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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말갈’이 고구려 주민을 낮춰 부르던 말?

  • ‘말갈’이 고구려 주민을 낮춰 부르던 말?
  • 한국고대사학회 ‘고대사 쟁점’ 현주소 보여
  •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입력 : 2007.08.21 00:21
    • 국사 교과서에서 고조선에 대한 기술이 바뀌었다는데, 그 나라는 과연 어디에 있었을까?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마다 등장하는 ‘임나일본부’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TV 사극 ‘대조영’에 등장하는 나라 ‘발해’는 어떤 주민들로 구성된 나라였을까?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이 수위를 높이는 한편 국내 재야학계의 주장도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고대사의 숱한 쟁점들에 대해 자신 있게 얘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고대사학회(회장 김태식) 소속 역사학자 42명이 3년 동안의 작업 끝에 출간한 단행본 ‘한국 고대사 연구의 새 동향’(서경문화사)은 이런 ‘쟁점’들에 대한 우리 고대사학계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 ▲ 고구려의 발상지인 흘승골성(오녀산성·현 중국 길림성 환인). /조선일보 DB

    • ◆고조선의 중심지는?

      학자에 따라 백인백색(百人百色)의 다양한 의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다. 고조선의 중심지가 지금의 중국 랴오닝성 일대였다는 ‘요령설’과 대동강 일대라는 ‘평양설’, 그리고 랴오닝에서 평양으로 중심지를 옮겼다는 ‘이동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이동설은 고조선이 기원전 3세기 초 중국 연(燕)나라의 공격을 받으면서 중심지를 옮겼다는 것인데, 최근 힘을 얻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사기’에 고조선과 한(漢)나라의 경계라고 기록된 패수(浿水)는 여전히 압록강·청천강·난하(?河)·대릉하(大凌河) 등으로 입장이 나뉜다. 멸망 당시의 수도 ‘왕검성’도 평양이나 요하 서쪽이었다는 설 외에 고구려의 발상지인 환인(桓仁) 일대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영산강 유역 정치세력은?

      4세기 중반 백제 근초고왕의 정벌 이후 전남 지역이 백제의 영역이 됐다는 것은 학계의 통설이었다. 이후 이 지역에서 대형 옹관묘와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앞은 사각형이고 뒤는 둥근 형태의 무덤)이 발굴되는 등 고고학적 성과가 축적되면서 이곳이 독자적인 정치세력권이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 세력이 6세기까지도 백제의 세력권에 완전히 편입되지 않고 백제·가야·왜 사이에서 등거리 관계를 유지했다고 보고 있다. 고흥 길두리 안동고분 같은 무덤에서 백제 양식의 금동관모와 신발이 나온 것을 보면, 5세기 중후반에 백제가 나주 지역의 정치세력과 대가야의 연결을 막기 위해 전남 동부 세력과 손을 잡는 구도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상당히 늦은 시기까지 이 일대에 ‘정치세력’이 존재했던 것이다.

      ◆‘임나일본부’는?

      일본이 가야 지역을 군사적으로 지배한 기관이 ‘임나일본부’였다는 스에마쓰 야스카즈(末松保和)의 학설이 일본 학계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졌지만, 현재 이 같은 설을 직접적으로 주장하는 일본 학자는 거의 없다. 대신 가야측이 대왜(對倭) 교섭을 위해 설치한 외교기구, 또는 일본측이 가야에 파견한 외교사절이라는 연구가 대두되고 있다. 국내에선 ▲백제가 가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현지 지배를 위해 설치한 기관 ▲친신라 정책을 추진했던 왜계(倭系) 가야 관료 ▲‘일본서기’를 편찬한 백제 망명 세력이 백제 부흥을 목적으로 조작해 낸 것이라는 등의 연구가 이뤄졌다.

      ◆발해의 주민 구성은?

      ‘발해의 지배층은 고구려인이고 피지배층은 말갈인’이라는 익숙한 학설은 1933년 일본 학자 시라토리 구라키치(白鳥庫吉)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지금도 한국·일본 학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북한 학계는 모든 주민들이 고구려 유민인 것으로, 중국·러시아 학계는 말갈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중국 학계는 고구려와 발해의 문화적 계승성마저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말갈’이란 말은 특정 종족의 고유한 이름이 아니라 중국이 고구려 변방 주민들을 낮춰 부르던 말이라며 ‘말갈인’이 곧 ‘고구려인’임을 주장하는 학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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