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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촌 美來村

나의이야기27-걸어서 광화문까지

걸어서 광화문까지(1)



1. 겨울나들이

집에서 부터 걸어서 광화문까지.

"왜 이런 일을 꾸며서 생고생을 하는거지?" 스스로도 자꾸 뒤로 물러서고 싶은 심정이다.

행사를 주관한다면서 차를 타고 나가도 좋으련만, 날씨도 추운데 고집스럽게 꼭 걸어서 그 먼곳(분당에서 광화문까지)까지 걸어갈 필요가 있겠느냐며 집사람이 군시렁거린다. 전철이나 버스로 가면 한시간이면 되는데,꼬박 일곱시간 넘게 걸어서 가면 훈장 받을 일 있느냐고 약간 빈정거리는 소리에 버럭 화를 내고 집을 나선다. '내가 하자 해 놓고 내가 지키지않는 것은 말도 안된다. 여보시오 꼬시지 말아요' 속으로 중얼거리며문을 꽝- 닫고 내뺃지만마음 한쪽 구석에서는 전철이 아른거린다.

겨울의 아침 7시반은 어둠이 짙은 새벽이다. 마라톤 완주보다야 가볍겠지만 일곱시간을 줄곧 걸어야하는 건 만만치 않다. 마라톤 대회때마다 출발전에는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하듯이 대문을 나서며 어둠속에 발을 내딛는 순간 한강이 광화문이 까마득하게 느껴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추운 영하 10도의 날씨였는데 기온이 많이 올라 얼굴에 스치는 바람결이차갑지를 않다. 짙은 안개로 시야가 탁트이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 날씨는 하늘이 특별히 도운 것이다. 엊그제 눈이 내리면서 걱정이 되었는지 강행할 것이냐는 전화문의에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물론 진행하겠노라고 호언했지만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내가 하는 행사에 날씨 때문에 망친 적 없었노라고도 흰소리쳤다.추운 날씨나 눈이 오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오히려 날씨가 따뜻해져 비가 오는 날이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니비만 오지 않기를 빌고 빌었다. 아침안개를 보고서야 안심을한다.

처음 제안했을 때 따뜻한 봄날 하자는 것을 혹한기와 폭서기에 각각 한번씩 해야 한다고 몰아부쳤다.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훈련을 해야지 그걸 피하려는 요령주의를벗어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음을 강조했다. 사람마다 태어남이 각각 다르듯이 살아가는 사회 환경

또한 다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닥치는 강추위와 무더위속에서 각자의 삶의 조건이 다름을 확인하고 이런 자연환경을 극복할 정보를 찾아 내야 하는 것이다.꾀를 내서 추위를 피해가는 것도좋겠지만 좀 미련스럽게 맞받아쳐 추위를 이겨내는 "겨울나들이 길" 또한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겠느냐!

2. 여러갈래 길

집에서 광화문까지 걷는 길은 여러갈래이다. 가까운 길은 차와 함께 신호등이 많아 짜증스럽다. 개천 둔치길은 걷기는 좋은데 거리가 멀다. 높은 언덕길은 피하고 싶고 터널속으로 가는 건 숨이 막혀 싫다. 걷기를 끝내고 써낸 '내가 걸어온길'을 몇개 골라 소개한다.

ㅇ 가장 먼곳 인천에서 걸어온 젊은이의 길을 본다.

- 인천 만수동출발(06:00) - 인천중앙병원(06:45) - 역곡역(08:00) - 구로성심병원 (09:50) - 마포대교(12:40) - 광화문 35km (15:40)

- (느낀점)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볼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내가 갈길을 정하 고 그 길을 직접걸어 봄으로써 자신감과 내 다리로 걷는 걸음은 거짓말을 하지않는다는 것, 자신을 믿는 마음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ㅇ 양재동에서 걸어오신 분들

- (1코스) 양재동출발(10:40) - 양재천(11:00) - 성수대교 남단(13:30) - 중랑천 살곶이 다리(14:10) - 청계천 입구(15:00) - 광화문 23km(16:10)

- (느낀점) *양재천, 한강 청계천을 천천히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걸을 수 있어행복했습니자다./

