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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썰매장 태백산

천혜의 썰매장 태백산, 하지만 조심하세요
2006-02-15 14:10 | VIEW : 5,582

▲등산객 손에 비료포대가 들려져 있다▲

등산복을 입고 단단히 가방을 맨 채 아이젠을 착용한 등산객. 그러나 이들 손에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비닐봉투가 한 장씩 들려 있습니다. 이 비닐봉투의 용도는 무엇일까요.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등산객▲

한 등산객이 경사가 완만한 등산로에 접어들자마자 비닐봉투를 깔고 앉더니 썰매를 타기 시작합니다. 그렇습니다. 등산객들이 들고 있는 비닐봉투는 다름 아닌 ‘썰매’를 타기 위한 도구였습니다. 나이든 사람들이라면 어린 시절 눈 덮인 언덕에 올라 ‘비료포대’를 타고 신나게 썰매를 탔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태백산 겨울산행의 별미는 바로 ‘썰매타기’라고 합니다.

경상북도 봉화군과 강원도 영월군ㆍ태백시 경계에 해발 1,567m로 높이 솟은 태백산. 예로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던 천제단을 머리에 이고 있어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는 태백산에서는 지금도 매년 개천절에 제를 올립니다. 정상 부근에 고사목과 주목이 넓게 자리잡고 있어 자연의 신비를 만끽할 수 있는 태백산이 ‘썰매장’이 된 이유는 겉보기에는 웅장하고 거대해 보이지만 비교적 산세가 완만하기 때문입니다.

태백산 등산로 곳곳에는 ‘위험. 등산로 전 구간 썰매금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대다수의 등산객들은 하산 길에 썰매를 탑니다.

아예 ‘단체전’을 즐기는 등산객도 있습니다.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세 명의 등산객이 함께 썰매를 타고 있습니다. 이들은 야외용 돗자리를 반으로 접어 ‘3인용’ 썰매를 만들었습니다.

태백산 등산로는 썰매를 타기에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코스도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뉠 만큼 다양합니다. 등산 마니아들 사이에 태백산은 썰매를 타기에 가장 알맞은 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아저씨는 마치 ‘방석’을 깔고 앉아 썰매를 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경사가 완만해지자 아저씨가 ‘방석’(?)을 들더니 다음 ‘코스’를 위해 벌떡 일어났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방석이 아니라 눈이 가득 담긴 비료포대였습니다.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태백산에 올랐다는 그는 “비료포대에 눈을 넣어 썰매를 타면 엉덩이가 전혀 아프지 않다”며 자신만의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썰매는 ‘비료포대’만큼 좋은 게 없다”면서 “이 비료포대는 산악회 총무가 시골에서 농사짓는 친구에게 특별 주문한 것이라 다른 회원들이 산행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산 후 반납해야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급경사에서 썰매를 타던 등산객이 결국 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뭔 일인가’하고 다친 등산객을 들여다보는 또 다른 등산객들도 손에 손에 비닐봉투를 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고를 당하는 등산객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잠시 후 119 구조대가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119구조대조차도 ‘썰매’를 이용해 환자를 이송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눈길에서 ‘들것’을 들고 뛰는 것보다 ‘썰매’를 이용해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 안전하고 빠른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민족의 영산 ‘태백산’의 ‘당골 주차장 인근 쓰레기장에는 하산 길에 등산객들이 버린 비닐봉투들이 가득 쌓여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