언 앤더슨 경찰국장 대리가 김씨 시신 발견 뒤 기자 회견 도중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내보냈다.

    • ˝그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경찰국장 눈물 제임스 김씨 구조 작업을 지휘해온 미 오리건주 조세핀카운티의 브라이언 앤더슨 경찰국장대리가 6일 기자회견에서 김씨의 시신을 발견했다고 말하던 중 감정이 북받치자 고개를 돌린 채 눈물을 떨궜다(왼쪽 사진).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임스 김 가족 소유의 상점 앞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엽서, 촛불, 꽃들이 밀려들었다. /AP연합뉴스
    • 김씨가 수석 편집자로 일했던 온라인 웹진 CNET은 홈페이지에 ‘부인과 두 딸을 위해 마지막까지 보여준 헌신적인 부정(父情)은 결코 잊을 수 없다’는 내용의 글과 함께 추모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곳에는 애도의 글이 줄을 이었다. ‘극단적인 희생정신의 표본’(ID ronanw), ‘타이타닉 영웅보다도 더 위대한 영웅’(ID vensub)…. 김씨 동료들이 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만든 인터넷사이트(www.jamesandkati.com)에도 추모의 글과 이메일이 폭주했다. 동료들은 김씨 가족을 위한 모금 운동에 돌입했다. 그들은 “제임스 김의 사망소식은 우리 모두에게 슬픔을 안겨주었지만 위험을 무릅쓴 구조팀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슬픔에 잠긴 가족

      김씨는 지난달 17일 아내 캐티(30)와 두 딸 페넬로페(4), 새빈(7개월)을 데리고 추수감사절 휴가를 떠났다. 25일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있는 친구 집을 방문한 뒤 해안도로를 따라 돌아오다가 폭설 속에서 실종됐다. ( <본지 6일자 A10면 보도> )

      지난 4일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가족은 김씨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슬픔을 참지 못했다. 아이들의 건강은 양호한 상태지만 캐티는 손과 발에 심한 동상이 걸렸다. 김씨는 1999년 프랑스어 교사인 캐티와 결혼한 뒤 단란한 부부생활을 해왔다. 김씨는 골프를 좋아했지만 4년 전 딸을 낳으면서 골프를 끊을 정도로 가정을 위해 헌신적이었다. 장인 필 플리밍은 “사위는 영웅적인 아버지였다”고 말했다.

    실종 교포 결국 사체로... 네티즌 애도 물결
    CNET 에디터 제임스 김씨 숲속에서 동사한 듯
    민경진(jean) 기자
    ▲ CNET 1면에 실린 제임스 김씨의 추모 기사
    오레곤주에서 실종된 재미교포 제임스 김씨가 6일 오전(현지시간)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제임스 김씨는 11일전 가족과 함께 휴가여행을 떠났다가 오레곤주 남서부 황야지대에서 갑자기 폭설을 만나면서 실종됐었다.

    김씨의 부인과 어린 두 딸 페네로페와 사비네는 자동차 타이어와 나무가지를 태우며 9일간 체온을 가까스로 유지하다 수색에 나선 현지 경찰에 지난 월요일 기적적으로 발견돼 가족과 재회한 바 있다.

    오레곤 주 경찰은 김씨의 사체가 로그 강에서 약 8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으며 얼굴을 바닥으로 향한 채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에 따르면 김씨는 차가 폭설에 고립되자 구조를 요청하겠다며 홀로 눈길을 나섰지만 결국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숲속에서 동사한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김씨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그가 수석 에디터로 일했던 IT 뉴스사이트 'CNET'에는 수 백여개에 달하는 애도 메시지가 쇄도했다.

    김씨는 CNET의 수석 에디터로 재직할 당시 MP3 플레이어, 휴대폰, 컴퓨터 등 IT 제품에 대한 각종 품평기사로 독자들의 인기를 끌어왔다.

    지난 주 김씨 가족의 실종사실이 알려진 이후 CNET을 비롯해 각종 IT 뉴스사이트에는 김씨와 가족의 무사생환을 바라는 팬들의 메시지가 꾸준히 답지했었다.

    한편 CNET측은 김씨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수요일 뉴스홈페이지 1면에 관련소식을 크게 실으며 김씨의 죽음을 애도했다.

  • 제임스 김이 만일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면…
  • 팝뉴스
    입력 : 2006.12.08 09:46 / 수정 : 2006.12.08 13:44
    • 제임스 김은 현지 일자 6일 미국 오리건 시스키유 국립공원 내 로그 강가 눈밭에 쓰러져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제임스 김의 사망 소식은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아울러 말할 수 없이 깊은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제임스 김이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면 생존 가능성은 훨씬 높았을 것이다.

    • 가족들을 차에 남기고 구조를 요청하러 떠난 제임스 김은 출발지로부터 불과 0.8km 떨어진 곳에서 주검으로 발견되었다. 그가 남긴 흔적을 보면 그는 원모양으로 돌아 그 지점에 도달했다.

      아내와 어린 자녀의 안위를 걱정하며 필사적으로 눈길을 뚫고 걷던 제임스 김은 안타깝게도 방향 감각을 잃었던 것이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만일 제임스 김이 다른 방향으로 출발해 비포장 길을 따라갔다면 머지않아 블랙 바 로지라는 리조트에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이라 가정했다.

      그곳은 낚시와 래프팅을 즐기는 유명 휴양 시설로 겨울에는 비어 있지만 구조대가 그곳을 여러 번 체크했었다는 게 언론의 설명이다.

      해외 네티즌들은 제임스 김의 추정 이동 경로와 가족 자동차가 발견된 곳 그리고 블랙 바 로지의 위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공유하면서, 고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 한없이 깊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