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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시인 방우달

우리동네 예술인<7> = 시인 방우달
“가난한 공무원 시인의 12번째 외도”
[2008-04-16 오후 2:26:00]

‘단상천국斷想天國’ 12번째 작품집 출간

94년 등단이래 왕성한 창작활동 돋보여

“세상은 요지경”이라고/흥겹게 노래하면서/세상의 잡다한 일들은/호탕하게 웃어 넘겨라/왜 내 생각대로/세상이 돌아가지 않느냐고/차갑고 무심한 세상에게/구차하게 따지지 마라(시 ‘단상천국 28’중에서)

공무원 시인, 방우달(56·강동구의회 사무국장)씨가 12번째 작품집 ‘단상천국斷想天國’〈표지〉을 들고 독자들 곁으로 돌아왔다. 공직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한다는 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을 테지만 지난 2005년 ‘풍선 플러스’ 이후 3년 만에 찾은 시인의 작품들은 그간의 기다림을 무색하게 4월의 수줍은 벚꽃마냥 우리를 설레게 하고 있다.

시인은 책 머리말을 통해 “여기에 묶은 단상 150개는 하찮은 벌레 한 마리가 4계절을 수십 번 건너오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난 후의 짧은 생각들을 받아 적은 것으로 깊은 뜻은 없으나 삶 그 자체”라고 설명하며 시인 자신을 한 마리 벌레로 표현하며 이번 작품집 출생의 비밀(?)을 밝혔다. 젊은 시절부터 시·단상·수필·소설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 장르의 작품을 쓰고 싶었다는 시인은 이번 작품집 ‘단상천국’을 통해 그간의 한을 풀게 된 셈이다.

이번에 발간된 ‘단상천국斷想天國’은 방우달 시인이 지난 2000년부터 운영해 오고 있는 다음 블로그에 연재된 작품을 묶은 것으로 시인은 “밥을 짓기보다 설거지 하기가 싫듯이 시를 쓰는 일보다 시집을 내기 위해 구색을 갖추는 일이 게으르고 재주 없는 나에게는 더욱 힘든 작업이었다”며 엄살을 피우기도 했다. 결국 알토란같은 단상들의 정리와 배열 작업은 아내 몫으로 돌아갔다.

“강제 배분된 작품의 나열 순서는 아내에게 맡겼어요. 상상력, 창조성, 긍정성이 좀 나은 작품은 앞쪽에, 현실적, 부정적, 비판적인 작품은 뒤쪽에 배열했다고 해요” 혁혁한 아내의 공이 없었다면 시인의 단상들은 결국 빛을 보지 못하고 그의 서재 어딘가에 외롭게 살았을 법하다. 그래서 “내 아내도 곧 천사가 되려는지/요즈음 자꾸 자꾸 내 마음이 미안해진다/많은 세월이 더 흘러 ‘웬수’가 될 날까지/많이 많이 미안해 하며 사랑하며 살아야겠다(시 ‘단상천국 39’ 중에서)는 시를 통해 아내에 대한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집 ‘단상천국斷想天國’을 두 세편만 읽어보면 시인의 섬세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시인은 참으로 섬세하다. 신호등, 개구리, 까치집, 벚꽃, 초승달, 할미꽃 등 시인의 뇌 ‘영감(靈感) 주머니’는 깨끗하고 맑았다. 반면 오랜 공직생활에서 보고 느낀 여러 가지 감정과 현상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예리함도 맛 볼 수 있다. 그래서 시인의 작품은 쓰기도 하고 달기도 하다.

1952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7월 예총 발행 월간 예술세계 신인상(시)으로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한 이래 공직에 있으면서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선보여 왔다. 그간 ‘보리꽃’(문학세계사, 1994), ‘전하’, ‘이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아니되옵니다’(작가정신, 1996), ‘테헤란로의 이슬’(작가정신, 1998), ‘알을 낳는 나그네’(정일출판사. 2000), ‘나는 아침마다 다림질된다’(리토피아, 2002) 등의 시집을 발간했으며 ‘작은 숲 큰 행복’(여름, 2005), ‘그늘에서도 그을린다’(여름, 2005), ‘아름다운 바보’(여름, 2005). ‘누워서 인생을 보다’(여름, 2005), ‘풍선 플러스’(여름, 2005) 등 시·단상·수필집을 통해 작품활동을 해왔으며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국제교류위원, 강남문인협회 이사, 화장실문화시민연대 교육위원 등 대외적인 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4월 5일 12번째 책을 받고 아내와 함께 조촐하게 보리음료 ‘맥콜’ 한잔을 조상님께 올리며 “이번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라고 빌었다는 시인은 11권 책 모두 그토록 원하던 베스트셀러 대열에는 끼지 못했다. 하지만 가난한 시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어 오늘도 습작을 한다.

강현숙 기자 khs@dongbu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