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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금구이

하얀 소금밭에 핀 빨간 '대하' 꽃, 향기는 구수함
[맛객의 맛있는 이야기] 돌아온 가을대하, 단맛에 구수한 풍미가 미각을 유혹
김용철(ghsqnfok) 기자
▲ 대하가 맛있는 계절이다. 대하소금구이가 참 아름답다
ⓒ 맛객
마치 눈 내리는 날 피어난 붉은 동백꽃처럼 흰색과 붉은색의 대비가 참으로 아름답다. 굳이 일류 요리사의 손길을 타지 않아도 시각을 매료시킨다. 이는 천연의 재료가 주는 선물, 팔딱팔딱 힘찬 몸부림은 싱싱함의 극치인 새우가 돌아왔다. 단맛과 구수함으로 무장하고 맛의 계절에 존재감을 과시하려 한다.

이때쯤이면 가을전어도 진미의 자리 한쪽을 새우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다.

▲ 새우가 익어갈때 나는 구수한 냄새가 참 매력적이다
ⓒ 맛객
소금 위에서 춤추던 새우는 붉은 옷으로 갈아입으면서는 시각의 즐거움을 준다. 투명한 듯, 연회색의 표피는 해넘이처럼 한 눈 팔 새 없이 빨갛게 익어간다. 이때부터는 후각을 행복하게 해 주는 구수한 냄새가 미각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맛에 둔감한 사람이라도 새우 하나 맛보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한다.

기름 자르르 몸에 두른 새우껍질을 벗겨내면 연분홍 속살이 내 입만 생각하는 이기심을 불러온다. 그래 먹자. 먹다 죽은 구신(귀신)은 때깔도 곱다 하지 않던가? 초장과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든 말든, 먹는 이의 자유. 하지만 난 새우 자체의 맛만 느껴보고자 한다.

단맛에 구수한 감칠맛까지 있는데, 인공적인 맛을 더하는 건 자연이 준 재료에 대한 배신이다. 정 간이 맞지 않다면 새우기름에 구워진 천일염 한두 개 씹으면 되지.

▲ 새우는 15cm 이상이면 '대하' 그 밑으로는 '중하' 라고 한다
ⓒ 맛객
단맛에 구수한 감칠맛

이처럼 맛있는 새우를 맛본 곳은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도 영목항. 이곳에서 자연산 새우와 만나면서 또 하나의 가을 맛을 경험했다.

새우가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그물로 덮어놓은 대야에 뜰채를 집어넣자, 물 속에서 전쟁이라도 난 듯 새우들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물을 찢을 기세로 힘차게 튀어 오른 새우, 이쪽저쪽에서는 물총이라도 쏜 듯 물방울을 튕긴다. 뜰채로 건진 새우는 재빨리 통 속에 넣지 않으면 바닥에서 높이뛰기를 열심히 한다.

새우는 맛과 영양에서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가 별로 없다. 자연산은 양식에 비해 색이 연하고 회색을 띠지만 양식은 까만색이다. 우리가 가을에 맛보는 새우는 '대하'라고 부르는데, 이는 새우 크기에서 나온 말이다. 보통 15cm 가 넘으면 '대하'라 하고, 그 밑의 새우는 '중하' 라고 한다.

가을 새우가 맛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새우 단맛을 책임지는 아미노산 중 '글리신'이 가을과 겨울 사이에 최고로 많아진다. '오도리'라고 알려진 새우 회를 먹어도 단맛이 풍부하게 느껴진다. 구울 때 나는 새우 특유의 구수한 맛은 타우린, 아르기닌 등 성분 때문이다.

통 속에서 한 마리를 꺼낸 후 재빨리 뚜껑을 닫았다. 손에 잡힌 새우는 파닥파닥 꼬리 춤을 춘다. 먼저 대가리를 떼내고 몸통의 껍질을 벗기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대가리가 붙은 상태에서 껍질을 벗겨야 한다. 대가리가 붙은 상태와 떼고 껍질을 벗기는 그 짧은 순간에도 맛은 좌우된다.

▲ '오도리'(일본말) 라고도 부르는 새우회는 단맛이 참 좋다
ⓒ 맛객
재빨리 껍질을 벗긴 후 대가리와 몸통 사이를 씹을 때 '이'에 전해지는 미세한 그 느낌은 1차적으로 느껴지는 새우회의 참 맛이다. 이어서 보드라운 살점에서 나는 단맛은 새우회에서 얻게 되는 완성된 맛이다. 새우 대가리는 버리지 말고 소금구이로 먹으면 구수한 맛이 바다에서 나는 참깨라 할만 하다.

▲ 새우 대가리에서는 고소한맛의 극치가 느껴진다
ⓒ 맛객
잘 구워진 새우 대가리를 통째로 먹어도 좋지만, 껍질을 벗기면 노란 뇌가 나온다. 이 부분을 젓가락으로 파서 음미해 보라. 극히 적은 양이라 감질나지만 그래서 더욱 귀중한 맛 아니겠는가? 우리가 진미라 치는 거의 모든 음식은 지극히 적은 양 때문이다.

▲ 기름 자르르 흐르는 대하소금구이
ⓒ 맛객
새우 회를 먹는 사이에 한쪽에서는 새우 소금구이가 완성됐다. "그날, 전어 굽는 냄새에 바다도 취했다"는 한 시민기자의 말을 빌려 표현해 볼까? "그날, 대하 굽는 냄새에 바다도 취했다."

▲ 영목 앞바다
ⓒ 맛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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