* 다리 아파 죽겟어요. 골반 돌아갔어요. 좋은 경헙 했습니다. 서울 거리가 짧다는걸 느꼈고 걸어서 다리를 건너는 생소한 경험이었습니다./

* 2kg 빠진 것 같아요. 다리보다 골반이 아파요. 춥지는 않았지만 힘이 들었습니다./

* 평소 보지 못한 숨은 도시의 풍경을 보는 것 같이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좋은 경험이 된거 같습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차로는 보지 못한 섬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

* 직선 길보다돌아가는 우회길이 더빠를 수도 있다./

- (2코스) 양재동(10:30) - 한남대교(12:58) -이태원(14:02) - 남산도서관(14:38) - 숭례문(15:10) - 광화문 20km(15:50)

-(느낀점) * 무척 힘들었으나 걸어 올 수있는 길이란걸 느꼈다. /

* 걸어가는 길이 확보가 안되어서 힘들었지만 뿌듯했다./

* 찬 공기를 마시며 왔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하루였다./

ㅇ 신도림동에서 걸어오신 분

- 신도림출발(12:00) - 영등포역(12:30) - 마포대교(12:44) - 애오개역(14:00) -

서대문역(14:50) - 광화문 11km(15:45)

- (느낀점) 서울시내에 위험한 차도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횡단보도는 있는데 신호등이 없어 건너기 힘들었던 곳이 많앗다. 서울시가 차를 생각하는 만큼 사람도 생각해 줬음 좋겠다. /

많은 도전도 생겼다. 이번에는 집에서 출발 못했지만 다음 기회가 되면 더 걷고 싶다. 또한 여름에 전국을 돌아다니고(걸어서) 싶은 꿈이 생겼다./

ㅇ 천호동에서 걸어 오신분

- 천호동 출발(10:00) - 잠실대교 북단(11:00) - 영동대교 북단(11:50) -실곶이 다리(13:05) - 청계천 모전교(14:42) - 광화문 22km (16:02)

ㅇ 도봉동에서 걸어오신 분

- 도봉동 출발(11:20) - 창동길 교차로(11:30) - 우이3교(11:45) - 번동월계2교(12:00)- 한성대입구역(13:45점심) - 광화문 14km(15:45)

- (느낀점) 평소 걷기를 좋아해서 그런지 가뿐해진 것 같습니다. 혼자 오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콧노래도 절로 나오고 상당히 상쾌해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즐겁고 가벼웠습니다.


ㅇ 부천에서 걸어오신 분

- 부천시 출발(10:02) - 서울경계(10:31) - 여의도환승센타(13:30) -

공덕동가든호텔(14:24) - 경향신문(15:22) - 광화문 20km (15:51)


ㅇ 기타 여러 곳에서 걸어오신 분 중에는 조금 이르게 나와서 ‘미타사’에 들려 스님과 함께차 한잔을, 인사동 ‘끽다거’에서 보이차를 마시는 등 좋은 인연을 만나며 오는 즐거움 또한 향기로웠다.


ㅇ 원로께서는 童長의 꾐으로 네배는 더 돌아왔다고, 질러오면 3시간이면 올 것을 7시간이 나 걸렸다고 원성이다. 도심까지의 길이 양재천 탄천 한강 중랑천 청계천등이 있어 삭막하지 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던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걸어서 광화문까지(3)>


3. 탄천을 따라가며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탄천에 안개까지 자욱해서 앞에서 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의 손길로 물길을 곧게 하고 둔치에는 자전거 길과 보행로를 따로 내어 그 길을 따라 걷는다. 탄천에 들어서면 자연은 없고 인간의 흔적이 너무 진하다. 물길도 직선으로, 길도 따라서 직선으로, 둔치도 오르내림이 없이 밀고 깎고 다듬어 인공 조형물로 가득하다. 땅조차 시멘트로 덮어나가 흙조차 밟기 어렵다. 곳곳에 징검다리를 놓아 성공한 하천개발로 탄천을 들고 있지만, 인간이 쓸 면적을 이대로 넓혀 나가다가는 개천을 복개하겠다는 착상이 나올까 두렵다. 탄천을 마당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성이 자연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면서...

