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도 바둑만큼이나 수가 많다” [중앙일보]
지지옥션배 4연승 … ‘올인’ 실제 주인공 차민수
아마추어의 기분으로 바둑을 즐기고 지원한다는 차민수 4단은 승부적인 요소에서는 포커가 바둑보다 더 진하다고 말한다. [한국기원 제공] | |
근래는 사업에 몰두했단다. 그것도 이름조차 신기한 눈썹 영양제 사업. 그리고 몇 년 전엔 관광공사 산하의 카지노를 담당하는 영업이사를 했고, 광운대에 나가 카지노 경영에 대해 강의도 했단다.
껄껄 웃는 차 4단이 무협지에 나오는 기인 같기도 하고, 천의 얼굴을 가진 변신술사 같기도 하고, 장난 좋아하는 소년 같기도 하다. 김윤영, 현미진, 하호정에 이어 신예 강자 이슬아마저 꺾고 4연승을 거둔 8일 오후,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나봤다.
-흔히 포커는 운이고 바둑은 실력이라고 한다. 맞는가.
“바둑은 져도 대국료를 받지만 포커는 지면 자기 돈이 나간다. 바둑과 달리 포커의 프로는 80% 이상의 승률을 올려야 생활을 된다. 그런 점에서 바둑보다 포커 쪽이 더 준엄하고 승부적인 요소가 더 진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포커는 패만 잘 뜨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대단한 착각이다. 포커는 지극히 수학적인 확률의 게임이고, 바둑만큼이나 수가 많다.”(차 4단은 미국의 포커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고 포커만으로 1980~90년대 연 10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렸다.)
-갑자기 나타나 연승을 거두니 꼭 20년 전 후지쓰배 세계대회 생각이 난다.(당시 차민수는 바둑을 떠나 미국에서 생활한 지 10여 년이 넘었으며 후지쓰배에는 미국 대표로 출전했는데 조치훈 9단 등을 연파하고 세계 8강에 올라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국내 대회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4년 전의 응씨배와 얼마 전 춘란배에 초청받아 출전했었다. 이번에도 주최 측 추천으로 대회에 참가했다.”(차 4단은 춘란배에서도 1회전에서 일본의 이마무라 9단을 꺾었다.)
-여성과의 바둑은 어땠나. 여자 프로들의 실력은?
“한국 여자 바둑은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 덕분에 급성장해 이미 세계를 제패하는 실력이다. 그래서 첫 판은 부담이 컸다. 두 번째 판은 좀 쉽게 이겼고 오늘 바둑은 역전승이다.”
-여자 바둑의 장단점을 말한다면.
“장점은 집중력이 뛰어나고 섬세하며 집착이 강한 것을 들 수 있다. 단점은 장점과도 통하는데 전투를 너무 좋아하고 특히 쓸데없는 데서 싸운다. 작은 일에 과민하게 화내는 격이라고나 할까.”
-여자가 남자와 대등한 실력을 보일 때가 올까.
“고등학교에서는 이미 여자가 상위권을 독차지한다고 들었다. 지금 여자가 약한 것은 인재들이 적게 몰려서 그렇다고 본다. 여자 바둑도 돈이 되는 때가 오면 사태는 급속히 변할 것이다. 세계 바둑의 판도도 마찬가지다. 독일이나 러시아 등 보드 게임에 강한 나라들이 바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아시아 이상의 고수들이 출현하게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본다.”
-최근에 벌이는 사업은?
“래시 팩터(Lash Factor)라는 눈썹 영양제다. 눈썹이 적은 사람들이 바르는 것인데,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제품과 총판계약을 했다. 지난달부터 수지를 맞추기 시작했다.”
-바둑과 포커, 사업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사업은 이제 신참이라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 포커와 바둑은 비슷하게 어렵다. 포커도 운영과 전략이 바둑과 비슷하고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학문이다. 또 프로가 되려면 반드시 전문적인 수업이 필요하다. 세상 어느 것도 노력 없이 일류가 될 수는 없다.”
-수많은 일을 하고 많은 특기가 있는데 그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차 4단은 바둑, 포커 외에 쿵후, 노래, 바이올린, 기타, 태권도 등 무려 15가지 종목에 프로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바둑이다. 그러나 프로라기보다는 아마추어의 기분으로 바둑을 지원하고 즐겼다. 바둑이야말로 내 인생의 동반자다.”(차 4단은 80년대 한·중 국교가 없던 시절, 미국에서 조훈현-녜웨이핑 대결을 기획해 지원했고, 중국 바둑이 커야 세계 바둑이 균형을 이룬다는 관점에서 90년대엔 중국에서 우정배라는 프로 대회를 만들어 자금을 댔다.)
-다음 주 5차전은 어떤가.
“상대는 김선미 2단인데 갈수록 기대도 크다. 점점 재미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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