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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

내 고향 벌교 꼬막, 정말 먹고 싶습니다
쫄깃쫄깃하고 간간한 꼬막이 제철입니다
장미숙(erigeronf) 기자
장을 보러 시장에 갔더니 생선 코너에 꼬막이 나와 있었습니다. 11월을 넘어서면서부터 맛이 깊어지기 시작하는 꼬막이 싱싱해 보여 망설일 것도 없이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꼬막은 가족들이 무척 좋아하는 음식이라 겨울철에는 자주 사서 상에 올리곤 합니다.

▲ 위에 양념장을 끼얹어 한 접시
ⓒ 장미숙
사온 꼬막을 일단 깨끗하게 씻은 후에 해감을 시키기 위해 소금물에 담가두었습니다. 꼬막은 삶는 것이 정말 중요한데 저는 친정 엄마께 배운 방법으로 꼬막을 삶습니다. 꼬막은 잘못 삶으면 입이 죄다 벌어져서 맛있는 국물이 빠져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삶을 때 무척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런데 꼬막 삶는 법도 여러 가지가 있더군요. 끊은 물에 꼬막을 넣어서 입이 죄다 벌어지게 삶는 방법, 물이 끊으면 찬물을 부은 후에 꼬막을 넣고 삶는 방법, 그리고 소금물에 삶는다는 방법 등이 나와 있는데 저는 친정 엄마께서 하시던 방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먼저 물을 넉넉하게 냄비에 붓고 끊이는데 물이 끊기 전 냄비에 기포가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할 즈음 꼬막을 넣습니다. 물이 약간 뜨겁다고 할 정도인데 꼬막을 넣은 다음 한쪽으로 계속 저어주는 겁니다. 그렇게 저어주면서 꼬막이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를 엄마는 정확하게 알아내셨습니다.

▲ 삶아놓은 새꼬막
ⓒ 장미숙
그런데 저는 어쩐 일인지 엄마가 하는 방식을 따라 하는데도 가끔은 꼬막 입이 벌어지는 게 생기기도 하더군요. 엄마가 삶아 내는 꼬막은 벌어진 것 하나 없이 알맞게 익어 까보면 몸체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인데다 국물이 촉촉하고 살에는 윤기가 번지르르 흐릅니다. 엄마는 꼬막 삶는 데는 정말 선수입니다.

허긴 고향집에서 꼬막이 맛있기로 소문난 벌교가 지척이니 꼬막 삶는 데 도가 트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엄마는 수도 없이 꼬막을 삶았습니다. 종가 집에다 제사가 일 년에 열 번도 넘게 있었으니 제사 때마다 꼭 올려야 하는 꼬막을 지겹도록 삶아야 했을 겁니다.

제사뿐만이 아닙니다. 명절날, 특히 구정에는 거짓말 조금 보태서 꼬막을 한 소쿠리씩 삶아 놓곤 했습니다. 그러나 웬걸요. 그 많은 꼬막이 없어지는 건 순식간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꼬막을 좋아하고 사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사위들이 더 좋아합니다. 큰 형부, 작은 형부, 그리고 남편도 전라도 사람인데다 고향이 모두 벌교가 지척이라 어려서부터 꼬막 맛을 알아 버린 탓입니다.

▲ 새꼬막도 요즘은 속이 알찹니다.
ⓒ 장미숙
그러다 보니 집안에 잔치가 있을 때마다 꼭 빠지지 않는 음식이 바로 꼬막입니다. 매년 겨울이면 엄마는 서울에 사는 자식들을 보러 올라오시는데 벌교에서 꼬막을 꼭 사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사와야 합니다. 그래야 꼬막을 제법 먹었다고 하기 때문이죠. 꼬막이 올려 진 밥상은 먹고 난 뒤에 보면 꼬막 껍질 봉우리가 여기 저기 솟아 있습니다.

꼬막은 양념을 해 먹어도 맛있지만 삶아서 온기가 남아 있을 때 그냥 까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금방 삶아낸 꼬막을 까 보면 탱탱한 육질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입에 넣으면 여러 가지 맛이 나는데 간간하고 쫄깃쫄깃하고 알큰하고 배릿한 맛이 어우러져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작가 조정래씨가 소설 <태백산맥>에서 극찬한 벌교 꼬막은 순천만 일대에서 생산되는데 순천만은 뻘이 깊고 찰지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제 고향에서 가까운 벌교는 요즈음 아마도 꼬막 천지일 것입니다. 새벽부터 꼬막을 파는 사람들과 사러 나온 사람들의 소란스런 몸짓, 손짓들이 눈에 보이는 듯하네요.

소화 흡수가 잘 될 뿐 아니라 고단백, 저지방의 알칼리성 식품으로서 비타민류, 칼슘, 철분 등의 함유량이 많은 꼬막은 허약한 체질 회복식품으로, 빈혈 예방과 어린이 성장 발육에도 좋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죠.

바지락과 같은 조개류, 꽃게와 같은 갑각류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꼬막은 달이 찬 보름 무렵에 잡은 것보다는 달이 없는 그믐에 캔 것이 살이 알차다고 합니다.

꼬막은 예로부터 임금님 수랏상에 올라가는 8진미 가운데 1품으로 진상되었고, 조상의 제사상에도 반드시 올려지는 귀한 음식이죠. 그 귀한 참꼬막을 맛볼 수 있다는 생각에 남편은 저보다도 친정 엄마를 더 기다리는 눈치입니다.

▲ 국물을 넉넉하게 만든 꼬막장
ⓒ 장미숙
참꼬막을 더러 파는 곳도 있지만 도시에서는 참꼬막보다 새꼬막이 많이 나와 제사상에 올리지 않을 경우는 주로 새꼬막을 사 먹습니다. 꼬막을 삶으면 먼저 남편에게 한 접시 대령한 후 나머지는 양념장에 무치는데 저는 국물을 조금 넉넉하게 만듭니다. 가족들이 꼬막장에 밥 비벼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죠. 알맹이는 알맹이대로 먹고, 국물도 남김없이 먹기 때문에 밥반찬으로 아주 좋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난 막내 아들은 처음에 징그럽다고 싫어하더니 꼬막 맛을 알고 난 뒤로는 이젠 사 달라고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밑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꼬막장이 있으면 반찬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서 좋습니다. 혹시 꼬막을 못 드시는 분들은 안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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