내가 새로 개발하여 시험하고 있는 ‘날개 짓 걷기’로 걸어간다. 두 팔을 함께 앞뒤로 흔드는 걸음걸이로 보트 젓기식이기도 하고 스키 타기식 폼이기도 하다. 제법 숙달되어 있어서 다른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도 않는다. 몸의 균형을 잡으며 좌우 팔을 번갈아 내젓는 보통걸음보다 앞뒤로의 출렁거림으로 걷는 것이어서 1km 10분정도의 제법 빠른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안개로 시야가 가려 앞만 보고 갈 수밖에 없다. 한 시간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 서울공항에 닿는다.직선 담장이 4km가 넘는다. 곧은 길이어서 얼마나 지루한지. 이틀 전에 가볍게 내린 눈이 다 녹지 않아 길 옆에 쌓였다. 녹아내린 눈으로 간간히 얼음길을 만들어 미끄럽다. 복정동- 장지동이 성남과 서울의 경계다. 탄천의 폭이 넓어진다. 수서 농수산물유통센타가 오른쪽으로 있다. 탄천의 동편으로 오던 길이 개천을 건너 서편으로 걷게 된다. 서족 길은 오후에 응달이 져 둔치는 온통 하얀 눈길이다. 마른 갈대밭에는 하얀 눈꽃이 도열해 있다. 스치기만 해도 풀썩 떨어져 버리는 눈꽃이 아쉬워 두어 걸음 간격으로 멀찍이 떨어져 걸어간다. 탄천과 양재천이 합류하는 지점은 삼각주를 이루어 아주 넓다. 양재천은 한강으로 직접 유입되던 하천이었으나 1970년대 택지개발사업으로 수로를 변경하면서 지금과 같이 탄천과 합류시켰다. 산업화로 오염되었던 이곳에 다시 풀나무도 심고 구경 길도 만들어 놓아 돈 냄새와 사람냄새가 너무 짙다. 넓어진 탄천하류에는 물오리 떼들이 고함을 지르고 있다. 오른쪽 둔치에 있던 강남자동차운전면허시험장이 다른 곳으로 이전했는지 조용하다. 겨울철만 빼고는 응원의 함성이 쩌렁쩌렁 울려대는 잠실야구장, 바로 그 앞이 한강이다. 양재천과 탄천 물이 합쳐와 이곳에서 한강으로 뛰어든다. 이제 20km 3시간을 걸어왔다. 이곳에 서면 언제나 한강은 바다라는 착각에 빠진다. 아무리 가물다 해도 여기 한강은 언제나 물이 가득하다.(미래촌 동장 김만수

걸어서 광화문까지(4)


4. 기적의 한강개발

1982년에 한강종합개발사업이 시작되었다. 이제 27년째다. 사업이 이루어지기전 한강은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똥물 냄새가 코를 찔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만 해도 공장 굴뚝에선 시커먼 연기가 펑펑 올라오고 강물엔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게 산업화요 나라발전이라고 했다. 공장과 일반가정의 오물과 폐수를 개천과 강으로 그냥 쏟아 부어 댔다. 환경을 얘기하면 사치였고 조금만 더하면 사상을 의심 받았다.

한강개발을 시작한 것도 환경 살리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라 건설에 필요한 모래와 자갈 채취에 그 목적이 앞섰다. 분류하수관로를 만들고 더하여 강변도로가 생기고 대형 상수도관을 묻고 물길을 직선으로 틀고 강물을 가두는 수중보를 만들고 하는 대대적인 건설 사업으로 그 유발 효과는 매우 컸다. 대한민국의 발전상이 ‘한강의 기적’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자연 환경과 강변 정서와 전통 문화등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린 사업이었으나 당시로는 획기적 사업이었다. 결과적으로 한강의 환경을 바꾸는 크게 기여하였으나, 철학이 없는 개발로 볼거리 없는 삭막한 한강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 서울시가 벌이고 있는 ‘한강 르네쌍스’가 한강 건설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자연 환경측면이나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한강이 제 모습을 찾아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게 하는 데는 이런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청담대교를 지나 영동대교에 이르니 얼음이 남쪽에서 북쪽까지 결빙이 되었다. 떠다니는 얼음조각 위에 철새들이 떼 지어 앉아 꽈악꽉 소리가 한강을 울린다. 성수대교 직전에서 왼쪽으로 접어드는 토끼굴이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로 가는 길이다. 한강 둔치 길에서 성수대교로 바로 오르는 길을 낼 수도 있으련만 그게 없다. 토끼굴을 빠져 나와 현대-한양아파트 뒷길을 따라 쭉 걸어 성수대교에 맞닿는다. 여기서도 오르는 길은 없고 소음 방지벽과 아파트 담장이 나가는 길을 딱 막아서 있다. 아파트는 철저한 방범 담장에 갇혀 있는 꼴이다. 단지를 빙- 돌아 경비초소가 있는 문에서 성수대교 진입 보행로를 찾아 나선다. 도로시설이 온통 자동차 중심으로 짜여있고, 사람이 걸어 다니는 보행로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도 없는 이런 ‘르네쌍스’는 또한번 철학이 없는 반짝 행사로 그칠 우려가 있다.

