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 이소연 탑승우주인 이소연은 누구? 3월 10일 ‘예비우주인’에서 ‘탑승우주인’ 신분으로 바뀐 이소연(30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씨는 2006년 12월 고산 씨와 함께 1만8000대 1의 경쟁 을 뚫고 최종 후보로 선정됐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이 씨는 꼼꼼하고 신중한 스타일의 고 씨와 달리 특유의 쾌활함과 함께 부드러운 성격을 지녔다. 선발 과정의 최종 관문이던 1분 스피치에서 “우주에서는 몸속 단백질이 줄어들어 살도 빠지고 키도 5cm 커지기 때문에 나도 미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해 심사위원과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해 9월 5일 고 씨에게 탑승우주인 자리를 내주는 ‘고배’를 마셨을 때도 “우주인을 위해 멋진 어시스트를 하겠다”며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이 씨는 1년 가까이 러시아에서 머무는 동안에도 함께 훈련받는 다른 나라 우주인들에게 직접 한국 요리를 만들어 대접할 만큼 밝고 활달한 성격으로 주목받았다. 또 틈틈이 개인 시간을 쪼개 자신의 블로그에 올라온 질문에 직접 답글을 달아준다. 광주에서 태어난 이 씨는 1남 2녀 중 맏이로 광주과학고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같은 학교 미세전자기계시스템 박사과정을 밟다 우주인 선발에 도전했다. 올해 초에는 훈련 기간에 틈틈이 정리한 연구 논문이 통과돼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깅과 운동을 좋아하는 스포츠우먼으로 태권도 공인 3단이다. 대학시절 록그룹에서 보컬로 활동한 맹렬 음악광이기도 하다. 이 씨는 발사 한 달여를 앞두고 고 씨와 임무가 바뀌면서 적지 않은 심적 부담을 느꼈지만 곧 적극적인 자세로 훈련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주인 선발에 참가했다 탈락한 박지영 씨는 “힘들 때마다 맏언니 격이던 이 씨가 잘 돌봐줬다”며 “여성 과학자를 대표해 성공적으로 우주 임무를 마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여러 차례의 인터뷰 과정에서 평가위원들의 공격적인 질문에 답하기가 매우 힘들었다”면서도 “평가를 하나 둘 통과하면서 KAIST 연구실의 분위기도 살아나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탑승우주인에 선발된 직후 밝힌 소감에서 “온 국민과 고산 씨의 꿈을 안고 우주로 날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 씨가 4월 8일 러시아 유인(有人)우주선 소유스 호를 타고 성공리에 우주여행을 마치면 한국은 7번째 여성 우주인 배출국에 오른다. 또 이 씨는 세계에서 49번째,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 여성 우주인이 되는 셈이다. 선발 훈련과정
이날 오전 9시부터 시작해 7월 14일까지 계속된 후보 접수에는 전국에서 19세 이상 성인 남녀 3만6206명이 응모했다. 공모에는 정재은(69) 신세계 명예회장과 최고경영자(CEO) 등 재계 인사와 의사, 교수, 목사, 카레이서 등 각계각층이 응모해 눈길을 끌었다. 선발_1만8000대 1의 경쟁을 뚫고 늦여름의 무더위가 여전히 기세를 부리던 지난 9월 2일. 서울 올림픽공원을 비롯해 부산과 대전, 광주, 강릉, 제주 등 전국 6곳에 3000여 명이 모여들었다. '한국 최초 우주인'의 첫 관문인 3.5㎞달리기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60대의 기업인에서부터 공무원, 직장인, 교수와 학생 등 각계각층의 남녀 참가자들이 '우주의 꿈'을 향해 달렸다. 이날 달리기에 참가한 3325명 중에서 3176명(남자 2756명, 여자 420명)이 합격선(남자 23분 이내, 여자 28분 이내 완주)을 통과했다. 이어 영어와 상식으로 치러진 필기시험과 기본 신체검사를 통해 10월 13일 1차 선발자로 245명이 뽑혔다. 이 과정에서 3.5㎞달리기를 무난히 통과하며 노익장을 과시해 관심을 모았던 정재은(67)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이 아쉽게도 탈락했다. 다시 영어와 일반면접 형식으로 치러진 임무수행 능력평가, 심층 체력평가, 정신 심리검사 등 2차 선발절차가 이어졌다. 그 결과 10월 27일 우주인 후보는 30명으로 압축됐다. 기본자질로는 우선 범죄경력이나 약물중독 등 임무수행을 제약할 수 있는 요소가 없는 품행 및 성품(일반적합성), 효율적 임무수행을 위한 상황 적응능력과 유연성을 갖추고 스트레스 등 제약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자질(행동 적합성)이 제시됐다. 