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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언의 집, ''석창원''

두물머리에서 만난 묵언의 집, ‘석창원’
3월의 날씨라고 하기엔 정도가 심한 날 떠난 여행... 아! 바람만 없다면
방상철(19in) 기자
약속, 쉽게 정하지 않기

약속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하여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입니다. 그런데 그 '약속'이란 놈은 지키기보단 깨기가 쉽습니다. 자신에게 더 중요한 일이나,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면 쉽게 깨는 것이 약속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일들이 중간에 끼어들지 않게 미리 조정하는 일이죠. 만약 누군가와 만남을 약속했다면, 미리미리 몸도 잘 챙겨야 합니다. 아프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죠. 또, 뭔가를 사주기로 했다면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들과의 약속은 지킬 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보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금방 잊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큰 오산입니다. 아이들은 잊지 않습니다. 몇 년 전에 했던 약속도 '왜 안 지키느냐'며 따지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지인들과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2주 전에 미리 전화를 걸어 시간을 물어보고 참석 여부를 알려달라고 했을 땐, 거의 모든 사람이 좋다고 했습니다. 15명 정도의 인원입니다. 그에 맞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1주 전에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세부 사항을 일러 주기 위해서죠. 그때 5명 정도가 빠져나갔습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기 이틀 전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또 2명이 빠졌습니다. 그리고 출발하기 바로 전날 1명이 빠지고, 당일에 또 한 명이 빠졌습니다. 결국 처음 예상인원에서 3분의 2가 빠져나간 인원만이 약속을 끝까지 지키고 함께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약속을 잘 깨던 사람이 확률적으로 다음 약속을 어길 경우가 많습니다. 제 생각에 그들은 쉽게 약속에 응했던 것 같습니다. 제 물음에 바로바로 결정을 했으니까요.

▲ 청평에서 양수리로 향하는 강변길에서
ⓒ 방상철
그렇다면 저는 약속을 잘 지키느냐? 솔직히 그렇지 않습니다. 동문회 같은 모임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고 나간다는 약속을 하고도, 당일 날 연락도 없이 안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아이가 아프다, 아내가 아프다'라며 핑계도 잘 댔지요.

여기까지 생각해보니 저도 약속을 너무 쉽게 했었습니다. 그날 집안에 무슨 일이 있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대답을 하는 성격이니까요.

그래서 이제 결심을 하나 했습니다. 약속을 쉽게 하지 않기로 말이죠. 반대로 말하면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겠다는 말입니다. '나 하나 안 나가도 다른 사람들이 많은데 티가 나겠어!'라는 생각에 유혹을 당해 쉽게 약속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죠.

묵언의 집, '석창원'과의 조우

전날(3월 10일) 지인들과 경기도 가평에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두물머리'에 들렸습니다. 이곳은 지금보다는 여름, 가을에 오는 게 좋을 텐데 저희는 꼭 겨울이나 초봄에만 찾게 되네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책로를 따라 느티나무가 있는 곳까지 걸었습니다.

▲ 물결에 흔들리는 작은 배. 바람의 장난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습니다.
ⓒ 방상철
이번 여행은 날씨 탓에 모든 계획이 무참히 일그러졌습니다. 어제는 비가 오고 또 가끔 눈이 내리더니, 오늘은 또 바람이 너무 세게 부네요. 3월의 날씨라고 하기엔 정도가 심합니다.

울산에서 경기도 부천으로 시집온 새댁은 추운 날씨가 힘겨운 모양입니다. 온몸을 두꺼운 옷으로 감싸고, 두 눈만 내놓고 목도리로 얼굴도 칭칭 감쌌습니다. 그리곤 "울산은 한겨울도 따뜻한데"라며 종종걸음을 칩니다.

산책로를 걷다 보니 전에는 안 보이던 비닐하우스가 보입니다. 두물머리 느티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는 곳쯤에 작년 말쯤에 생긴 '석창원'이라는 도서관입니다. 그런데 무슨 도서관이 이렇게 생겼을까요? 꼭 식물원 같습니다.

▲ ‘석창원’입구, 자연사랑 겨울도서관이라고 적혀있네요.
ⓒ 방상철
▲ 입구에 적힌 주의사항입니다.
ⓒ 방상철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제가 처음 생각했던 대로 식물원 냄새가 짙게 풍겨옵니다. 정말 잘 꾸며놓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곳을 공짜로 보여주다니, 참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합니다.

바닥에는 인공으로 만든 하천이 흐르고, 물가엔 석창포가 가득합니다. 또 상류 쪽엔 조그만 폭포도 있습니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분재가 가득하여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사진촬영 금지'라는 푯말이 너무 많이 붙어있어 포기했습니다. 그러다가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분재로 재탄생시킨 모습을 보고 꼭 사진에 담고 싶어서 관리원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유를 알았습니다. 왜 이곳에서 사진촬영이 안 되는지를 말이죠. 입구에서 봤듯이 이곳은 도서관입니다. 조용해야 할 곳이죠. 현재는 약 500평의 규모로 자연과 환경 관련 도서 2500권을 모아 도서관으로 활용하고 있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에게 방해가 되는 행동은 제지를 하는 것이지요. 사진을 찍는 행위가 책 읽는데 방해가 된다는 말입니다.

▲ 안내자의 도움으로 사진을 몇 컷 찍었습니다. 이것이 겸재의 금강전도를 재현해 놓은 분재입니다.
ⓒ 방상철
▲ 물줄기를 따라 대나무 의자와 작은 상이 놓여있습니다. 저곳에 앉아 책을 읽고 싶군요.
ⓒ 방상철
지금 이곳은 '세미원'이라는 정원의 일부라고 합니다. 잠시 이곳에 문을 열었는데 언젠가는 '세미원'으로 옮긴다고 하더군요.

사람들과 다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석창원' 안은 너무 따뜻했는데 다시 세찬 바람 앞에 나서려니 다들 몸이 움츠러듭니다. 빠른 걸음으로 느티나무가 있는 곳까지 걸었습니다. 지금 생각엔 빨리 목적지에 갔다가 차로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아! 바람만 없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 느긋하게 걸어야할 산책로를 강한 바람 때문에 종종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 방상철
▲ 두물머리 풍경. 그래도 파란 하늘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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