나의이야기33- 걸어서 광화문까지(5-7)

5. 성수대교에서 한강을 보다

좁아터진 인도를 따라 성수대교를 올라선다. 사람 다니는 길이 너무 초라하고 유치하다. 차를 피해 잽싸게건너야 하는 길이 위험하다.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구경하기에는 어림도 없다. 차의 매연과 소음과 거친바닥에 눈이 녹아 질퍽거린다. 성수대교를 비롯한 한강 다리들은 자동차를 타고 씽씽 내달리도록 설계 건설되어 있다. 밀린 차들이 멈칫거리면서 다리를 하나 가득 메운다. 겨울 날씨에 오직 나 혼자 다리를 걸어서 건너가고 있으니, 차에 탄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져 안쓰러운 표정이다.

3차선인 차도가 너무 넓어 보인다. 한차선은 보행로와 자전거 전용 도로로 내어 놓을 수는없을까...자전거가 자동차를 대체하는 수단이라고 말하면서도차 다니는 도로를 내어 놓는데는 인색하다. 차 냄새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한강다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야말로 '한강르네쌍스'라고 주장하고 싶어진다.

성수대교는 1994.10.21 아침 등교시간에 다리가 뚝 끊겨 그 위에 있던 버스가 강물로 추락하였다. 학교에 가던 학생 32명이사망했던 악몽의 다리다. 1970년대 건설한 이 다리는 교각과 교각 사이를 넓게하여 보기좋은 다리를 만드는 트러스트 공법을 기술력도 부족한 가운데 처음으로 채택하였다. 또한 당시 중동 건설 붐으로 노련한 기능인력이해외로 빠져나가고 경험이 부족한 기능 인력들이 그공백을 메운 틈새에서 생긴 사고라고들 지적했다. 오늘날기능의 경시풍조로산업현장에서는기능인력의 부족이심각한 지경이다.일자리가 없어 허덕이는 현실과는 정반대 현상이어서우리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깨우쳐 주는다리다.

한강에 걸쳐 있는 다리는 일제시대에 놓여진 한강철교 한강대교를 비롯하여 23개나 된다. 제1한강교 제2한강교 제3한강교라 이름 붙였던 것을 한강대교 당산대교 한남대교로 바뀐것이 한 30년되었는가. 서울의확대로 인구가 급증하고 그에따른 자동차 교통량의 증가는 한강의 교량을늘려 갈수 밖에 없었다.

성수대교 북단 성수동에는 '서울숲'이 있다. 야생동물을 방목하면서 이를 보호하는 보행인을 위한 긴 구름다리를 한강에 까지 닿게 놓았다. 서울숲 앞에서 중랑천은 한강과 합류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똥물이었던 중랑천이 깨끗하게 정화도이어 물오리떼가 자맥질을 하고 있다. 조선 시대에 만들어놓은 살곶이 다리는 주변의 거대한 개발로 초라하다. 다리로 이어진 길이 있었을 것이언만 옛길은 사라지고 높은 둔덕을 쌓아 그 위에 높은 아파트로 꽉 차있다.

중란천과 청계천이 합류하는 삼각주에는 축구장이 두개나 있다. 엊그제 내린 눈이 녹아 운동장이 진흙투성이다. 흙탕물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동네 축구시합에 열중이다. 어! 저기녹슨 시내버스 한대가 잔디밭을 밟고 떡 버티어 들어서 있는 게 눈에 거슬린다. 내다버린 것이라고 하기에는너무 지나친 것이어서 안타깝다.

6. 청계천을 걷는다.