또 우주비행 훈련 및 우주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의학 적합성'을 충족해야 하며 러시아어를 배우려는 의지와 영어로 읽고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언어능력'도 기본 자질로 간주됐다. 특히 의학 적합성에서 신체조건으로 키는 153~192㎝를 기본으로 하되 164~190㎝가 적정범위로 설정됐다. 체중은 45~90㎏정도, 시력은 나안 0.1, 교정 1.0 이상, 혈압은 수축기 최고 140, 최저 90, 이완기에는 최고 90 최저 60사이에 들어야만 했다. 장시간 우주비행을 감안해 우주선의 폐쇄 환경의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선발기준에 들어 있다. 중력가속도와 우주멀미에도 견딜 수 있는 신체능력도 고려됐다. 우주에 성큼 다가선 30명의 후보는 3차 선발과정에서 본격적인 우주인으로서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정밀 검사를 받기 시작했다. 충북 청주 공군 항공우주의료원에서 3박4일간 24시간 심전도, 뇌파검사, 뇌 영상 촬영, 심장 초음파, 내시경 등 정밀 신체검사를 받았다. 우주비행에 적합한지를 판정하는 중력 가속도 테스트 등 우주적성 평가와 추론능력, 위기관리 능력, 발표력, 과학실험 능력 등에 관한 심층 개별면접과 행동면접으로 이뤄진 상황대처 능력 평가도 이어졌다. 11월 23일 3차 선발과정을 통과한 후보 10명이 발표됐다. 후보들은 경남 사천비행장에서 공군 훈련기를 타고 중력의 3~4배를 경험하는 등 우주비행 적성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10명중 2명은 기쁨도 잠시 경기도 일산에서 2박3일간 진행된 합숙평가에서 탈락, 눈물을 머금고 우주인의 꿈을 접어야 했다. 우주인의 꿈에 한층 다가선 8명은 12월 4일 러시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로 날아갔다. 이들은 이곳에서 5일 동안 머물며 무중력 비행기와 무중력 수조에서 무중력 상태의 임무 수행능력을 평가받았다. 다시 2명이 탈락하고 후보는 6명으로 좁혀졌다. 성탄절인 25일 전국에 TV로 생중계된 가운데 후보 6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중친화력 평가에서 영예의 우주인 후보로 이소연 씨와 고산 씨 단 2명이 최종 확정됐다. 사상 초유의 경쟁률만큼이나 이들 후보는 지적 능력이나 성품, 체력 및 체격조건 등에서 가히 '최우수 한국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훈련_망망대해, 설원에서 사투 이들 2명은 러시아에서 함께 우주인 훈련을 받지만 결국 1명만이 우주선에 탑승할 기회가 주어졌다. 우주선 탑승을 위한 불꽃 튀는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 후보가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의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 입소한 건 지난해 3월 7일. 오전 6∼7시에 일어나 오후 11시 반경 잠들 때까지 1, 2시간 단위로 체력훈련과 이론 및 실습교육이 매일 이어졌다. 기본 바탕은 규칙적인 체력훈련. 선발전에도 ‘몸짱’이었던 두 후보는 “훈련 덕에 한층 더 몸이 가벼워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태권도 3단인 이 씨는 “하루에 오전과 오후에 걸쳐 3시간 정도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기 때문에 헬스 30∼40분, 수영 800m, 조깅 3∼4km는 가볍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씨는 권투와 등산을 즐기던 만능 스포츠맨답게 정규 체력훈련 시간 외에도 틈만 나면 체육관을 찾았다. 그새 러시아어 실력도 놀라우리만치 늘었다. 두 후보 모두 러시아어 기본 철자조차 읽지 못했지만 이제는 통역 없이도 웬만한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 우주이론 실력과 우주선을 다루는 능력도 일취월장했다. 이 씨는 “‘생명유지장치 훈련’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했다. 제한된 공간인 우주선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산소, 물, 음식 등을 공급 받는 방법과 각종 기기들의 작동원리를 익히는 훈련. 두 후보는 “몇 번씩 다시 물어봐야 할 만큼 복잡하고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지난주 두 후보는 귀국 직전 우주선과 국제우주정거장(ISS) 이론에 대한 시험을 치렀다. 이 씨는 타고난 성격이 워낙 외향적이라 마당발로 유명하다.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인 테레시코바(러시아)와도 금방 친구가 됐다. 특유의 요리 솜씨를 발휘해 다른 나라 우주인들에게 비빔국수를 손수 만들어 주기도 했다. 