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yhgg12_331367_1[553485].jpg) | | ▲ 순두부를 주걱으로 저어야 굳지를 않는다. | | ⓒ 윤희경 | | 겨울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가을걷이도 끝나고 김장도 담가 놓았으니 는개비가 오나 눈비가 내리나 마음이 편안하기만 합니다. 다만 농사철에 먹어대던 새참 버릇에 입안이 꿉꿉할 따름입니다. 며칠 전에 털어놓은 콩들을 골라 항아리에 갈무릴 하다보니 갑자기 순두부가 먹고 싶어집니다.
우리 옆집 아줌마는 순두부 만드는 데 남다른 손맛을 갖고 계십니다. 농사도 끝나고 겨울비도 내리니 순두부 맛 좀 보게 해 달라 성화를 부려봅니다. 병원에 가야 한다며 엄살을 부리다가도 '달라는 사람'한테는 못 말린다며 순두부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콩을 불려 껍질을 벗기고 갈아 가마솥에 콩물을 끓여내 자루에다 쏟아 붓습니다. 무명 자루를 꾹꾹 주물러 짜면 맑은 콩물이 부걱부걱 거품을 내며 잘도 빠져나옵니다. 콩물 빛깔은 옛날 어머니가 짜내던 젖물 때깔 그대로입니다.
이 콩물을 두유라 합니다. 여기다 간수를 넣고 저으면 몽골 몽골하게 응고가 됩니다. 응고된 콩물을 압착하지 않은 것을 순두부, 눌러서 굳히지 않은 두부 또는 물두부라고도 합니다.
함지에다 콩 물을 담아 나무 주걱으로 자꾸만 저어댑니다. 순두부를 만들 때 가장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간수를 조금씩 부어가며 콩 물이 식기 전에 저어야 딱딱한 덩어리가 엉겨 붙지 않습니다.
재빠른 손놀림과 간수의 양을 알맞게 조절하는 일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닙니다. 언제나 함지 앞에는 아줌마가 앉아 있습니다. 아줌마 손이 한 번 가면 콩 물은 꼼짝없이 몽골하게 엉겨 요구르트 빛으로 변해갑니다.
순두부 감칠맛에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웁니다. 토종 콩에서 우러나는 천연의 향, 고소한 콩 냄새, 미끌미끌 혓바닥을 녹여내는 부드러움, 역시 고향 맛에 올 겨울이 따스하기만 합니다.
순두부 먹기가 끝나자 이번엔 모두부입니다. 막 끄집어낸 따끈따끈한 두부에 김이 모락거립니다. 모두부를 보면 어려서 어머니 몰래 두부 귀퉁이를 뜯어먹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엄마, 나 두부 모서리 뜯어먹어요."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yhgg12_331367_1[553486].jpg) | | ▲ 콩물을 빼내면 비지가 남는다. 이 비지에다 돼지고기와 김치 약간 넣고 찌개 끓여내면~. | | ⓒ 윤희경 | |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yhgg12_331367_1[553487].jpg) | | ▲ 콩물을 짜내고 있다. | | ⓒ 윤희경 | |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yhgg12_331367_1[553490].jpg) | | ▲ 혓바닥을 녹여내는 부드러움의 순두부, 요구르트 아니면 어머니 젖빛. | | ⓒ 윤희경 | |
![](http://image.ohmynews.com/down/images/1/yhgg12_331367_1[553494].jpg) | | ▲ 모두부, 어린시절 네모난 곳을 뜯어 먹으면 참 행복했지요. | | ⓒ 윤희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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