분당에서 출발하여 이제 5시간 넘어 걸어왔다. 발도 다리도 몸도 지쳐가고 있다. 초코렛과 귤울 꺼내먹고 육포를 씹으면서 쉬지않고 청계천을 거슬러 올라간다. 청계천 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시시설물관리공단 건물이 보인다. 청계천 하류는 얕은 물이어서 꽝꽝 얼음이 얼었고 그 위에 하얀눈이 덮여있다. 눈을쓸어내고 썰매길을 내고는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 몇몇이 썰매를 타고 있다. 안심할 수 있는구역을 설정해서 썰매마당을 꾸며 줄수는 없을까. '청계천생태교실'이라는 가건물이 눈에 띄어 들여다 본다. 대여섯명의 아이들이 엄마들에 둘러쌓여겨울 방학과제를 하는 모양이다.일을 도와주는 분들이 있으나 왠지 썰렁해만 보인다.

청계천을 따라 올라갈수록점점 좁아진다. 씨멘트로 높이 쌓아올린 옹벽으로 울안에 꼭 갇힌 느낌이다. 평화시장 건물을 지나고 동대문종합시장 간판도 보인다. 북쪽편 길은오후 볕이 들어 눈이 녹아 질퍽거리는데도 노인들의모습이 많다. 남쪽편은 오후 그늘이져 눈이 녹지않은 하얀눈길이어서 젊은 연인들의 산책으로 이어진다.

1961년의 청계천은무허가집단촌으로보기싫고 냄새나고 비위생적인 도심의 문제지역이었다. 건물을 철거하여 용산이촌동으로지금의 성남으로 집단 이주 시켰다.하천은 시멘트로 덮어 차 다니는 도로를 만들고 1971년에는 다시 2층 고가도로를 건설했다. 위생 문제해결과 하천복개로 주변에 상가가 생기고 도심의 교통난을 해소하는등 1석3조의 효과가 있었다고 떠들어댔다. 얼마나 허황된 건설이었는지 확인하는데는 30년이조금 넘었다.많은 돈을 들여 다 뜯어내고 청계천물길을복원하고서야 서울의 숨통이 트였다고 자랑하고 있으니 말이다.이만하기도 정말 다행이다. 서울 도심에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한강물을 끌어올려와 내리는 물이어도 물오리가 헤엄치고 있는모습에서 안도의 숨을 쉰다.겨울이어서 일까, 물고기가 보이지 않아불안하다. 마른풀들은 누워 있고 겨울철이어서 온통 우주충한데, 거기 청계천을 순찰하고 있는 공단 직원들의 제복도 어둡고 표정도 딱딱하다. 같은 값이면 밝은 얼굴로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눌 수는 없을까.

장교 빌딩이 보이고 삼일빌딩을 지났다. 이제 곧 동아일보사앞 청계천 광장이다. 오후 2시반이다, 7시간 걸렸다, 이제 점심을 먹자. 가까은 곳에 향수에 젖은 '북어국'집이 생각난다. 북어국 단 한가지 메뉴로 대를 이어가며 승부를 건 집이다. " 더 잡숫고 싶으면 추가로 시키세요. 밥도 국도 그냥 갖다 드립니다."더 준다는 말이 왜 이리 따뜻하게 들릴까. 깎아주는 쎄일은 약아빠져 보이고 덤 쎄일이 더 푸근해 보이는 까닭이다.국도추가하고 밥 한사발까지 더하여 두그릇을 먹어 치웠다.

광화문을 향해걷는다. 겨울, 세종로 길이공사로 어수선하다. 광화문광장 공사로 갈길이 어지럽다.공사중인 광화문 가림막을 툭 치고는 최종 집결지인 경복궁역 6번출구 지하1층에 도착한다. 오후 3시 20분,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7. 목木메달을 걸어주다

대부분의 대회나 행사에서는 금,은 ,동메달 또는 완주메달을 금속 주물로 만들어 준다. 이번 행사가 역발상이었듯이 메달 이름도 '성공축하'로 하고 메달 소재도 따뜻한 나무로 했다. 충북 진천 공예마을에 계신 목공예가 '박종덕'선생님께 부탁을 드렸다. 올해의 띠'소' 그림으로 말씀드렸는데, 여의치 않아 '석정'선생님의 글씨 작품을 받아 동판을 뜨고 곱게 다듬은 소나무에 새겨 넣었다.

"걸어서 광화문까지- 미래촌"

솔 냄새가 짙게 나고 메어달수 있는 끈도 예쁘게 만들어 책상앞에 걸어두기에 좋겠다. 박 선생님의 제안으로 목메달을 릴레이식으로 걸어주기로 했다. 먼저 들어온 사람이 다음 이어 들어오는 사람의 이름을 적어서 목에 걸어주면 상을 주는 것도 화기애애하지 않겠는가. 목메달은등외 메달이다. 그것이 더 당차보였다.

