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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재산 500억 기부 신영균씨

"절약 몸에 배어 짜다는 얘기 듣고 살아 기부 결심하니 행복… 잘했다고 생각"

500억원대 재산을 문화예술계에 기부한 원로배우 신영균씨는“소중한 재산이기에 오히려 언젠가 꼭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재산 500억 기부 신영균씨

"이런 것이 행복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참 만족스럽고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총 500억원대 사재(私財)인 서울 명보아트홀(옛 명보극장)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을 문화예술계에 기증키로 한 신영균(82) 신영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은 5일 명보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가 가장 아끼는 재산이자 내 재산의 기반이 된 명보아트홀을 사회에 돌려줘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검은 양복에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맵시 있게 맸고 몸매도 날렵했다. 호쾌한 음성, 매력적인 웃음도 전과 다르지 않았다. "스카라극장, 국도극장 다 허물었잖아요. 명보극장도 팔라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것마저 헐어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여기서 '빨간 마후라'도 개봉했고 '연산군'도 개봉했으니까요." 명보극장은 그가 젊은 시절 구입한 '명보제과'가 훗날 성장해 이뤄진 성과다.

신 이사장이 내놓은 재산은 문화재단을 만들어 문화예술계 인재를 발굴·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재단이사장은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영화감독)이 맡고, 이사진에 신 이사장의 장남인 신언식 한주AMC 회장과 김두호 영화평론가가 내정됐다.

원로배우가 500억원대 부동산을 내놓자 세간에서는 "도대체 재산이 얼마기에"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신 이사장은 "김수용 감독이 나만 보면 '재벌'이라고 하는데 명보극장이 내 전 재산의 30% 정도"라고 했다. 그의 재산이 1500억원가량 된다는 뜻이다. 신 이사장은 제주방송의 1대 주주이며 SBS의 주주이기도 하다.

영화계가 놀란 이유 중 하나는 신 이사장이 워낙 '짠돌이'로 이름났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흔히 그를 "커피 한잔, 자장면 한 그릇 안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런 소문을 들었다"며 "바쁘게 살다 보니 제대로 베풀지 못한 것 같고, 절약이 몸에 배어 있어서 그런 모양"이라며 웃었다. 그는 '신우회'라는 원로배우 오찬모임을 월 1회 열고 명절엔 선물도 보내고 있다.

2006년 그는 부인 김선희(76)씨와 금혼식(결혼 50주년)을 맞았다. 호텔을 예약하고 가족과 친지, 영화인들까지 모두 초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주일 전 예약을 취소하고 대신 조선일보사에 불우이웃성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돈을 화려하게 없애버리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한 그릇이라도 나누는 게 좋을 것 같더군요. 그때 굉장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지난 1월 아이티 지진 때는 10만달러(약 1억2000만원)를 기부했다. 신 이사장은 "나를 아껴주고 잘 살 수 있도록 해준 분들께 조금이나마 되돌려 드린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