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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감자탕 더줘" "어머니 감자탕 더 있어요?" "그럼 더 있고 말고.들통으로 한가득 해났으니깐 많이 먹어." "음, 살도 많이 붙어 있고 어찌나 연한지 슬슬 넘어가네." "소주하고 먹는데도 술이 하나도 안 써." 난리가 났다. 얼마 전부터 딸아이가 돼지 감자탕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나도 괜히 바빠서 그 소리를 듣고도 해주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나가서 사 먹었더니 고기도 많지 않고 맛도 별로라고 툴툴거린다. 그 말을 듣고 얼른 내가 해줘야겠구나 생각했다. 둘째아기 낳고 직장에 나가니 아무래도 몸에서 영양가 있는 것을 요구하는 모양이다. 지난 주말 딸아이가 출근을 하지 않은 날이라 점심 먹으러 오라고 했다. 감자탕을 해주기로 했다. 감자탕은 적어도 하루 전 날부터 준비를 해야 국물도 잘 우러나고 고기도 연해진다.
돼지등뼈는 생각보다 가격이 싸다. 등뼈 1Kg에 3천원 정도 한다. 등뼈 한 벌 전체를 모두 산다고 해도 만오천원이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등뼈 한 벌을 다 사가지고 왔다. 등뼈의 핏물을 빼기 위해 1시간~2시간 정도 물에 담가놓는다. 이때 물에 그냥 담가 놓기만 할 것이 아니라 물을 갈아주면서 한번씩 씻어주면 더욱 좋다. 팔팔 끓는 물에 돼지등뼈를 한 번 끓여내고 그물은 따라 버린다. 그리곤 양파, 된장, 마늘, 대파, 생강 등을 넣고 푹 끊여준다. 펄펄 끓는 육수물을 조금 따라놓는다. 고추가루 양념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맹물에 하는 것보다 훨씬 맛이 진하고 고소하다.
요즘 김장 끝이라 우거지가 많이 있다. 무청우거지를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이럴 때 조금씩 꺼내어서 사용하면 정말 좋다. 물론 말린 것도 좋겠지만 아파트 살림이다 보니 햇볕을 쫓아다니면서 말리기가 그리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난 삶아서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이렇게 꺼내서 쓰곤 한다. 냉돋실에서 꺼낸 우거지를 찬물에 녹인 후 고추가루, 고추장, 소금, 파 마늘을 넣고 조물 조물 무쳐낸다. 그리고 육수 물을 따로 덜어 놓은 것에는 고추가루 소금을 넣고 고추가루 양념장을 만들어 놓는다. 감자도 직접 넣는 것보다는 한번 삶아서 준비해 놓는다. 커다란 들통에 하는 이유는 양이 많기도 하지만 물을 넉넉히 부어 오랜 시간 끓여야 하기 때문이다. 작은 그릇에 하면 물의 양도 작고 국물이 충분히 우러나오지 못 할 수가 있다. 음식점에서 먹는 것과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의 맛이 다른 이유가 바로 그런 점에 있기도 하다. 집에서는 작은 양을 하기 때문에 국물이 잘 우러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거지를 넣고 끓일 때는 무청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끓인다.
무청을 넣고 잘 끓인 후 대파와 마늘을 충분히 넣고 한번 더 끓여준다. 그리곤 냄비에 고기와 채소, 감자, 들깨가루 고추양념장을 골고루 담은 후 휴대용 가스렌즈에 올려 놓고 다시 한번 끓여준다. 이미 들통에서 충분히 끓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끓으면 먹기 시작해도 된다. 잘 끓어서 먹기 전에 입맛에 따라 미나리를 넣고 뚜껑을 덮어다가 금세 열고 먹기 시작하면 된다. 미나리의 향이 입맛을 돋구어주기도 한다. 또 남은 국물에는 참기름 듬뿍 넣고 김가루와 밥을 비벼 먹는 것도 별미이다. 돼지등뼈에는 단잭질, 칼슘, 비타민B1 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성장기 어린이에겐 발육에 도움이 되고 남성에겐 스테미너, 여성에겐 저 칼로리로 다이어트 음식이 되고, 노인에겐 노화방지와 골다공증 에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돼지 감자탕과 소주 몇 잔을 마시고 나면 추위도 저만치 가고, 영양가는 듬뿍,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송글송글 땀방울을 흘려 가면서 세 냄비나 먹었다. 맛있게 잘 먹는 가족들을 보니깐 이 겨울은 걱정없이 잘 보낼 것 같다. 그날 재료비는 돼지등뼈만 샀고 나머지는 집에 있는 것으로 음식을 만들었다. 그래도 구태여 재료비를 따진다면 소주 값까지 해도 3만원이 채 안 들어갔다. 가족이 많이 모였을 땐 푸짐하고 여러가지로 좋은 돼지 감자탕이 최고인 듯하다. 주부가 조금만 움직이면 가족 친지들에게 행복하고 건강한 식탁을 만들어 줄 수있다.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 주부들은 절로 행복해진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가족, 형제 친지들과 모여서 돼지감자탕과 소주 잔을 기울여 가면서 단합대회 겸 송별회를 해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