요즈음 세상을 풍자하는 메달얘기가 있다. 딸 둘이면 금(金)메달이다. 서로 다투어 가며 해외여행 보내준다. 아들하나 딸하나면 은(銀)메달이다. 서로 미루지는 않는다. 자녀가 하나면 동(銅)메달이다. 이건 부모가 부담해야한다. 그러면 목(木)메달은? 아들 둘이다. 서로 미루며 싸움만 하니까. 딸의 활력과 아들의 나약함이 극에 달한 세태 얘기다.

그 목木메달이 귀한 것이 되도록 부추긴 하루였다. '걸어서 광화문까지'를 폭서기에 한번 더 할까라고 했더니 계절마다 한번씩 하자는의견이다. 글쎄?

* 참고로 성공 목木메달을 짊어지고'내가 걸어온 길'을 기록합니다.

분당 출발(07:30) - 탄천서울공항(09:00) - 가락농수산시장(09:30) -

양재천합류 지점(10:00) - 한강합류(잠실야구장 10:30) - 성수대교 남단(11:00) - 서울숲(11:30) - 살곶이다리(12:00) - 동아일보사앞(13:10 북어국 점심) -

광화문 33km (15:20)

[체험기] 걸어서 광화문까지

1. 겨울나들이

집에서 부터 걸어서 광화문까지. "왜 이런 일을 꾸며서 생고생을 하는거지?" 스스로도 자꾸 뒤로 물러서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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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촌 김만수 동장님

행사를 주관한다면서 차를 타고 나가도 좋으련만, 날씨도 추운데 고집스럽게 꼭 걸어서 그 먼곳(분당에서 광화문까지)까지 걸어갈 필요가 있겠느냐며 집사람이 군시렁거린다.

전철이나 버스로 가면 한시간이면 되는데, 꼬박 일곱시간 넘게 걸어서 가면 훈장 받을 일 있느냐고 약간 빈정거리는 소리에 버럭 화를 내고 집을 나선다. '내가 하자 해 놓고 내가 지키지 않는 것은 말도 안된다. 여보시오 꼬시지 말아요' 속으로 중얼거리며 문을 꽝- 닫고 내뺃지만 마음 한쪽 구석에서는 전철이 아른거린다.

겨울의 아침 7시반은 어둠이 짙은 새벽이다. 마라톤 완주보다야 가볍겠지만 일곱시간을 줄곧 걸어야하는 건 만만치 않다. 마라톤 대회때마다 출발전에는 완주할 수 있을까 걱정하듯이 대문을 나서며 어둠속에 발을 내딛는 순간 한강이 광화문이 까마득하게 느껴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추운 영하 10도의 날씨였는데 기온이 많이 올라 얼굴에 스치는 바람결이 차갑지를 않다. 짙은 안개로 시야가 탁트이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 날씨는 하늘이 특별히 도운 것이다.

엊그제 눈이 내리면서 걱정이 되었는지 강행할 것이냐는 전화문의에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물론 진행하겠노라고 호언했지만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내가 하는 행사에 날씨 때문에 망친 적 없었노라고도 흰소리쳤다. 추운 날씨나 눈이 오는 것은 두렵지 않은데, 오히려 날씨가! 따뜻해져 비가 오는 날이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이니 비만 오지 않기를 빌고 빌었다. 아침 안개를 보고서야 안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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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광화문'에 참여한 젊은 대학생들



처음 제안했을 때 따뜻한 봄날 하자는 것을 혹한기와 폭서기에 각각 한번씩 해야 한다고 몰아부쳤다.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훈련을 해야지 그걸 피하려는 요령주의를 벗어나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음을 강조했다. 사람마다 태어남이 각각 다르듯이 살아가는 사회 환경 또한 다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닥치는 강추위와 무더위속에서 각자의 삶의 조건이 다름을 확인하고 이런 자연환경을 극복할 정보를 찾아 내야 하는 것이다. 꾀를 내서 추위를 피해가는 것도 좋겠지만 좀 미련스럽게 맞받아쳐 추위를 이겨내는 "겨울나들이 길" 또한 바람직스러운 일이 아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