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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해

한국 뭉칫돈, 영국 한인타운 몰려…

  • “집값의 15%만 있어도 집 산다”
  • 한국 뭉칫돈, 영국 한인타운 몰려…
    런던 인근 뉴몰든 ‘부동산 열풍’ 주재원·유학생까지 투자 나서
  • 런던=김영진 특파원 hellojin@chosun.com
    입력 : 2007.03.24 00:40
    • “프랑스인 집주인이 마음을 바꾸었다네요. 안 팔겠대요. 미안합니다.”

      영국 런던 서남부에 위치한 한인타운 뉴몰든(New Malden)에 있는 한 한국인 부동산 중개소 직원은 22일 오후 힘들게 전화를 끊었다. 그는 “최근 뉴몰든 집값이 뛰자, 가격 협상을 다 끝내고도 ‘안 팔겠다’는 집주인이 속출한다”고 말했다. 이웃 부동산 중개소 측도 “팔 집이 나오길 기다리는 한국인이 수십 명”이라며 “팔 사람이 원하는 가격보다 더 돈을 주고서라도 바로 집을 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뉴몰든에 요즘 때아닌 부동산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영국의 집값 상승세가 꺾일 줄 모르자, 현지 동포·주재원·유학생 학부모는 물론 한국에서까지 뭉칫돈을 들고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임대주택을 빌려 월세를 내고 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엔 주택 구입에 나서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최근 서울로 발령이 난 한 국내회사 주재원은 뉴몰든에 있는 42만파운드(약 8억원)짜리 집을 사서 전세를 놓은 뒤, 한국인 부동산중개인에 관리를 맡겨놓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조기유학 자녀를 둔 A씨는 작년에 60만파운드(약 11억 4000만원)짜리 집을 샀다. 매달 월세를 내고 살 바에는, 차라리 집을 산 뒤 월세금으로 은행 대출금을 갚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유학생들도 집 구입에 나서고 있다. 일정기간 유학생활을 했고 세금을 연체한 일이 없으면 부모의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최근 부동산 열풍이 불고 있는 런던 서남부의 한인타운 뉴몰든 중심가의 부동산 중개업소들. /런던=김영진 특파원
    • 영국 집값은 최근 10년간 3배나 뛰었다. 특히 한인타운인 뉴몰든의 평균집값은 2001년 21만 파운드(약 4억원)에서 작년 30만 파운드(5억7000만원), 올해에는 37만 파운드(약 7억원)로 급등했다고 인터넷부동산정보회사 ‘마이프로퍼티스파이 (Mypropertyspy)’는 밝혔다. 부동산중개회사 킴스레팅(Kim’s Letting)의 차성욱 대표는 “영국 경기가 좋은데다 2012년 올림픽 기대감으로 영국 부동산 값은 당분간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특히 뉴몰든은 런던에서 멀지 않고 학군도 좋아 한국에서 문의 전화가 폭주한다”고 말했다. 이 중개소가 한국에서 요청받은 투자금액만 2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영국에서 부동산 투자가 용이한 것은 집값의 10~15%만 내면 나머지는 금융회사에서 대출해주는 모기지(Mortgage· 부동산담보 장기대출)제도 때문이다. 목돈 들이지 않고 집을 구입할 수 있고, 세를 놓으면 월세만으로도 은행 대출금을 갚아나갈 수 있다.

      아예 런던 중심가로 투자대상을 확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한 교민은 10여 년 전 30만 파운드(약 5억7000만원)에 구입한 집이 65만 파운드(약 12억3000만원)로 오르자 집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아 사우스켄싱턴(South Kensington), 퍼트니(Putney) 등 요지에 세 채를 샀다.

      한국인 자영업자 B씨는 런던 부자촌인 첼시(Chelsea)의 100만 파운드(약 19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했다.

      영국 금융회사는 연봉이 10만 파운드(약 1억9000만원) 넘고 개인재산이 25만 파운드(약 4억 7000만원)이상이면 영국에 살지 않더라도 집값의 85%까지 대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