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해

KAIST총장의 호소 “1000억 빌릴수 있게 해주세요”

KAIST총장의 호소 “1000억 빌릴수 있게 해주세요”



서남표 KAIST총장

“1000억 원을 빌려 학교에 투자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투자를 한시도 늦출 수 없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 총장이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을 만들어 한국이 지식산업 사회로 전환하는 데 크게 기여하겠다”며 KAIST 이사회와 과학기술부, 기획예산처 등 관련 부처에 “투자 금액을 대출할 수 있도록 승인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 총장은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사회적 책임을 통감해 학점이 좋지 않은 KAIST 학생은 일반 대학생보다 수업료를 더 많이 내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정부 출연기관이 자체 사업을 위해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려고 시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KAIST는 대출을 협의한 금융기관에서 삼성과 같은 수준의 높은 신용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달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 15명 가운데 정부 쪽 인사 4명의 반대에 부닥쳤다.

서 총장은 “학문과 연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교수와 학생 규모가 일정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며 “돈을 빌리면 교수를 421명에서 700명으로, 학생을 7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는 등 학교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생명공학기술(BT)과 정보기술(IT)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센터를 만들기 위해 존슨앤드존슨, 머크, GSK,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사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연구개발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며 “유치를 위해서는 좋은 연구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KAIST가 내달 초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오라클과 연구센터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서 총장은 대출 승인 호소에 비견하는 자구 노력으로 학생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결국 교육의 목표는 학생이 한번도 부닥쳐 보지 못한 문제를 접했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데 있다”며 “다음 학기부터 1학년생에게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문제를 제시한 뒤 일정 기간 안에 해결하도록 하는 ‘학문 디자인’ 수업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또 “학점(4.3점 만점)이 3.0 이상인 학생은 수업료를 지금처럼 전액 면제하되 2.0 이하면 연간 1500만 원, 2.0∼3.0의 학생은 일정 비율을 내도록 하기로 하고 올해 신입생부터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수업료는 KAIST 수업의 가치를 연간 3000만 원으로 상정해 그 절반에 해당하는 돈을 내도록 한 것으로 거의 벌칙 수준의 수업료 부과에 해당한다.

서 총장은 “그동안 KAIST는 강의 부진 교수에 대한 수업 몰수, 임용 7년 내 퇴출 여부를 결정짓는 영년직제도 도입, 학과장이 교수 채용 권한을 갖는 학과장중심제 추진 등 내부적으로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했다”며 “이번에 새롭게 시도하려는 차입경영에 대해서도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