이 씨가 선보인 ‘한국의 맛’은 훈련센터에서 한동안 화젯거리가 됐다. 9월로 예정된 탑승우주인 선정일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극에 달할 것 같지만 두 사람 모두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고 있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고 씨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독서였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어린왕자’를 되풀이해서 읽었다. 이 씨는 선발과정에서 탈락한 우주인 후보들의 동호회인 ‘우주로245’ 카페에도 자주 글을 올리고 개인 홈페이지도 운영했다. 지난해 7월 말 우크라이나 흑해 연안에서 실시한 수중 생존훈련은 두 후보에게 지옥훈련이었다. 비좁은 우주선 안에서 우주복 ‘소콜’을 벗고 해상 탈출복으로 갈아입은 두 후보는 망망대해로 뛰어들어 구조 헬기가 올 때까지 30분 이상 이를 악물고 차디찬 바다에서 버텨야 했다. 그리고 최종 탑승우주인이 발표된 지난해 9월 5일. 탑승우주인으로 고 씨, 예비우주인으로 이 씨가 선정됐다. 당시 한국우주인 선발협의체는 고 씨가 실습 훈련에서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아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후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고 씨는 탑승우주인으로, 이 씨는 예비우주인으로 훈련을 받아왔다. 9월부터 12월까지는 중력가속도 적응 훈련, 무중력 훈련 등을 받았으며 올해 1월에는 국내에서 과학임무 교육을 받았다. 1월 12일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ISS 모듈 적응 훈련을 받았다. 1월 30일부터 2월 4일까지는 러시아 모스크바 북쪽으로 40km 떨어진 자작나무 숲에서 겨울철 지상 생존훈련을 했다. 고 씨와 이 씨는 2박 3일간 러시아 우주인들과 각각 팀을 이뤄 눈으로 가득한 고립무원의 숲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死鬪)를 벌였다. 나무를 베어 거처를 마련하고 비스킷으로 허기를 달래며 영하 15도에 이르는 혹한과 맞섰다. 이들에게는 고작 물 6L와 이틀 치 식량, 무전기, 신호탄만 주어졌다. 이번 훈련은 부상한 동료를 간이 들것에 싣고 정해진 시간 안에 구조 헬리콥터가 있는 곳까지 옮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역할 교대 3월초 상황이 갑자기 바뀌었다. 예비우주인이던 이소연 씨가 정식 탑승우주인으로 역할이 바뀐 것. 고산 씨는 대신 이 씨가 맡았던 예비우주인 역할을 맡았다. 지난달 5일 열린 최종 의학검진에서 두 사람은 합격점을 받았다. 우주선에 탑승해도 좋을 만큼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최종 판결이다. 이어 17,18일에는 그간 훈련받아온 내용에 대한 실기와 필기 평가가 이뤄졌고 19일 이 역시 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제 4월 8일 우주선에 탑승하기만 하면 되는 셈이다. 지난달 26일 두 사람은 그동안 훈련을 받아온 가가린우주인훈련센터에서 소유스 호가 발사될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 기지로 향했다. 우주선 탑승에 대비한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 씨와 고 씨가 19일 우주선 탑승 여부를 가리는 최종 테스트를 가볍게 통과했다”며 “두 사람 모두 건강상태가 양호해 현재로선 탑승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출발은 가가린 우주센터를 나서기 전 러시아 전통에 따라 보드카를 마시는데서 시작됐다. 카자흐스탄까지 이동은 비행기 편을 이용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탑승팀과 예비팀이 각각 2대의 비행기에 나눠 타고 이동했다. 발사 전날까지 이뤄지는 막바지 훈련에서 두 사람은 우주에서 수행할 18가지 과학실험 방법을 익히고 우주복과 통신장치 등 주요 장비를 최종 점검하게 된다. 또 러시아 전통에 따라 발사 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마련된 기념식수장에 나무를 심는다. 발사 직전 우주인들은 장내에 있는 음식물을 뽑아내는 관장을 하게 된다. 발사된 뒤 ISS까지 꼬박 이틀 동안을 로켓 내에서 버텨야 하기 때문이다. 남은 기간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 씨는 4월 8일 오후 8시 16분(한국 시간) 소유스 로켓을 타고 우주로 향하게 되며 ISS에서 10일간 머물다가 귀환할 예정이다. |
우주인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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