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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주몽은 내 운명

"하지 말라 말렸지만, 주몽은 내 운명"
[인터뷰] 전남 나주 <주몽> 촬영장에서 만난 송일국
조은미(cool) 기자
ⓒ mbc
"처음엔 사람들이 사극하는 걸 말렸다."

따그닥따그닥. 요란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나타난 주몽, 아니 송일국이 말했다. 전남 나주 촬영장에서 였다. 촬영 쉬는 틈을 타, 마구 말을 달려오던 그가 기자들 앞에서 불쑥 멈췄다.

불쑥 멈춘 말은 앞발을 높이 들어 '나폴레옹' 자세를 살짝 연출했다. 등장은 멋졌고,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주몽 이상으로 극적인 출연을 뒤로 하고 말에서 풀쩍 내린 송일국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새까만 옷에, 갑옷까지 갖춰 입었고, 등엔 화살통까지 멘 상태였다. 등 뒤로 화살이 삐죽 나온 모습까지 영락없는 주몽이었다. 무거운 화살통은 내려놓을 법도 한데, 풀러놓을 생각을 안 했다. '폼인가?' 했는데, 내려놓으려면 다 풀어야 하고, 그 절차가 복잡해 그냥 메고 있는 거라고 했다.

지난 19일 전남 나주에 있는 <주몽> 촬영장에서 송일국을 만났다. 뭐 하나만 물으면 그는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골똘히 생각했다. 3초 이상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고개를 들고 겨우 한두 마디를 힘겹게 내놓고, 입을 꾹 다물었다. 말을 신중하게 골랐고, 말을 아꼈다. 그가 입은 갑옷보다 침묵이 더 무거웠다.

-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아침 여섯시 일곱시에 집합해서 평균 새벽 두세 시에 끝난다."

- 잠 서너 시간 자나?
"아니, 많이 잘 때도 있고, 적게 잘 때도 있다."

- 말 타고 오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말 타고 활 쏘는 장면에 적응이 됐나?
"많이 탈 땐 하루 종일 앉아있을 때도 있다. 말 타고 달리며 활쏘기가 쉽지 않다. 촬영장에서 농담으로 날더러 대역이라고 한다. 활 쏘는 거 말 타는 건 대역이 따로 있지 않다. 처음엔 대역 붙여줬다. 사고 많이 나니까. 한두 번 부르더니, 그 다음부턴 대역 안 쓰시더라. 늘 대역이 있는 건 아니다."

- 늪에 빠지는 장면에 대역 안 썼나?
"빠지는 장면엔 안 썼다. 말에서 떨어지는 것만 대역 썼다."

- 시청률이 계속 40%대를 넘어섰다. MBC 구원해낸 1등 공신인데, 시청자들 반응을 느끼나?
"기사 검색이나 시청자 게시판 같은데 잘 안 들어간다. 촬영장에 일주일 내내 나와 있다보니까, 바깥에서 일어나는 일은 거의 알지 못한다. 피부로 실감하거나 크게 부담을 느끼거나 그러진 않고, 그냥 매일매일 촬영할 뿐이다."

- 카리스마 변화를 기대해도 되나? 고구려 건국 제왕 된다는 건데 마음가짐 변화가 있나?
"그냥 나는 대본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그거 외엔 없다. (대본을 가리키며) 이 안에 답이 다 있다고 생각한다."

ⓒ mbc
- 오늘, 어머니가 촬영장에 왔다 가셨던데?(어머니가 김을동씨다)
"공교롭게 먼저 약속이 잡혀 있었다. 어머니는 근처 한 시간 거리에서 <마파도2> 촬영하고 계신다. 난 주말에만 집에 간다. 일주일 내내 여기 있다. 근데 어머니는 주말엔 청소년 드라마를 찍거나 <마파도> 때문에 영광에 내려와 계신다. 아들 얼굴 본다고 영광 내려왔다 들르신 거다."

- 전에 주몽을 운명적으로 만났다고 말한 적 있다.
"고구려사가 굉장히 민감한 내용이다. 민감한 시기에 내가 고구려를 세운 주몽역을 하게 됐다. <주몽>을 통해 국민들이 고구려사에 관심 갖게 된 것만 해도 진짜로 그런 생각 들더라. 할아버지가 나에게 이 역할을 맡기지 않았나 싶다(그가 지칭한 할아버지는 김좌진 장군이다)."

- 사극 하다가 현대물로 돌아가기가 어렵다더라. 괜찮겠나?
"그런가? 주어진 대로 하니까. 글쎄다. 들어오는 대로 해야지."

- 여기에서 왕자 역 몇 개월 하면 주변 사람과 왕자님 떠받들어주고 그래서 느낌이 다르다더라. 전에 전광렬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떤가?
"아무도 왕자라고 떠받들어주지 않는데? 난 안 그런데?"

- 수염 때문에 얼굴에 영구제모도 하고 그랬다. 다시 수염 안 나나?
"세월이 흐르면 수염 붙이게 될 거다. 영구제모할 때, 의사가 앞으로 수염 안 날 수도 있다고 경고 몇 번 했었다. 원래는 아침에 면도를 해도 점심 때면 다시 시꺼메질 정도로 자라서 메이크업으로도 커버가 안 됐다. 가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괜찮다. 너무 건강해서 그런지 의사 염려와 달리 수염이 다시 나더라. 처음엔, 아시겠지만 오연수씨랑 내가 동갑이다. 그런데 처음 모니터할 때 보니 내가 삼촌 같더라. 그래서 심각하게 고민했다. 피부과 가서 상의 하니 영구제모라는 게 있다고 해서 하게 됐다."

- 힘들진 않나?
"내가 워낙 낙천적이어서, 오히려 살만 뒤룩뒤룩 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