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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7000년 전엔 해남도 있었다

  • 7000년 전엔 해남도 있었다
  • 문화재 야화 [1]
    우리 문화재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살피는 코너를 오늘부터 신설합니다.
  • 신형준 기자 hjshin@chosun.com
    입력 : 2007.06.04 01:18
    • 바다 속에서 해삼이나 전복을 따는 여자를 해녀(海女)라고 한다. 그러나 해남(海男)이라는 말은 없다. 선천적으로 여자들이 물질을 잘해서일까? 신석기시대를 기준으로 한다면 물질은 여자만의 몫은 아니었다. 7000여 년 전 한반도 남부에서는 남녀 가릴 것 없이 깊은 바다에서 전복 따위를 잡았다는 사실이 발굴을 통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경남 통영시 산양면 연대도(사적 335호)는 1987년 태풍으로 흙이 왕창 파이면서 유적의 존재가 알려졌다. 1988~1992년 발굴됐는데, 발굴된 조개가 살아 있을 때 영양분을 섭취하면서 체내에 받아들였던 C14의 변화량(=반감기)으로 연대를 측정(탄소연대측정)한 결과 지금부터 7300~6700여 년 전의 유적이었다. 이곳에서는 모두 17구의 인골이 발굴됐다. 발굴을 맡았던 국립진주박물관은 인골을 김진정 당시 부산대 교수에게 의뢰했다.

    • ▲외이도골종(사진에서 붉은 화살표 된 곳)에 시달렸던 7000여 년 전의 사람 뼈. 경남 통영 연대도에서 발굴됐다. 깊은 바닷물에서 잠수를 자주 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임학종 국립김해박물관장 제공

    • 일본 연구팀과의 공동 연구 끝에 김 교수는 어린이 것 2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골은 남녀를 불문하고 외이도골종(外耳道骨腫)에 걸려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바깥귀길(외이도)에 뼈와 같이 딱딱한 조직으로 이루어진 ‘혹’이 있었던 것이다.

      외이도골종은 요즘 해녀들에게도 나타나는 병이다. 깊고 찬 바닷물에 들어가면 기압 차이 등으로 귀가 먹먹해지는데, 귀 바깥쪽에서 가해지는 과도한 압력을 줄이기 위해 바깥귀길의 일부가 좁아진 것이 아닌가 학계는 추정한다.

      통영 연대도유적에는 각종 조개껍데기와 전복껍데기 등이 발굴됐다. 7000년 전 신석기인들이 깊은 바닷물로 잠수해 전복 등을 채취했음을 알려준다.

      경남 통영 욕지도나 일본의 신석기시대 유적에서도 외이도골종에 걸린 사람 뼈가 여러 구 발굴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