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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도 나는 이태원에 있는 한 호텔에 오픈 멤버로 근무했다. 오픈하기 전, 우리는 근무 시간이 같았고, 경인선 전철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모여 자주 이 전철을 이용했다. 그때 우리가 불렀던 이 전철의 이름은 일명 딸딸이 기차.
왕십리에서 볼 일을 보고 마침 인천에 갈 일이 생겼고, 그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그래 좋아 한 번 타 보자.' 그때, 그 구간은 정말 황홀할만큼 좋았다. 이른 아침, 모두가 북적이는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곳으로 달리는 열차. 그때는 그 구간이 아직 미개발지인 미군부대 안이었고, 따라서 그곳은 시골 마을처럼 작은 동산도 있고, 작은 개울도 있고, 작은 숲도 있었다. 왕십리에서 1호선 전철을 타러 가는 길은 다소 복잡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홈을 찾아가 섰다. 가슴이 설레었다. 거의 20년 전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니. 더구나 그때 이용했던 구간은 용산에서 서빙고까지였는데, 지금은 왕십리에서 용산까지 더 길게 갈 참이다.
드디어 전동차가 출발하고 응봉역을 지나자 응봉산의 개나리가 스쳐 지나갔다. 그 다음은 한남역. 한남역을 지나자 개나리를 잔뜩 품고 있는 두무개다리가 머리 위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그 다음은 자동차들의 행렬을 보내면서 용산 가족공원, 용산 중앙박물관이 스치듯 지나갔다. 거리는 온통 봄꽃들의 함성이 진동을 했다. 함박눈 같은 목련꽃이 차안으로 너울너울 날아 들어올 것 같았고, 개나리가 진득하게 눌러 붙어 있어 언제고 그 자릴 지키고 있을 것만 같았다. 유리문으로는 내가 탄 차의 앞부분이 보였다. 문득 수학여행갈 때 커브길을 돌 때마다 앞차를 보고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되살아났고, 꼭 그때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런데 오른쪽 풍경만 보느라 왼쪽 풍경은 그만 놓치고 말았다. 왼쪽은 바로 서울의 주인 한강이었는데…. 아쉬웠다.
차는 역에 도달해 가는지 서서히 기찻길 옆의 낡은 집들을 스쳐 지나간다. 오랜만에 기분이 산뜻했다. 매일 두더지처럼 땅속을 못 벗어나다 오랜만에 땅위로 올라온 느낌인 것이다. 그리고 모두에게 이 여행을 권하고 싶어졌다. 짧지만 매력적인 이 미니 구간 전철 여행을 꼭 한 번 해 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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